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무당’ 위원장이 유발한 방통위 ‘수난’…그 속셈은?
‘선무당’ 위원장이 유발한 방통위 ‘수난’…그 속셈은?
  • 김명서
  • 승인 2023.02.22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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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승인 점수 조작’ 3명 구속…본인도 피의자로 압수수색 당해

[김명서 칼럼] “우리 직원 누구든 그 자리, 그 업무를 맡았다면 이런 힘든 상황에 처하게 되지 않았을까요?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그 상황에 처했다면 조직 생활의 허무함과 상실감, 그리고 억울함에 몸서리 칠 것 같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 한 직원이 ‘2020년 TV조선 재승인 점수 조작’ 혐의로 구속된 양 모 국장과 차 모 과장을 위해 쓴 메시지의 한 구절이다. 방통위 노조는 이들이 구속된 이후 모금 운동과 함께 메시지 쓰기 운동을 얼마 전까지 펼쳤다. 취합한 메시지는 구치소에 수감된 두 사람에게, 모금한 돈은 가족들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직원들 메시지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 중 하나는 ‘억울함’이다. 직원 대다수가 ‘이심전심’으로 그렇게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무엇 때문에 억울한지는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았다. 검찰 수사가 지나치다는 식의 불만이나 지적도 없다. 법적으로 잘못됐다는 것은 인정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왜 억울한 것일까. 처음에 소개한 메시지에서 그 이유를 유추해 볼수 있을 것 같다. 메시지 작성자는 누구든지 그 업무를 맡았더라면 같은 상황에 처했을 것이라고 했다.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자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을 저질렀다는 의미일 것이다. 즉 거역할 수 없는 누군가의 지시나 오더에 따랐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메시지 작성자는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썼을 것이다. 

사실 공정성이 생명인 방통위의 핵심 간부들이 TV조선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 때문에 ‘평가 조작’과 같은 일을 제 멋대로 저질렀다고는 보기 어렵다. 공무원 조직의 속성까지 감안하면 윗선의 지시를 따랐다고 보는 게 객관적으로 타당하다. 

‘자리 버티기’ 이후 감사‧수사 이어져…“담당 간부들, 윗선 지시 따랐을 것”

사건의 경위는 이렇다. TV조선은 2020년 심사에서 재승인 기준 점수를 넘었다. 이를 알게 된 방통위 담당 국장과 과장은 심사위원장에게 평가 점수를 알려주며 점수표 수정을 요청했다. 정권 입맛에 맞지 않는 종편 방송인만큼 손 좀 봐주자는 취지였다. 이에 심사위원장은 이들과 함께 심사위원들에게 점수를 수정토록 ‘작업’을 했고, 결국 심사위원들은 ‘공적 책임과 공정성’ 점수를 깎아 다시 제출했다. 이 때문에 TV조선은 ‘기준 미달’로 ‘조건부 재승인’ 처분을 받았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됐고, 이를 통보받은 검찰 수사에서 실체가 드러났다. 결국 차 과장에 이어 양 국장이 차례로 구속됐고, 지방대 교수인 권 모 심사위원장도 며칠 전 구속됐다. 

한 위원장도 피의자로 입건돼 자택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 당하고 휴대전화를 빼앗겼다. 머지않아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수사 칼날이 어느 덧 턱 밑까지 다다른 것이다. 

돌이켜보면 이런 상황은 한 위원장 본인이 자초했다. 작년 5월 새 정부 출범에도 임기를 채우겠다며 ‘버티기’에 들어가면서 충분히 예견됐다. 과거에 그랬듯이 정권 차원에서 이를 방관할리가 없었던 것이다. ‘찍어내기용’ 감사와 수사는 거의 당연한 수순이었다. 한 위원장도 어느 정도 각오는 했을 것이다. 하지만 ‘TV조선 재승인’이라는 ‘덜컥수’에 걸려 이처럼 절박한 상황에 직면할 것으로는 예상치 못했던 것 같다.

한 위원장의 버티기가 시작된 이후 방통위는 ‘개점휴업’ 상태다. 방통위원장은 본래 국무회의 참석 대상이었지만, 한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 국무회의에서 배제됐다. 자칫 비공개 논의 내용까지 야당 쪽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마디로 믿지 못할 ‘적군’ 취급을 당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대통령에 대한 업무보고도 대면이 아닌 서면 보고로 대체됐다. 이 같은 따돌림 분위기 속에 업무는 곳곳에서 마비됐다. 정책 동력이 제대로 작동할 리가 없었다. 

“독립성 내세우기엔 스스로 너무 편향적”…“조직 만신창이에 유감 표시조차 없어”

한 위원장의 버티기 명분은 방통위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법이 보장한 임기를 마쳐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를 인정받기에는 너무 정파적이고 편향적이라는 비판을 그 스스로가 받아 왔다. 한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와 코드가 맞는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 출신이다. 2019년 위원장 취임 후에는 KBS와 MBC 등의 편파 보도에 눈감고 있다는 비판을 숱하게 받아 왔다. 

이런저런 사정을 종합해 보면 방통위 직원들의 공감하는 ‘억울함’의 진짜 이유는 한 위원장으로 집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정권교체 후 깨끗이 물러났다면 감사원 감사도, 검찰의 수사도 없었을 개연성이 크다. 그랬더라면 ‘TV조선 재승인’ 문제도 흐지부지 넘어갔을 수도 있다. ‘점수 조작’의 불법성과는 별개로 상황의 전후 관계와 배경을 따지면 원인 제공자가 한 위원장이라는 사실은 명백하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속담이 있다, 능력 없는 사람이 함부로 하다가 큰일을 저지르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지금 방통위가 딱 그런 꼴이다. 위원장의 어설픈 소신과 판단에 따라 200명 조금 넘는 방통위 직원 가운데 40여명이 조사를 받는 수난을 겪었고, 간부 2명을 포함해 3명은 범법자로 구속됐다. 업무가 곳곳에서 마비되다보니 조직은 사실상 ‘식물기구’ 상태다. 이제는 조직 해체 가능성까지 거론될 만큼 만신창이가 돼 버렸다.

한 위원장은 양 국장이 구속된 이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세상일이 ‘새옹지마’로 좋았다 나쁘다 하지 않겠나”라며 오는 7월 임기까지 자리를 지키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처음에 차 과장이 구속됐을 당시에는 “해당 과장의 결백함을 신뢰한다”는 ‘유체이탈’ 어법을 구사하기도 했다. 본인은 일련의 상황과 무관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일반 대중은 그렇다 치고, 4년 남짓 이끌어온 조직과 구성원에 대해서조차 사과는커녕 유감 표시 한마디 없었다. 그러면서 ‘새옹지마’를 거론하며 좋아지기를 기대한다고 한다. 그 속내와 꿍꿍이가 궁금할 뿐이다.   

<필자 소개>

김명서(clickmouth@hanmail.net)

-서울이코노미뉴스 부회장

-전 서울이코노미뉴스 대표, 주필

-전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심의실장

-전 서울신문 편집담당 상무

-전 서울신문 사회부장, 정치부장, 논설위원,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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