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이코노미뉴스 이보라 기자] 윤경림 KT 차기 대표이사 후보(60)가 주변에 사퇴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후보는 22일 열린 KT 이사회 조찬간담회에서 참석자들에게 사의를 전했다고 복수의 관계자들이 23일 전했다. 후보로 공식 내정된지 보름만이다.
그러나 이사진은 윤 후보에게 "회사를 생각해야 한다"며 만류했다고 한다. 현재도 이사진은 윤 후보가 오는 31일 예정된 정기주주총회까지 버텨야 한다며 사퇴를 반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윤 후보가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여러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KT는 공식으로 윤 후보에게 사의를 전달받은 일은 없다며 "내부 확인중"이라고 전했다. 앞서 KT 이사회는 지난 7일 윤경림 KT그룹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을 차기 대표이사 최종후보로 내정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소속 국회 주무 상임위원들을 비롯한 여권은 구현모 현 대표와 윤 후보를 비롯한 KT 현직 사내외 이사진들을 '이익 카르텔'이라고 주장하며 차기 경영진 후보 인선내용에 반대해왔다.
여권은 윤 후보 실명을 거론하며 배임의혹이 제기된 구 대표의 "아바타"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윤 후보가 차기 대표이사 후보선정 전후로 나온 여권을 중심으로 한 사퇴압박을 견디지 못한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여기에 KT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주총에서 적극적으로 의사표현을 하겠다고 밝히면서 윤 후보가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국민연금은 KT의 차기 대표이사 선임과정 초기부터 절차가 공정하고 투명하지 않다는 문제를 제기해 주총에서 윤 후보에 대해 반대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됐다.
그간 우호지분으로 분류됐던 2대 주주 현대차그룹마저 KT에 대표이사나 사외이사 선출 같은 주요이슈에서 이사회가 대주주 의사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해 윤 후보가 거취를 고심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국민연금과 현대차그룹의 지분을 더하면 약 18%이지만, 다른 주주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이보다 더 크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윤 후보가 사의를 공식으로 발표하더라도 주총은 예정대로 열린다. 다만 대표이사 선임의 건은 의안에서 제외되게 된다. 의안에서 제외될 경우 KT는 해당사항을 공시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윤 후보의 사의에 당혹해하는 분위기와 어느 정도 예상된 수순 아니겠냐는 분위기가 엇갈린다.
앞서 윤 후보가 물러나지 않을 것으로 보는 쪽에서는 최근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정기주총 표 대결을 앞두고 잇달아 윤 후보에 찬성의견을 제시하면서 힘을 실어준 점을 주목해왔다.
세계적인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글래스루이스가 윤 후보 찬성안을 권고했고, 국내 자문사인 한국EGS평가원과 한국ESG연구소도 찬성 의견을 냈다.
ISS와 글래스루이스는 세계 각국의 기관투자자 등에게 의결권 행사 자문을 제공해 KT 지분 약 44%를 차지하는 외국인 주주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 관심이 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