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그리고 학교...체벌의 추억과 느린아이들
5월 그리고 학교...체벌의 추억과 느린아이들
  • 이영미
  • 승인 2023.05.21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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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아픈 아이를 무지막지하게 때리고 벌주는 학교는 없어...우리 아이들에게 따뜻한 손길과 마음을

[이영미 칼럼] 감사할 날이 많은 5월이다. 이맘때가 되면 어린 날의 추억과 함께 철없던 나를 바르게 이끌던 선생님들이 떠오른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두 번 다시 떠올리기 싫은, 그런 학교와 교사에 대한 기억도 함께 떠오른다.

중학교 때였다. 철모르던 시절, 나는 호기심도 많고 반항기도 있는 데다가 까불까불해서 쥐어박히기도 하던 애였다. 더욱이 내가 다녔던 학교는 엄격함을 넘어 지독하게 학생을 때리던 그런 학교였다.

당시 학부모들은 가정통신문에 할 말을 적어넣으라고 하면, “매로 다스려 주십시오.”라고 쓰곤 했다. 활기차고 자유분방한 것은 그저 내리눌러 얌전하게 만드는 게 정상이라고 믿던 시절이었으니까. 지금은 상상도 하기 어려운 체벌이 왕왕 일어나던 시대였다.

조회 시간에 강당에서 있었던 일이었다. 내 바로 앞줄에 앉았던 한 아이에게 학생주임의 무지막지한 강스파이크와 발길질이 날아들었다. 친구와 웃고 떠들었다는 이유였다.

반복되는 선생님의 매질...옷에 영어가 씌어있는 것도 규칙 위반

규칙과 체계가 있는 체벌도 아니었다. 한 선생님의 매질은 그날의 기분에 따라, 상황에 따라 달랐는데, 책상 위에 무릎을 꿇게 하고 발로 차거나, 아이를 벽에 들어 내던져 온 몸에 멍이 들고 뼈에 금이 가서 병원에 가기도 했다. 교실에서 나간 뒤 교실 문을 ‘쾅’하고 닫았다는 이유였다.

지금까지도 잊히지 않는 기억이 있는데, 그날은 복장 검사를 했었다. 교복이 없던 때였지만 학교 규율이 엄격해, 조금이라도 불량한 옷을 입으면 매를 맞았는데, 옷에 영어가 씌어있는 것도 규칙 위반이었다. 영어가 써있는 옷을 입으면 불량해 보인다는 이해 못할 이유였지만, 당시 중학생들이 주로 사 입는 편한 티셔츠에서 영어 몇 자 박혀있는 옷은 너무 흔했다.

별생각 없이 엄마가 시장에서 사 온 옷을 입었을 그 아이들은 강당에서 전교생 앞에서 앞으로 불려 나와 망신을 당하고 벌을 서고 매도 맞았다. 그런데 그 따라, 전교의 분위기가 싸늘해져 있었다. 체육 교사가 욕설을 하며 아이들 복장을 지적하고 화를 내고 있어서 공포감에 아무도 나서지 않았지만 뭔가 잘못됐다는 분위기가 불편하게 그 공간에 떠돌고 있었다.

한쪽 다리가 불편해 심하게 절던 아이, 그 아이가 울면서 벌을 받고 있었다. 누가 봐도 그 아이의 옷차림은 하나도 불랑해 보이지도 비싸 보이지도 않고, 그저 불편한 몸을 조금이라도 덜 불편하게 다닐 수 있도록 입은 편안한 옷으로 보였다. 울고 있는 그 아이가 얼마나 억울하고 서러웠을지 지금 그 생각만 하면 지금이라도 내가 대신 교사 폭력 미투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과거 인권이나 약자 배려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던 시대를 살아

개인의 권리나 자유가 단체의 질서와 권위에 묻히던 때였고 인권이나 약자 배려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던 시대였다. 한 반에 60명의 학생을 교사 한 명이 감당하기에는 벅차기도 했을 것이다. 물론 지금은 다르다. 일단은 학생 수가 적고, 주위에 보는 눈들도 많은데다 인터넷, CCTV 등 증거 기록장치도 많아진데다가 법과 규칙도 예전과는 다르다.

그러나 들려오는 얘기들이 마냥 편한 것만은 아니다. 느리고 부족한 아이인데, 담임교사에게 아이 특성을 충분히 설명했음에도 불구하고 못한다, 못 따라온다며 지적을 받는다는 얘기도 있었고, 아이가 또래와 어울려 놀지 못한다고 놀이터에서 반 강제로 쫓겨났다는 얘기도 들렸다.

얼마 전 스승의 날, 큰 아이는 작년 담임선생님을 찾아가 인사를 드렸다. 작은 아이도 작년 특수반 선생님께 오랜만에 연락을 드렸다. 느린 아이임에도 기다려주고 믿어주고 예뻐해 주신 작년 선생님은 환하게 웃으면서 아이가 많이 컸다고 대견하다고 얘기해 주셨다.

요새 아픈 아이를 무지막지하게 때리고 벌주는 학교는 없다. 우리 아이들에게, 아직 세상의 장벽은 높고 차갑다지만 이처럼 따뜻한 손길과 마음들도 많은 세상이니까 똑바로 앞을 보고 걸어가자고 그렇게 얘기하고 싶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 소개

이영미<klavenda@naver.com>

동화작가/문화예술사

세종대학교 대학원 미디어컨텐츠 박사

경희대학교 대학원 신문만화

전 명지전문대 글쓰기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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