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올라도 맥주주세 안올린다?…정부,현행제도 영향조사
물가 올라도 맥주주세 안올린다?…정부,현행제도 영향조사
  • 윤석현 기자
  • 승인 2023.03.13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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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진 주기없이 비정기적으로 세금 올리는 방안 검토
주류업계 세금부담만 낮아질수도…세금 인상요인 누적 우려도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주류 배송중인 모습.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주류 배송중인 모습.

[서울이코노미뉴스 윤석현 기자] 정부가 물가상승에 따라 자동으로 세금이 올라가는 현재의 맥주·탁주 종량세 물가연동제를 폐지하기로 했다.

정부는 현행 물가연동제가 주류물가에 미친 영향을 살펴보며, 적정하게 주류 세금부담을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1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현재 맥주·탁주에 적용되는 종량세 물가연동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물가가 올라도 맥주·탁주에 붙는 주세가 인상되지 않도록 종량세 물가연동제를 폐지하고, 세금을 일정기간 일정수준으로 고정하겠다는 것이다.

종량세는 주류의 양이나 주류에 함유된 알코올양에 비례해 세금을 매기는 제도다.

1968년 이후 50여년간 주류가격에 따라 과세하는 종가세 체계를 유지했으나, 문재인 정부인 2020년부터 맥주·탁주에 대해서만 일부 종량세를 도입했다.

다만 종량세도 종가세와 마찬가지로 물가상승에 따라 세금부담이 올라가도록 조정하는 물가연동제(물가연동제는 2021년부터 적용)를 함께 채택했다.

이에 따라 올해 맥주에 붙는 세금은 1리터당 30.5원(885.7원), 탁주는 1.5원(44.4원)씩 각각 올라간다.

문제는 매년 물가상승과 함께 맥주·탁주 주세가 올라가면서 주류 가격인상을 촉발한다는 데 있다.

가령 세금인상으로 10원의 가격인상 요인이 발생할 경우, 주류업계가 이를 빌미로 추가 가격인상을 시도하면서 실제 소비자가격은 100∼200원씩 올라가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물가가 오르면서 가계가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 정부가 기계적으로 주세를 인상하는 게 타당하냐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5.1% 뛰어올라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이후 24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물가를 반영한 가계의 실질소득은 2분기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세무업계 관계자는 "물가는 모든 재화·용역의 가격상승이 합산된 결과"라며 "기계적으로 물가에 비례해서 세금을 올리게 되면, 자칫 집값이 오르는 것도 주세에 반영되는 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이를 바탕으로 현행 물가연동제에 대한 평가에 착수했다.

현행 제도가 주류가격 상승에 미친 영향과 업계 편익 등 제도 도입효과를 들여다보겠다는 취지다.

관련 연구용역과 공청회 등 외부 의견수렴 절차도 차례로 진행한다.

정부 내부에서는 아예 정해진 주기없이 비정기적으로 주세를 올리는 방식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단순히 물가연동 주기를 3∼5년 등으로 늘리게 되면 결국 현행제도와 같이 일정시점마다 주류가격 인상요인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매년 세금을 올리는 방식이 아니고 비정기적으로 올릴 수 있도록, (부담을) 적정하게 판단해서 올릴 수 있게끔 개선방안을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개편내용은 올해 7월 세법 개정안에 담아 발표한다.

다만 매년 물가가 오르는데도 주세가 따라 오르지 않을 경우 주류업계의 실질적인 세금부담이 내려가게 된다.

소비자 부담을 낮추기 위한 주세개편이 실제로는 일부 업계의 이득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의미다.

소주 등 종가세 대상 주류와의 과세 형평성도 문제다.

가격이 오를 때마다 세금이 올라가는 소주 등과 달리 맥주·탁주만 세금을 고정하게 되면 형평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유권자 반발을 의식한 국회가 주세인상을 묵살하거나 방치한다면 세금인상 요인은 누적되고, 장기적으로 소비자 부담은 더 커질 수도 있다.

기재부는 과거 맥주·탁주 종량세 도입당시 브리핑에서 "종량세는 물가연동제를 적용하지 않으면 가격을 올려도 세금이 하나도 안오르고 실질 세부담이 줄어든다"며 
"물가연동제를 하지 않으면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었다.

이 때문에 정부 안팎에서는 물가연동제가 폐지되더라도 적정하게 세금부담을 조정할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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