‘고향사랑기부금’ 제도 2년 연기...‘관계인구’의 고향사랑
‘고향사랑기부금’ 제도 2년 연기...‘관계인구’의 고향사랑
  • 정기석
  • 승인 2023.02.08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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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석 칼럼] 정부가 또 어이없는 실수를 저질렀다. 올해 1월 1일부터 시행 예정이던 ‘고향사랑기부금’ 제도를 2년 후로 연기한 것. 2025년으로 연기된 금융투자소득세 시행 시기와 묶여 2년 뒤로 시행이 미루어졌다.

주관부처인 기재부는 “실무자의 단순 실수에 의한 오류로서 연내 법을 다시 개정해 당초대로 올해부터 시행되도록 조치하겠다”고 급히 밝혔다. 하지만 정부의 책임감과 제도의 진정성에 대한 지역의 실망과 불신은 어찌 할 것인가.

기재부는 지난해 고향사랑 기부에 대한 세액공제 시행 시기를 2023년에서 2025년으로 2년 유예하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 통과됐다. 대다수 지자체가 전담팀을 구성하는 등 기부금 유치 확보전을 벌이고 있는데 기재부의 황당한 실수로 제도의 대국민 홍보 분위기에 찬물부터 끼얹은 셈이다.

고향사랑 기부금제도는 개인이 거주지가 아닌 지방자치단체에 500만원 한도로 일정 금액을 기부하면 소득세에서 세액 공제해주는 제도를 말한다.

기부금액 10만원 이하는 전액 세액공제되며 10만원 초과 금액은 16.5%의 세액공제를 받는다. 또 기부금액의 30% 수준인 지역 특산물도 답례품으로 지급된다. 기부금으로 조성된 기금은 아동, 청소년, 취약계층 등 주민 복리 증진을 위한 공익사업에 주로 활용한다.

이 제도는 2008년부터 일본에서 도입된 고향납세제도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일본에서는 지자체의 세수를 늘려 인구감소, 지역경제 침체를 해소하는 데 이 제도가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일본의 ‘고향납세제’를 벤치마킹

이 제도에 대한 한국의 기대도 일본과 다르지 않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수도권을 제외한 우리 지역은 거의 모든 지자체마다 인구감소, 지역소멸의, 불안과 위협에서 자유롭지 않다. 우여곡절 끝에 도입된 고향사랑 기부금제는 지자체의 절박한 위기감을 그대로 방증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지금 243개 지지체마다 기부금 유치 홍보전, 각축전에 본격 돌입했다. 선행모델인 일본의 사성과를 보더라도 재원 확보 등에서 지자체 마다 격차는 벌어질 수밖에 없다. 제주도, 강원도 등은 광고전까지 불사하고 나섰다. 기부금으로 조성된 기금이 중앙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 지역활성화를 위한 요긴한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기대가 큰 것이다.

일본은 2014년부터 국가의제로서 ‘지역창생’을 기화로 민간재원 조달경로가 확대되며 지역활성화 성과를 보이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중앙의 행정에 예속된 위탁프로젝트에서 벗어나 장류적이고 혁신적인 지자체 주도 사업방식으로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그 대표적인 성공사례가 바로 민간으로부터 자발적이고 다각적인 자금유입을 유도한 고향납세(ふるさと納税) 제도라 할 수있다.

일본의 제도는 한국보다 더 파격적이다. 일단 대상, 금액, 횟수는 무제한이다. 공제상한액 중 자기부담금(2,000엔)을 제외한만큼 공제 혜택이 주어진다.

조성된 기금은 지자체의 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재생사업에 쓰이고 지역특산물이나 서비스를 답례품으로 제공하니 안 팔리던 지역물품·서비스를 지자체가 사주니 지역시장, 지역일자리 등 지역경제도 촉발하고 지역홍보 효과도 거둘 수 있다. 결과적으로 지방재정 안정을 위한 세원도 증대됨은 물론이다.

한국형 고향사랑기부금 제도에 거는 기대효과는 일단 세액공제 혜택을 들 수 있다. 기부자는 10만원까지 전액 세액공제가 된다. 기부금액의 30% 수준의 답례품을 받으므로 사실상 10만원을 내고 13만원을 돌려받는 셈이다. 10만원 이상의 금액은 세액공제율이 16.5%로 줄어든다.

얼핏 기대만큼 활성화되지 못한 정치기부금 제도와 유사해보여 불안하다. 하지만 정치기부금제도와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정치기부금은 정치인의 개인 경비로 사용되지만 고향사랑기부금은 지자체의 공적 재원으로 공공의 목적을 위해 사용된다.

운영주체는 민간의 기부자와 답례자

어쩌면 모금 성적이 지자체장의 업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기 때문에 지자체 마다 경쟁적으로 유치전을 펼칠 수 밖에 없는 명분과 실익이 있다.

또 고향사랑기부제의 주체는 민간이라는 점이 특징적이다. 기부자와 답례품 생산자가 모두 민간이다. 특히 답례품으로 제공할 지역 특산물, 사회적 서비스, 공공프로그램 등은 지역 주민이 핵심주체다.

기부자는 단순히 시혜적인 후원자에 그치지 않는다. 기부할 지역을 스스로 판단해 결정하고 이후 그 기금이 지역의 문제를 해소하고 지역활성화에 기여하는 과정과 결과를 모니터힐 할 마음과 자세를 갖춘 이른바 ‘관계인구’의 역할을 자임하는 것이다.

‘관계인구’ 란 개념 역시 한국보다 지역소멸의 위협을 먼저 감지한 일본에서 2016년에 처음 제안된 개념이다. 특정 지역에 거주하진 않지만 여가·업무·사회적 기여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지역과 관계를 맺고 있는 인구를 뜻한다.

귀농 등 도시민 유치, 정주인구 증가가 쉬운 과제가 아니므로 반드시 정주인구를 늘릴 필요는 없지않을까 하는 발상의 전환에서 비롯된 개념이라 볼 수 있다. 고향사랑기부금 제도를 통해 관계인구가 단지 학자나 연구원들의 공허한 탁상공론 말장난이 아님이 실증됐으면 하는 기대가 생긴다.

모름지기 새로운 제도에 대한 우려와 걱정은 없을 수 없다, 고향사랑기부제도 또한 과도한 기부금 유치경쟁, 답례품 선정 과정의 불합리한 이권 개입, 기부금을 통한 정치적 이권 쟁취 등의 다양한 부작용들이 상상 가능하다. 당연히 기금은 조성과정부터 사용내역까지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

답례품 선정과 기부금 활용처도 공정하게 집행되어야 한다. 특히 기부자인 관계인구와 답례자인 지역주민의 주체적이고 창의적인 제도의 주체 역할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게 아니면, 민간은 으레 관이 벌이는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려한다면, 이 제도도 자꾸 실수하거나 결국 실패할 것이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정기석(tourmali@hanmail.net)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 연구위원

경상국립대 창업대학원 6차산업학과 비전임교원

前 국회정책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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