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새 학기 단상...'사각지대'의 아이들과 배려와 포용
3월 새 학기 단상...'사각지대'의 아이들과 배려와 포용
  • 이영미
  • 승인 2023.03.25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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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아이를 둔 나 같은 사람들은 이른바 '진상엄마'들과 손 잡고 같이 가야...같이 배우고 나눠야 할 때

[이영미 칼럼] 학기 초가 으레 그렇듯 3월은 부모들도 아이들도 서로를 살피는 시기다. 나 역시 아이의 상태에 대해서 담임 선생님께 처음부터 말씀을 드려 놨기는 했지만 예상 못한 문제들이 일어날까 노심초사하게 되는 시기도 보통 3월이다. 

우리 아이야 장애 진단을 받고 도움반과 통합반을 오가면서 생활하고 있지만, 울지는 않는지, 혼잣말을 하거나 노래를 한다든지, 학습활동을 안 한다든지 할까봐 걱정을 했다. 다행히 아이는 생각보다 의젓하고 씩씩하게 학교 활동을 수행한다는 소식에 가슴을 쓸어 내렸다.

도움이 필요한 특수 학생은 도움반에서 수준에 맞는 ‘특성화 교육’을 받게 되고, 일반 교실 활동에서도 실무사 또는 공익근무요원이 오게 된다. 등, 하교를 비롯한 기본적인 학교생활을 익히는 것이 지상최대의 과제인 느린 아이 부모들은 그런 시설과 제도에 다소나마 마음을 놓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아이들이 있다. 이른바 사각지대에 있는 아이들이다. 준우는 호기심 많고 똑똑한 아이다. 말도 잘하고 인지력도 좋아서 글은 물론 수학 계산도 척척 한다. 문제는 불안감이 너무 심하다는 점이다. 처음 보는 교실에 들어가기 싫다고 발을 들여놓지 않으려고 해서 복도에서 큰 소리로 우느라 소란이 일어났다. 

사회성 증진이나 치료 교육 등을 모두 사교육...이를 감당하는 부모는 허리가 휘어 

정서 불안이 매우 높은 아이지만 준우는 교육청에서 실시하는 특수교육 대상자에 해당 되지 않는다. 문항과 관찰 등으로 평가를 해 봐도 문제 행동이 크거나 능력 부족으로는 안 나오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나 교육부, 학교에서 어떤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다. 사회성 증진이나 치료 교육 등을 모두 사교육으로 하느라 부모는 허리가 휜다. 

은서는 날 때부터 뇌 관련 질환으로 계속해서 약을 먹고 병원 치료도 받고 있다. 체육활동이 아니어도 일상생활이 힘에 겹거나 축 쳐져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쉽게 넘어지기도 해서 부모의 걱정이 끊이지 않는다. 거기다 체력적으로 약하다 보니 피로도 쉽게 느끼고, 학습 능력도 다소 떨어진다. 성취도도 적고 사회성도 떨어지는 편이라 친구도 없는 데다 성적도 잘 안 나와 힘들어하고 재미도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그 기준치가 특수교육 대상자의 그것에는 미치지 못해서 대상이 되지 않는다. 인지 치료를 비롯한 각종 비용과 학습 보충을 위한 교육비도 들어간다. 더 큰 문제는 은서에게도 보통 아이의 기대치가 적용되다 보니 결과가 다른 아이처럼 나오지 않는다고 게으르고 불성실한 걸로 비칠 때도 있다는 점이다.

준우는 학교에 가서도 교실이라는 낯선 곳이 불안해 소리 지르고 울기 때문에 부모는 준서를 도움반으로 보내 달라고 간청했지만 원칙에 어긋나서 안된다는 대답만 들었다. 준우 엄마는 고민 끝에 교육청에 민원을 넣었다. 은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학교 수업을 따르느라 집에서 학습 활동을 시연해보거나 미리 해 가느라 애를 먹고, 준비도 두 배로 해 간다. 복지나 혜택을 못 받는 것은 괜찮다고 한다. 

학교는 균형-질서가 원칙, 학부모는 공정함 원하지만 안타까운 사연들도 너무 많아

억울한 것은 주변에서는 준우 엄마와 은서 엄마를 드세고 불만 많으며 극성스러운 이른바 ‘진상’ 엄마로 본다는 것이다. 이런 아이들은 생각보다 많다. 느린 아이를 둔 나 같은 사람들은 이 엄마들과 손 잡고 같이 가야 된다고 믿고 있다. 느린 아이들은 모여서 같이 배우고 나눠야 할 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학생 숫자가 줄어든다지만 생각보다 학교에는 별 별 아이들이 많다. 다짜고짜 때리거나 남을 괴롭히는 아이, 킁킁대거나 괴상한 소리를 계속해서 내는 아이, 때리지 말라니까 옷을 잡아당기거나 발을 밟거나 밀치는 아이, 수업시간에 교실 밖으로 나가 복도를 걸어다니는 아이, 편식이 심해 급식을 먹지 않고는, 선생님은 나만 밥을 안준다고 집에가서 우는 아이도 있다. 

학교는 균형과 질서가 원칙이고, 학부모는 공정함을 원하지만, 그 모든 사람들 사이에는 수많은 사례와 틈새들이 있다. 안타까운 사연들도 너무 많다. 관심을 쏟되 조금만 한발씩 양보하면 어떨까. 준우나 은서맘에 손가락질하는 사람들도, 원칙이라며 거절하는 학교도 말이다. 

복잡다단하고 사연도 사건도 많아 어렵기는 매한가지지만. 사방에 지천으로 깔린 봄 꽃들과 새 소리를 누군가는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한다. 함께 살아간다는 건 생각을 넓히는 게 첫 번째가 아닐까 생각하게 되는 계절이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 소개

이영미<klavenda@naver.com>

동화작가/문화예술사

세종대학교 대학원 미디어컨텐츠 박사

경희대학교 대학원 신문만화

전 명지전문대 글쓰기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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