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김준희 기자] 국민연금이 국내외 민간 자산운용사에 기금을 대신 굴려달라고 맡기면서 주는 위탁 수수료가 해마다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역대 최악인 -8.22% 수익률로 약 80조원을 날린 지난해에도 조 단위 수수료를 지급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다른 해외 연기금들처럼 위탁보다는 직접 투자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7일 국민연금공단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외 주식과 채권, 대체투자 위탁 운용에 따라 국민연금이 위탁운용사에 지급한 수수료는 2014년 6198억원, 2016년 8142억원, 2018년 9652억원, 2020년 1조3749억원 등으로 매년 증가했다.
해마다 국민연금의 기금 규모가 커지고 외부 운용사에 맡기는 위탁자금도 덩달아 증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2021년에는 위탁수수료가 2조3424억원으로 전년보다 1.7배 늘었다.
위탁수수료는 국민이 납부한 기금에서 떼어 주는 비용으로, 수수료가 많으면 국민연금 기금수익률은 그 만큼 낮아질 수밖에 없다.
1999년 기금운용본부 설립 이후 최악의 실적을 보인 작년 위탁 수수료는 아직 집계가 끝나지 않아 공개되지 않았다.
지난해 기준 국민연금은 전체 운용 자산 888조 9901억원 중 47.9%인 425조 6898억원을 민간 운용사에 맡겨 운용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국내외 주식 및 채권 가격이 동반 급락하면서 -8.22%의 역대 최악 수익률로 약 80조원의 평가손실을 기록했다.
그런데도 국민연금은 지난해 위탁수수료로 조 단위 이상의 금액을 지급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수수료는 위탁계약에 따라 고정비용으로 나가기 때문이다.
한편 국민연금은 최근 파산 선언을 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주식과 채권을 지난해 말 기준 총 1389억원어치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이 최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SVB 금융그룹 주식을 지난해 말 기준 1218억원어치 보유했다. 직접 투자분이 294억원어치, 위탁 투자분이 약 923억원어치였다.
아울러 채권도 직접이 아닌 위탁으로만 171억원어치를 보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정부는 SVB가 파산하자 예금 전액을 보증하겠다고 밝혔지만 주식·채권 등은 보호 대상에서 제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