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는 자본주의 경제...사회적경제기본법 오늘날 더욱 절실
사회적경제는 자본주의 경제...사회적경제기본법 오늘날 더욱 절실
  • 정기석
  • 승인 2023.04.22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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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석 칼럼] 사회적경제기본법안이 10년 이상 장고와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19대에 발의된 법안이 21대인 이번 국회에서도 여, 야 간의 갑론을박이 멈추지 않고 있는 것. 다행히 지난달 국회 경제재정소위원회에서 논의된 결과를 보면, 이번 국회에서는 통과될 가능성이 엿보인다.

여전히 정부의 부정적 태도, 반대 의사 등이 가시지 않고 있으나 여당 측 간사가 정부 측에 통과될만한 수준과 내용으로 새로운 안을 제시하라는 긍정적인 의사를 일단 보였다. 야당인 민주당 측도 야당은 사경법 통과에 반대한다면 여당이 추진하는 경제 안보를 위한 공급망 안정화 지원기본법안을 반대한다며 법안 통과에 강한 전의를 내비치고 있다.

그런데 정부와 여당은 사회적경제에 왜 그토록 못 마땅한 것일까. 혹, ‘사회적경제는 사회주의 경제’라는 시대착오적인 무지 상태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한 것일까. 이번에도 정부가 내세우는 반대 주장은 공감과 이해가 쉽지 않다. 사회적기업 등이 이미 개별법으로 지원을 받는 상황에서 별도의 기본법 제정은 불가하다는 것.

가령 사회적기업은 고용부가, 마을기업은 행안부, 협동조합은 기재부가 관리하는 등 각자 개별 법령에 따라 관리되고 있으니 그 개별법으로 충분하다는 주장이다. 또 각 사회적경제조직들의 설립목적이나 운영방식 등이 모두 다른 상황에서 일률적으로 통합해서 지원하는 방식은 효과적이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렇지 않다. 개별법이라는 작은 그릇에 담지 못하는 사회적경제의 해법이 기본법안이라는 큰 그릇에 담겨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발의한 사회적경제기본법안에서는 대통령 소속으로 사회적경제발전위원회를 설치해 기본방향, 관련 정책 등을 심의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기재부에 모든 권한을 주고 육성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개별법에 따라, 부처별도 분산된 사회적경제 정책을 통합과 집중을 통해 사회적경제 정책의 효과와 성과를 높인다는 목적인 것이다. 비영리 사회적 기업 등에 국유재산을 무상 임대하고 연간 70조 원 규모인 공공기관 재화·서비스 구매액의 5~10%를 사회적 경제 조직에서 우선 구매한다는 내용 등도 사회적경제인들의 오랜 숙원이 반영된 것이다.

사회적경제는 사회주의가 아니다

여전히 여당을 비롯한 이른바 보수 진영 일각에서는 아직도 사회적경제를 두고 사회주의, 좌파 타령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국고를 좌파 시민단체의 현금 인출기로 전락시키고 혈세로 운동권 카르텔을 지원하자는 것”이라는 이념적 비판마저 서슴지 않고 내뱉는다.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등은 아무래도 사회혁신적이고, 공동체적인 성향을 지닌 세력들, 이른바 진보적 시민사회단체가 운영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게 현실이라는 편견이 강하다.

하지만 사회적경제는 그런 것이 아니다. 그들이 맹목적으로 염려하는 것처럼 사회주의도 아니고, 사회주의 경제도 아니다. 진보적 시민단체의 현금인출기, 운동권 카르텔의 전유물은 더더욱 아니다. 고용 없는 성장, 경제불평등이 낳은 양극화 현상, 계층간 갈등이라는 자본주의의 부작용, 아픈 상처를 공정하고 효과적으로 치유하려는 사회혁신적, 공동체적 정책해법일 뿐이다. 단지, 자본주의 경제의 개선책이자 보완책으로서 경제 민주주주의의 또다른 표현일 뿐이다.

사회적 경제가 지향하는 궁극의 목표지점은, 영리 추구와 공공의 이익이 함께 공존하는 사회를 실현함으로써 소외계층의 해소, 기회의 균등, 양성의 평등, 소수자 인권보고, 환경보호 등 우리 사회 공공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로써,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시장 논리만으로 공급되기 어려운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하고 취약계층 일자리를 창출하는 공익에 복무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렇듯, 사회적 경제는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혼합 경제 및 시장 경제를 기반으로 사회적 가치를 우위에 두는 경제활동을 말한다. 그래서 ‘사람 중심의 경제’, 경제 민주주의라고 불리는것이다.

무엇보다 사회적경제의 운영원리는 경제 민주주의의 그것에 다름 아니다. 민주적 의사결정, 사회적 목적의 추구, 지분에 근거하지 않은 경제적 성과 배분의 원리, 국가로부터의 독립성을 운영원칙으로 하는 경제주체가 만든다는 점 등이다.

그렇다면 사회적경제를 반대하는 주장은 곧 경제 민주주의를 반대한다는 뜻이 된다. 오로지 사사로운 이윤 추구만 할뿐, 상호 간의 호혜와 연대는 거부한다는 반사회적 행동으로 직결된다.

사회적경제는 자본주의 혼합경제

이번 사회적경제기본법안의 입법 취지도 일맥상통한다. 양극화 해소,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사회서비스 제공, 지역공동체 재생과 지역순환경제, 국민의 삶의 질 향상과 사회통합 등 공동체 구성원의 공동이익과 사회적가치의 실현을 위하여 사회적경제조직이 호혜협력과 사회연대를 바탕으로 사업체를 통해 수행하는 모든 경제적 활동으로 사회적경제를 규정한다.

심지어 현재 여당의 유력 정치인인 유승민 의원이 2016년 발의한 사회적경제기본법안에서도 “구성원 상호간의 협력과 연대, 적극적인 자기혁신과 자발적인 참여를 바탕으로 사회서비스 확충, 복지의 증진, 일자리 창출, 지역공동체의 발전, 기타 공익에 대한 기여 등 사회적 가 치를 창출하는 모든 경제적 활동”이라고 사회적경제의 의미와 가치를 평가하고 있다.

동서고금의 세계경제사를 살펴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사회적경제는 19세기초에 유럽과 미국에서 자본주의 시장 경제가 발전하면서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상호부조조합, 커뮤니티비즈니스 등의 형태로 출현했다. 불평등과 빈부격차, 환경파괴 등 다양한 사회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다.

한국사회에서는 1920년대 농민협동조합, 도시빈곤층의 두레조합 형태로 태동, 1960년대 신용협동조합 운동, 1980년대 생활협동조합 운동으로 이어졌다.

특히, 1997년 외환위기 이후에는 구조화된 실업문제, 고용불안, 심화되는 빈부격차, 쇠락하는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활기업,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자활기업협동조합 등을 사회적경제가 본격적으로 가동, 마침내 2007년 사회적기업육성법이 제정, 발효되기에 이르렀다.

2020년, 유럽연합은 ‘사회적경제’를 핵심의제 중 하나로 채택한 후, 금융위기, 외환위기 등 글로벌 위기상황 속에서도 사회적경제의 고용률이 증가해 경제회복에 크게 기여했다. 현재 유럽연합 27개국의 전체고용량에서 사회적경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6.3%의 수준에 달하지만 우리나라는 1.1%에 불과하다. 사회적경제기본법이 오늘날 우리 경제난국의 현실에서 더욱 절실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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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기석(tourmali@hanmail.net)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 연구위원

경상국립대 창업대학원 6차산업학과 비전임교원

前 국회정책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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