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성으로 끝난 '세계 책의 날' 행사...관련 법 제정에 나서야
일회성으로 끝난 '세계 책의 날' 행사...관련 법 제정에 나서야
  • 조석남
  • 승인 2023.05.29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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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열악한 출판문화계 현실과 취약한 독서층을 감안할 때 '활자문자진흥법'을 통한 지원은 필수적

[조석남의 에듀컬처] 지난달 23일 '세계 책의 날'을 기점으로 책 관련 행사와 캠페인이 다양하게 진행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과 함께 책드림 행사, 전국 서점과 출판사가 참여하는 북마켓, 작가와의 만남, 체험 이벤트 등의 독서 문화 행사를 전개했다.

국립중앙도서관과 출판 관련 기관-단체, 지자체들도 다양한 행사를 펼쳤다. 서울시가 '세계 책의 날'에 맞춰 개장한 야외 도서관 '광화문 책마당'과 '책읽는 서울광장'에는 3주 동안 약 12만명이 방문하는 성황을 이루기도 했다.

'세계 책의 날'은 세계인의 독서증진을 위해 유네스코가 지난 1995년 제정했다. 이 기념일은 독서와 저술 및 이와 밀접하게 연관된 저작권의 증진에 기여하면서 책의 창조적, 산업적, 정책적 측면 등 다양한 면모를 끌어내는데 그 목적을 갖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기념 행사가 일회성, 단발성으로 그친다는데 있다.

자연선택에 따른 유전적 진화의 결과든, 문화적 진화의 소산이든 사람들은 좋은 걸 본능적으로 안다. 그런데 책은 묘하다. 개인적 경험만이 책을 좋아하고 자꾸 찾게 만들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독서 경험이 없거나 아예 접근조차 못한 경우 책을 좋아하기는 어렵다.

우리는 독서를 통해 즐거움과 기쁨을 느낄 뿐만 아니라 인생의 지혜를 얻고 보다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게 된다. OECD에서는 미래사회에서 지녀야 할 가장 중요한 역량으로 ‘문해력’을 제시한 바 있다. ‘문해력’이란 '다양한 내용에 대한 글을 이해·해석·창작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하는데, 이 문해력은 독서교육을 통해 가장 효과적으로 길러진다.

'성인 10명 중 3.5명은 1년에 책을 한 권도 안 읽었다'는 충격적인 조사 결과

그러나 유튜브, 틱톡 등 짧고 중독성이 강한 영상매체의 접촉 빈도가 늘어나면서 전 세계적으로 청소년 독서 활동 및 문해력 저하에 대한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책 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독서를 실천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다.

이는 국민 독서실태 조사로도 입증된다. 얼마전 '성인 10명 중 3.5명은 1년에 책을 한 권도 안 읽었다'는 충격적인 조사결과가 있었다. 반면 책을 즐겨 읽는 층은 1년에 읽는 책의 수가 증가했다. 세계 제일의 디지털 강국이자 세계적인 출판 대국임에도 불구하고, 책 읽는 사람만 독서량이 증가하는 '독서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필자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활자문화부흥운동'을 제창했다. 또한 이의 실현을 위해 '활자문화진흥법'의 제정을 지속적으로 촉구해왔다.

활자는 편집이라는 작업을 통해 정보에 뼈대를 부여한다. 예컨대 신문에는 표제가 있고 기사의 장단이 있어 날마다 쏟아져 나오는 정보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책에는 단락과 목차가 있어 저자 생각의 구조를 분명하게 할 수 있다.

때문에 활자는 매우 중요한 매체다. 문자는 인간의 역사와 함께 태어났고, 활자는 지식이 전 인류의 것이 됐을 때에 태어났다. 활자문화는 인간 본연의, 인간다운 자세 그 자체이다. 21세기에 더욱 더 성장해야 할 정보세계가 무질서하게 표류하는 '방랑아', 기형적인 '비만아'가 되지 않으려면 확실한 닻과 뼈대를 준비해야 한다.

젊은 세대가 독서 기피하면 미래 없어...독자를 어떻게 '만들'것인가 고민해야

우리의 열악한 출판문화계 현실과 취약한 독서층을 감안할 때 '활자문자진흥법'을 통한 지원은 필수적이다. 앞으로 법 제정에는 초당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현재 유사한 법률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모두 유명무실한 법률로 상투적이고 산발적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젊은 세대가 독서를 기피하는 나라에는 미래가 없다. 인터넷 정보는 시간적, 경제적 효율 측면에서 유용하지만 활자문화의 뒷받침 없이는 '사상누각'이 될 수 있다. 활자문화와 뿌리를 공유하지 않는다면 자칫 '영혼이 없는 지식'으로 흐를 수도 있다.

독자에게 다가가려는 노력도 물론 소중하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으로 어떻게 독자를 '만들'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 출판계, 그리고 시민사회단체가 공공자금을 만들어 도서관이나 유사 기능을 하는 독서 커뮤니티를 지원하는 것, 즉 독자를 '만들어 내는데' 돈을 투자해야 한다. 공공도서관을 늘리고 도서구입비에 세제 혜택을 주면 난마와 같이 얽힌 출판 생태계 문제도 풀어나갈 수 있다.

우리가 꿈꾸는 '책의 세계'는 대체 어떤 곳일까. 작은 소망들이 모여 아름다운 현실을 만들어 가는 곳이고, 누구도 차별 없는 지식을 얻으면서 상상의 날개를 맘껏 펼칠 수 있는 곳이다. 그런가 하면 맑은 영혼을 가진 우리 모두가 미래를 그리는 공간이기도 하다. 작은 노력으로 큰 깨달음을 얻을 수 있으니 생각해보면 이만큼 효율성 있는 투자가 어디 있겠는가.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 소개>

조석남 (mansc@naver.com)

- 한국골프대 부총장

- 전 한국폴리텍대학 익산캠퍼스 학장

- 전 서울미디어그룹 상무이사·편집국장

- 전 스포츠조선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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