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균형과 건전재정...68조원의 돈이 남아도는 지방정부
수지균형과 건전재정...68조원의 돈이 남아도는 지방정부
  • 정기석
  • 승인 2023.04.04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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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소 추계의 근본원인은 과다한 이월금을 본예산 편성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기 때문...암묵적인 행정의 오랜 관행

[정기석 칼럼] “지방자치단체는 그 재정을 수지균형의 원칙에 따라 건전하게 운영해야 한다.”

지방자치법 제137조에 명시된 지자체의 재정운영 기본원칙이다. 수지균형의 원칙이란 지자체가 예산을 세우고 집행할 때 수입과 지출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대다수 지자체들은 매년 수입과 지출의 균형을 맞추지 않거나 맞추지 못한다.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 지급되는 예산을 합리적, 효율적, 계획적으로 집행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매년 과도한 잉여금이 발생하는 악순환의 굴레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최근 나라살림연구소가 발표한 243개 지자체의 2021년도 결산서를 분석결과를 보면, 전국 지자체의 잉여금 총액은 68조5000억원에 달한다. 2019년엔 66조5000억원, 2020년엔 65조4000억원으로 매년 70조원에 가까운 막대한 잉여금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중 광역지자체 잉여금은 19조8000억원, 기초지자체 잉여금은 48조7000억원으로 최근 3년간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용처를 잃은 ‘죽은 돈’ 순세계잉여금 31조원

잉여금이란 그해 세입에서 세출을 뺀 돈이. 차기 회계년도로 이월되는 이월금, 보조금 집행잔액에 초과세입, 불용액 등이 더해져 총액을 구성한다. 여기서 초과세입과 불용액을 따로 빼낸 것이 순세계잉여금이다. 따라서 잉여금보다는 순세계잉여금에 주목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미 그해에 용도와 목적이 사라져 다시는 사용할 수 없는 예산이기 때문이다, 마치 ‘유령같은 돈, 죽은 돈’이기 때문이다. 2021년 전국 지자체의 순세계잉여금 총액은 31조4000억원로 전체 잉여금의 절반에 가까운 48.5%를 차지하고 있다. 2019년에는 31조7000억원, 2020년에는 32조1000억원으로 비슷한 수준이다.

그런데 이게 ‘죽은 돈’의 정확한 실체와 규모가 아니다. 순세계잉여금 실제 규모는 이보다 더 크다. 지자체들이 잉여금의 일부를 ‘재정이 어려울 때를 대비해 적립하는’ 재정안정화기금이라는 별도의 ‘저금통’에 이체해 놓았기 때문이다.

2021년의 재정안정화기금 9조7000억원을 합한 2021년 전국 지자체의 순세계잉여금 총액은 41조1000억원으로 전체 잉여금의 60%를 차지한다. 2021년 지자체 총 세출(결산 기준) 433조5000억원의 8.2%에 해당하는 막대한 규모이다. 그런데 지자체 마다 이처럼 여유재원이 쌓여있는 게 돈이 없는 것 보다 좋은 것 아닌가. 그렇지 않다. 문제가 된다.

일단 국가 경제 전체의 관점에서 볼 때에도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의 재정정책은 국가 경제성장률에 밀접하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정부 지출이 늘어야 내수경기가 부양되고 대민 행정서비스 등으로 민생도 호전될 수 있다.

그런데 써야 할 예산을 쓰지 않아 순세계잉여금이 남아돈다면 그만큼 지자체가 경기를 부양하지 못하고 민생도 불편하고 불안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지자체의 여유재원이 늘면 중앙정부의 재정에도 그만큼 악영향을 미친다. 지방세, 세외수입등 자체 세원이 부족한 지자체들은 재정자립도가 낮기 때문에 중앙정부로부터 지방교부세나 조정교부금을 배부받는다.

그런 재정지원을 받는 지자체들이 잉여금, 순세계잉여금이 남아돈다면 이는 중앙정부가 불필요한 재원을 배부한 어이없는 꼴이 되는 것 아닌가. 심지어 재정자립도 10% 이하의 지자체임에도 여유재원을 30% 이상 보유한 지자체가 한두곳이 아닐 정도다.

수지균형 필요없는 ‘쟁여놓은 돈’ 기금 47조원

기금도 문제다. 지방자치단체는 특정 행정목적에 따라 기금을 운용할 수 있으며 기금은 예산과 달리 ‘회계연도 독립의 원칙’, ‘균형재정 원칙’ 등 예외를 적용 받으므로 당해연도 수입과 지출의 균형을 이루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나라살림연구소 분석 결과 전국 지자체가 운용하는 2,612개 기금에 조성된 재원은 2021년 결산 기준 47조5,399억원에 달한다. 광역 자치단체에서 28조1,152억원, 기초자치단체에서 19조 4,248억원 규모이다.

문제는 이 기금 또한 제대로, 적재적소에, 적시에 사용되지 않는 ‘쟁여놓은 돈’이 적지 않다는점이다. 2021년 말 조성액 기준 기금의 사용액은 전국 30.28%, 광역 자치단체 34.26%, 기초 자치단체 24.51% 수준에 그치고 있다.

물론 기금의 성격과 목적상 재난관리기금, 재해구호기금, 통합재정안정화기금, 청사건립기금 등 특정 목적을 위한 다년간 사업에 적합한 적립성 기금은 굳이 당해연도 수입과 지출의 균형을 맞추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기금에 묶여있는 기간과 규모가 너무 과도한 것은 아닌지 근본적으로 재고할 필요는 있다.

가령 기금의 관리를 효율적, 효과적으로 하지 못해 과도한 재원이 적립된 건 아닌가. 또 일반회계나 특별회계에서 돈이 부족해 특정 목적을 위해 특정계정에 재정을 적립하면 혹 ‘재정의 칸막이’로 작용해 재정운용의 비효율이 발생하지는 않는가. 이로 인해 행정력을 낭비하고 예산집행의 효율성이 저하되고 주민 행정서비스가 소홀해지지 않는지 전반적, 심층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이렇듯 지자체마다 금고에, 통장에 돈이 남아도는 현상은 왜 만성적, 고질적으로 발생하는걸까. 원인은 명확하다. 지자체들이 세입예산을 지나치게 과소 추계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1년 지자체가 추계한 세입예산은 365조7000억원, 세입결산은 502조원으로 136조3000억원의 초과세수가 발생했다. 과소 추계의 근본원인은 과다한 이월금을 본예산 편성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게 암묵적인 행정의 오랜 관행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원인을 알았으니 문제의 해결은 간단하지 않을까.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세입 예산을 과소 추계하는 게 문제의 원인이니 세입 추계의 정확도를 높이면 된다”고 한다. 그런데 그게 말처럼 그리 쉽지 않나. 추계 과정에서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부처간 소통을 원활하게 하면 될텐데 행정일선의 현장에서는 그게 쉽게 해결되지 않나.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왜 재정운영의 원칙을 지키지 못하고 매년 수지균형이 맞추지 못해 분식회계같은 거짓말까지 해야하는지.

연구위원은 “지출하지 못할 불용예산 발생할 사업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감액 추경을 해야 한다. 전년도 순세계잉여금도 다음 해 본예산에 충실히, 전액을 반영해야 한다. 순세계잉여금의 ‘저금통’ 역할을 하는 재정안정화기금의 설치ㆍ운용ㆍ지출의 기준도 적립한도액을 정하는 등 구체적으로, 원칙적으로 정해야 한다”며 수지균형야말로 재정운영의 기본원칙임을 거듭 강조한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정기석(tourmali@hanmail.net)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 연구위원

경상국립대 창업대학원 6차산업학과 비전임교원

前 국회정책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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