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춘부(待春賦)'...2023년 이 봄엔 희망을 노래하자
'대춘부(待春賦)'...2023년 이 봄엔 희망을 노래하자
  • 조석남
  • 승인 2023.02.14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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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 빈부, 세대, 지역의 극단을 모두 아우르고 넘어서는 '화합의 봄'이 되길

[조석남의 에듀컬처] 입춘(立春)이 지나고 ‘대동강 물도 풀린다’는 우수(雨水)가 낼모래다. 아직도 아침 저녁으론 한기가 느껴지지만, 아랫녘에선 벌써 홍매화가 꽃망울을 터트렸다는 소식이다. 이제 꽃샘 추위도 지나면 봄도 성큼 우리 곁에 다가올 것이다.

봄이 다가오면 시인들은 ‘대춘부(待春賦)’를 짓는다. ‘봄을 기다리는 시’, ‘봄을 기다리는 노래’다. ‘봄을 기다리는 노래’라는 의미 그대로의 시로는 신석정 시인의 「대춘부(待春賦)」가 많이 입에 오른다.

‘우수도 경칩도 머언 날씨에 그렇게 차가운 계절인데도 봄은 우리 고운 핏줄을 타고 오고 호흡은 가빠도 이토록 뜨거운가?/ 손에 손을 쥐고 볼에 볼을 문지르고 의지한 채 체온을 길이 간직하고픈 것은 꽃 피는 봄을 기다리는 탓이리라./ 산은 산대로 첩첩 쌓이고 물은 물대로 모여 가듯이/ 나무는 나무끼리 짐승은 짐승끼리 우리도 우리끼리 봄을 기다리며 살아가는 것이다.’

김동환 시인은 「강이 풀리면」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강이 풀리면 배가 오겠지/ 배가 오면은 님도 오겠지/ 님은 안 타도 편지야 탔겠지/ 오늘도 강가서 기다리다 가노라…(후략)’

봄은 ‘기다림’이다. ‘희망’이요, ‘꿈’이다. 부지런한 농부들이 과실나무 가지치기를 시작으로 일년 농사를 준비하는 것도 이때이고, 초목이 언 땅 깊숙한 곳에서 물을 끌어올려 새싹을 피워내기 시작하는 것도 지금이다. 땅 속 벌레들이 기지개를 켜는 것은 천하 만물이 봄을 기다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밭두렁의 냉이, 야산의 이름 모를 꽃, 그 어떤 작은 풀잎 하나라도 갑자기 어느 한 순간에 불쑥 돋을 수는 없다. 겨울이라는 고난을 참고 이기며 오랜 기다림을 거쳐야 생명의 부활을 꿈꿀 수 있다.

극한 상황을 뚫고 눈 덮였던 겨울 들판과 숲에서 나타나는 봄이 그래서 아름다운 것이다. 어느 계절엔들 결혼이 없고 언젠들 꽃이 피지 않으랴만 봄신부는 더 눈부시고, 봄꽃은 더 화사한 것도 봄이 긴 겨울을 보낸 다음에야 맞는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봄은 '한편의 교향악'이다. 원색의 음들이 조화와 균형을 이루고 아름다운 소리와 거친 소리가 한데 어울려 극상의 음을 만들어낸다. 봄은 '한편의 시'이기도 하다. 고운 말과 조잡한 말이 서로를 보완하고 감싸주며 지순한 영혼을 지켜간다. 또 자유로움과 서로를 배척하지 않는 본래 색들은 한 폭의 풍경화가 되기도 한다.

한 가지 색상으로는 봄의 아름다움을 만들 수 없다. 희고 붉고 푸른 것들이 서로를 배려하고 인정해야 비로소 봄의 미가 완성될 수 있다. 볼테르는 "나는 당신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지만, 당신의 말할 자유를 위해서는 같이 싸우겠다"는 명언을 남겼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포용해야 한다. 좌우, 빈부, 세대, 지역의 극단을 모두 아우르고 넘어서야 보다 '희망찬 봄'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봄’이라는 단어의 어원에 대해 몇 가지 설이 있다. 그 중 하나는 ‘겨우내 땅 밑에 숨어있던 생명의 기운이 땅 위로 솟아 새로운 세상을 본다’는 뜻에서 유래됐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설은 ‘불(火)의 고어인 ‘블’과 오다(來)의 명사형인 ‘옴’이 합성돼 ‘블옴’이 됐고, 여기서 ‘ㄹ’이 탈락해 봄이 됐다는 것이다. ‘따뜻한 기운이 온다’는 의미에서 유래됐다는 설명인 셈이다.

이렇듯 봄은 ‘생명의 활동에 좋은 계절’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겨울을 지내다보면 봄을 기다리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예로부터 시인 가객들이 대춘부(待春賦)로 봄을 기다리는 마음을 노래한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특히 지난 겨울엔 우리 사회가, 우리 국민들이 유난히 혼란스럽고 혹독한 시련을 겪었기에 봄소식이 더운 간절하다. 더불어 올 봄에는 우리 경제에도, 정치에도 훈훈한 온기가 가득해지기를 기대해 본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 소개>

조석남 (mansc@naver.com)

- 극동대 교수

- 전 한국폴리텍대학 익산캠퍼스 학장

- 전 서울미디어그룹 상무이사·편집국장

- 전 스포츠조선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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