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 선순환은 ‘지역공공은행’으로
지역경제 선순환은 ‘지역공공은행’으로
  • 정기석
  • 승인 2023.05.03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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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석 칼럼] 지자체마다 인구 감소, 지역 소멸에 대한 위기감이 증폭하고 있다. 사람도 없고, 돈도 돌지 않아 폐장한 5일장 같은 지자체의 지역경제는 침체와 쇠락의 악순환 구조를 벗어나기 어려워보인다. 최근 들어 '지역공공은행'의 필요성과 중요성이 점차 부각되는 근본적 이유일 것이다.

지역공공은행이란, 지자체 예산으로 설립해 시민사회가 주요 의사결정 주체로 참여하는 은행을 말한다. 기존의 시중은행과는 지역성과 공공성의 가치에서 뚜렷한 차이를 띤다. 즉, 지역공공은행은 지자체 금고와 지역민의 예금으로 창출한 신용은 역외로 유출하지 않는다. 따라서 지역 내부에서 지역의 자금과 지역의 경제를 온전히 선순환시키는 핵심가치를 충실하게 추구한다.

물론 경남은행, 전북은행 등 일부 지방은행에서는 지역 재투자 의무를 이미 수행하고 있다. 또 한국은행 '금융중개지원대출' 관련 규정은 지방은행 중소기업 의무대출 비율을 60%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일반은행들의 수익중심주의에 바탕을 둔 지역자금의 역외 유출구조 때믄에 지역민의 금융 소외 및 배제, 지자체의 재정분권 등은 여전히 풀기 어려운 난제다.

지자체가 설립하고 지역사회가 운영하고

지역순환경제전국네트워크 공동대표 양준호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역공공은행'은 지역사회를 활성화하고, 지역 내 사회적 경제 기업, 시민·도시운동, 영세 소상공인 등 금융 소외계층, 재무구조가 취약한 지역 중소기업 등에 공공적 가치를 고려해 돈을 공급하는 지역의 공공적 가치를 우선하는 역할이 지역공공은행의 목적과 가치”라고 설명한다.

지자체 예산을 수탁해 신용 창조 토대로 삼고, 시민사회가 여신 운용 의사결정에 참여해 지역 내에 필요한 곳에 금융을 공급하는 구조를 지역공동은행을 통해 구축하자는 제안이다.

양 교수는 “지금까지의 구조로는 금융의 지역 소외 현상을 막을 수 없다”면서, “시중은행이 지역을 기반으로 창출한 신용자금이 지역에 돌아가지 않는 점, 이러한 '실패'를 보완하고자 지자체가 운영하는 신용보증정책 역시 시중은행과 같은 '신용등급'을 기준으로 두는 바람에 정작 금융이 필요한 시민이 혜택을 보기 어렵다”는 문제점도 더불어 제기한다.

일반적으로 지역공공은행 설립의 필수조건들은 은행 설립 재원, 의사결정 구조, 의사결정 기준 등 세 가지로 정리된다. 구체적으로, 지자체가 출자·설립할 것, 지자체 금고를 수탁할 것, 이를 기반으로 상업은행처럼 '신용창조' 과정을 거쳐 대출 기반을 마련할 것, 지역 시민사회가 은행 의사 결정을 주도할 것, 지역 공공성을 기준으로 대출 대상·금리 수준을 결정할 것 등이다.

양 교수에 따르면, 지역공공은행이 시중은행과 같은 구실을 하려면 법 개정이 필요하지만, 새마을금고 같은 형태라면 현재 상태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또한 기존의 지방상업은행들도 '지역공공은행'과 경쟁이 아닌 상호호예적이고 상호보완적인 생산적인 상생 관계를 얼마든지 맺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가령, 지역공공은행이 2차 금융시장에서 상업은행이 보유한 채권들을 사들이며, 그 과정에서 금융 소외계층에게 간접적으로 금융을 공급할 수 있고 상업은행들도 저신용 채권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자금이 필요하지만 신용이 부족한 곳에 지방은행과 함께 공동 투·융자하면, 위험을 줄이면서 지역 경제를 활성화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역의 농가와 중소사업자를 지키는 보루

최근, 오은미 전북도의원도 지역경제 활성화와 중소 상공인 및 금융약자를 위한 전북형 지역공공은행 설립을 제안했다. 이를 통해 자금의 역외유출을 막고, 지역 내에서의 재투자 및 환류를 통해 지역발전을 도모하자는 요구인 것이다. 지역연고의 전북은행이 지방은행으로서 대출금리 인하 등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요구가 높은 시점에서 제기된 혁신적 대안이라 전북도민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제주도에서도 지난 지방선거에서 박건도 제주도의원 후보가 지역순환경제 구축을 위한 제주형 지역공공은행을 설립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이른바 제주형 지역공공은행은 제주특별자치도 등 공공기관이 보유한 예산, 재산 등을 공적으로 운용하는 공영은행을 의미한다.

이로써 지역에서 발생한 수익을 정책에 연계해 사회적 안전망 자금으로 만들어내자고 주장했다. 특히 제주도에 지역공공은행이 설립되면 기존 상업은행의 금융서비스 이용에 제약을 받고 있는 금융소외계층을 위한 금융 서비스 지원 및 교육, 공익사업 재원마련을 위한 사업투자 지원을 적극 수행할 수 있다는 지역적, 사회적 기대효과를 특히 강조했다.

물론 오늘날 우리 금융산업이 처한 현실에서 지역공공은행 설립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한계와 난관이 적지 않다. 일단, 현행 은행법은 지자체가 은행 주식의 15%까지만 출자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역공공은행이 설립되려면 법 개정 또는 특별법 제정이 선행돼야 하는 것이다.

선진 외국에서는 이미 성공한 사례가 적지 않다. 1919년 미국 노스다코다주 정부 예산 200만 달러로 설립된 노스다코다은행(BND)은 이후 100년 넘게 지역 소농·소상공인 저리 금융 지원, 지역 대학생 학자금대출, 사회간접자본, 주택 공급 등을 지원하고 있다. 지자체가 지방채를 발행하면, BND가 즉시 구입하는 등 주정부의 모든 자금을 BND가 관리하도록 법제화했다. 캐나다 앨버타주립은행, 독일 스파르카센, 일본 도쿄도립은행 등도 지역공공은행의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지역에서 '공공적인' 금융을 발휘, 담보할 수 있는 지역공공은행은 지역경제를 살리고 지방자치단체 재정 수준을 양적, 질적으로 제고시킨다. 심지어 통화발행권이 없는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정부통화 내지 공공통화를 발행한 것과 동일한 수준의 정책 효과를 거둘 수도 있다. 이로써 지자체의 중앙정부에 대한 종속을 완화시키고 지방정부의 지역재생 정책을 원활히 지원함으로써, '지방소멸'의 위기를 막는 지역경제 최후의 보루 역할을 감당할 수 있다.

노스다코타 지역사회가 노스다코다은행(BND)을 설립한 최초의 목적은 '주 정부가 관할하는 지역 안의 농가와 중소사업자(중소 영세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지역 밖의 은행과 금융자본가, 그리고 마피아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우리 지역에 지역공공은행 절실히 필요한 명확한 이유이자 명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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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기석(tourmali@hanmail.net)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 연구위원

경상국립대 창업대학원 6차산업학과 비전임교원

前 국회정책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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