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대표 저격, 대통령이 나설 일인가
야당 대표 저격, 대통령이 나설 일인가
  • 김명서
  • 승인 2023.05.22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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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에 얼룩진 정치인의 꼼수”, 국정파트너로 인정 못하겠다는 선언

[김명서 칼럼] “비리에 얼룩진 정치인들의 국면 전환용 꼼수에 불과하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5‧18 민주화운동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는 ‘원포인트 개헌’을 제안한 데 대한 대통령실의 반응이다. 김남국 의원의 ‘거액 코인 보유 논란’ 등 민주당을 흔들고 있는 대형 파문들을 ‘물타기’하려는 속셈이라는 뜻이다. ‘정치인들’이라고 복수로 표현했지만 표적은 이 대표일 수밖에 없다. ‘비리’하면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떠오르고, 개헌을 제안한 당사자도 이 대표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의 반응은 ‘관계자’의 입을 통해 기사화됐다. 그러나 주체는 윤석열 대통령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대통령의 ‘허가’ 없이 대통령실에서 제1당 대표를 겨냥해 “비리”, “꼼수” 등 과격한 표현을 섞어 공개적으로 직격할 사람은 없다. 따라서 여기에는 이 대표에 대한 윤 대통령의 생각이 그대로 함축돼 있다고 추론하는 것이 타당할 것 같다.

윤 대통령에게 이 대표는 ‘범죄 피고인’라는 인식이 확고한 듯하다. 이 대표와의 ‘대화 단절’이 그 징표다. 윤 대통령은 취임 1년이 지나도록 이 대표와 제대로 얼굴을 맞댄 적이 없다. 작년 8월 취임한 이 대표가 몇 차례 ‘영수회담’을 제안했지만 이런저런 구실로 무시했다. 두 사람의 만남이 검찰과 사법부에 대한 모종의 시그널로 비춰질 가능성을 대통령실이 껄끄러워 한다고 전해진다. ‘범죄 피고인’과 ‘억지웃음’으로 마주하기 싫다는 윤 대통령의 ‘검사 본능’이 작동했기 때문이라는 얘기도있다.

하지만 대통령실의 ‘원포인트 개헌’ 관련 반응은 여러 모로 비판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비리에 얼룩진 정치인“ 등 표현부터가 국정 최고책임자로서는 부적절했다. 이 대표는 물론 더불어민주당을 더 이상 국정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선언처럼 들리기도 했다. 반면 여당인 국민의힘 반응은 온건하고, 나름대로 합리적이었다. 김기현 대표는 ”5‧18 정신을 담겠다고 한 것은 대통령 공약이고 우리당도 갖고 있는 입장“이라면서 ”할 수 있는 실천적 방안을 찾아가겠다“고 원론적으로 언급했다. 대통령실은 반응은 김 대표 수준에 그치는 것이 옳았다.

대통령실도 총선 몰입 모드?…민주당 ‘대형 악재’ 속 과잉 대응 잇따라 

이 점에서 대통령실이 나선 것 자체가 ‘과잉 대응’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곁들여 대통령실이 내년 총선을 의식해 지나치게 정치에 매몰돼 가고 있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다. 구체적인 조짐은 지난 번 국민의힘 대표 선거 때부터 나타났다. 윤 대통령은 당시 나경원 전 의원의 출마를 막았고, 대통령실 관계자는 안철수 의원에게 “아무 말 안하면 아무 일도 없을 것”이라고 압박을 가했다. 그 결과 당 지도부는 ‘친윤’ 일색으로 꾸려졌고, 당에서 나오는 주목할 만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윤 대통령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대통령실의 총선 몰입은 지금과 같은 국회 구도로는 무엇 하나 제대로 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거대 야당의 ‘발목잡기’와 ‘입법폭주’에 대한 여권의 불만은 1년 내내 이어졌다.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은 많았지만 손발이 꽁꽁 묶여 있다는 하소연은 ‘현재진행형’이다. 여권 전반의 사정을 감안할 때 원내 안정 의석 확보가 가장 절실한 사람은 대통령인 것도 분명하다.

윤 대통령은 취임 1년을 넘기면서 자신감에 차 있다고 한다. 대통령이 기본적으로 접하는 정보가 엄청난데다 업무 파악 능력도 뛰어나 일처리에 거침이 없다고 알려지고 있다. 히로시마 G7회의 참석으로 이어진 외교적 성과 등은 최근의 지지율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의 ‘대형 악재’들은 이러한 자신감을 한층 부추겼을 가능성이 크다. 이재명 대표의 다양한 ‘사법 리스크’만으로도 총선용 ‘필승카드’로 차고 넘친다고 여기는 판에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에다 ‘김남국 거액 코인 보유 논란’까지 잇따랐으니 그럴 법도 하다. 여권 쪽에서는 내년 4월 총선까지 계속 즐길 수 있는 ‘꽃놀이패’로 여기고 있다.

대통령 정치의 본령은 “국민 편하게 해주는 것”...정치 갈등 전면 등장 자제해야 

윤 대통령이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하지 않은 배경에는 민주당에 대한 비판 여론을 흩트리지 않겠다는 계산도 깔려있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한 때 유력시됐던 개각을 연기한 것도 마찬가지다. 후임 각료 인사청문회가 열리면 야당의 대대적인 공세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당의 악재가 여당의 총선 승리를 담보한다는 보장은 없다. 최근 여당에 대한 지지율이 야당을 앞선다고는 하지만 지난 1년간 여야 지지율은 엎치락뒤치락하는 양상을 보여 왔다. 대통령의 섣부른 관여는 지지율 상승에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얼마 전에는 윤 대통령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인사가 “윤 대통령이 보수만 챙기고 있다” “검사 출신만 챙기고 있다”고 지적한 사실이 언론에 부각되기도 했다. 

어떤 이유에서든 대통령이 정치적 갈등의 중심에 서는 일은 삼가야 한다. 지금과 같은 여야 극한대결 상황에서는 대통령 본인이 최우선 표적이 되어 심각한 정치적 내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적절히 막을 만한 ‘방탄용 수단’도 없다. 국정은 표류하고 정치 전반이 무력화할 개연성이 크다. 

대통령은 국정 최고책임자답게 국민을 편하게 해 주는 일에만 매진하는 것이 정답이다. 그게 대통령 정치의 본령이기도 하다. 여기에다 정치의 자율기능, 즉 협치와 대화를 살리는 일에 대통령이 기여할 수만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대통령 정치의 상대는 야당이 아닌 국민이다. 

“비리에 얼룩진 정치인”을 언급한 대통령실의 반응은 보수 지지층 30%를 뺀 나머지를 등 돌리게 할 소지가 큰 ‘자충수’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안철수 의원에게 했다는 “아무 말 안하면 아무 일도 없을 것”이라는 말은 이 경우에도 유효하다. 

<필자 소개>

김명서(clickmouth@hanmail.net)

-서울이코노미뉴스 부회장

-전 서울이코노미뉴스 대표, 주필

-전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심의실장

-전 서울신문 편집담당 상무

-전 서울신문 사회부장, 정치부장, 논설위원,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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