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최영준 기자] 구현모 KT 대표가 여권의 전방위적인 사퇴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연임을 포기했다.
구 대표는 23일 이사회에 차기 대표 후보에서 사퇴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이사회는 구 대표의 결정을 수용해 차기 대표 후보군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23일 KT에 따르면 구현모 대표는 이날 이사회에 이 같은 의사를 전달했으며 이사회는 구 대표의 결정을 수용해 차기 대표 사내 후보자군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구 대표는 오는 27일 스페인에서 열리는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행사에는 참석해 사실상 마지막 공식 일정을 마무리할 것으로 전해진다.
재계에서는 구 대표가 차기 대표 선출 절차 재개에도 여권 압박이 사그라들지 않자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본다.
실제 경찰, 검찰, 공정거래위원회 등 사정기관들이 구 대표 재임 중 일어난 각종 비리 의혹에 대한 첩보를 수집하는 등 압박이 거센 상황이다. 회사 바깥에서도 이런 점을 들어 구 대표가 연임을 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비관적 전망이 우세했다.
구 대표는 연임에 성공하더라도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의 찬성을 얻어내기 어렵다고 판단한 부분도 있다. 일찌감치 KT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지분율 10.13%)은 구 대표 연임이 결정된 직후 오는 3월 주총에서 반대 목소리를 내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까지 가세해 국민연금에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주문했다.
일각에서는 새롭게 시작된 신임 대표 선출 과정에 구 대표의 결격 사유가 부각됐다는 얘기도 있다. 구 대표는 지난해 KT 전·현직 경영진의 여야 국회의원 불법 후원금 사건에 연루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구 대표가 빠진 대표 레이스는 KT 전·현직 임원, 전직 관료, 국회의원들간의 경쟁이 됐다. KT 차기 대표 인선은 총 33명의 후보군으로 압축됐다.
KT는 정관에 따라 회사 또는 계열회사 재직 2년 이상이면서 회사 직급 기준으로 부사장 이상인 자를 사내 후보자군으로 구성한 상태다.
구 대표를 제외한 사내 후보군은 강국현 커스터머(Customer)부문장,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 윤경림 그룹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 박병삼 윤리경영실장, 서창석 네트워크부문장, 송재호 AI·DX융합사업부문장, 신수정 Enterprise부문장, 신현옥 경영지원부문장, 안상돈 법무실장, 우정민 IT부문장 등 임원 11명이다.
그룹 계열사 임원으로는 김철수 KT스카이라이프 사장과 윤동식 KT클라우드 사장, 정기호 KT알파 사장, 최원석 BC카드 사장, 홍기섭 HCN 사장 등 5인이 포함됐다.
사외 후보군에는 권은희 전 KT네트웍스 비즈부문장, 김기열 전 KTF 부사장, 김성태 대통령직속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자문위원, 김종훈 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김진홍 전 KT스카이라이프 경영본부장,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 임헌문 전 KT 사장, 최두환 전 포스코ICT 사장 등 총 18명이 이름을 올렸다.
KT 지배구조위원회는 경제·경영, 리더십, 미래산업, 법률 등 분야의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인선자문단을 구성했다. 인선자문단은 차주까지 사내·외 후보 검증 및 압축 작업을 진행한다.
KT 이사회는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가 결정한 대표이사 후보자 중 최종 대표이사 후보 1인을 내달 7일 최종적으로 확정할 계획이다.
KT 이사회 관계자는 "구 대표의 의견을 수용해 사내 후보자군에서 제외하며 구 대표를 제외한 사내외 후보자군을 대상으로 공정하고 투명하게 후보자들을 심사할 것"이라며 "KT의 지속성장을 이끌어나갈 적임자를 선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