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증권의 '요지경' 경영...유럽 부동산과 김택진 기업 투자서 큰 손실
KB증권의 '요지경' 경영...유럽 부동산과 김택진 기업 투자서 큰 손실
  • 최영준 기자
  • 승인 2023.05.31 16:17
  • 댓글 0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룩셈부르크 부동산 투자 업체에 돈 댔다가 올 1분기 순손실 421억원 발생...KB증권도 621억 거액 손상차손

박정림 사장, KB금융 내 영향력 확대, 자본시장·CIB 등 총괄...만기 불일치 자산운용 및 자전거래 의혹에 '발목'?

[서울이코노미뉴스 최영준 기자] 올 1분기(1~3월) KB증권(사장 박정림)이 룩셈부르크 등 유럽 부동산투자와 국내 로보어드바이저 업체 디셈버앤컴퍼니자산운용(이하 디셈버)에 대한 지분투자 등에서 거액의 손상차손을 입은 것으로 밝혀졌다.

디셈버는 AI활용 간편 주식투자 플랫폼 ‘핀트’로 유명한 시스템소프트웨어 개발업체로, 엔씨소프트 창업자 겸 최대주주인 김택진 대표와 윤송이 엔씨소프트 사장 부부가 최대주주인 업체다.

또 손상차손이란 자산가치의 급격한 하락으로, 자산의 회수 가능액이 장부금액에 현저하게 못미칠 때 그 차액 만큼 장부가격을 미리 줄여 버리는 것을 말한다. 장부가 하락액은 영업외 비용으로 처리돼 그만큼 그 해 당기순이익을 까먹게 만든다. 현재의 업황부진 또는 미래 성장전망 불투명 등을 감안, 해당 투자의 장부가를 줄여버림으로써 미리 손실로 반영해 버리는 것을 보통 의미한다.

30일 KB증권 분기보고서 등에 따르면 KB증권은 지분 53.25%를 갖고있는 종속기업이자 수익증권인 베스타스일반사모부동산투자신탁 38호(이하 베스타스38호)에서 올 1분기중에 무려 621억원(별도기준)의 손상차손을 인식했다.

베스타스38호는 지난 3월말 기준 자산 2034억원, 부채 48억원 규모의 수익증권으로, 올 1분기중에 영업수익(매출) 134억원, 당기순손실 11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작년 전체로는 116억원 흑자를 냈던 베스타스38호가 올 1분기에 이같은 순손실에 거액의 손상차손을 만든것은 룩셈부르크 현지 부동산투자업체인 종속 손자회사가 올 1분기에 대규모 순손실을 냈기 때문이다.

베스타스38호는 룩셈부르크 소재 부동산투자업체인 Lumen International Developments의 지분 100%를 갖고 있고, Lumen International Developments는 또 같은 룩셈부르크 부동산투자업체인 VREF Shaftesbury ScSp.의 지분 100%를 소유중이다.

VREF Shaftesbury ScSp는 베스타스38호의 종속 손자회사가 되는 셈이다. 베스타스38호는 VREF Shaftesbury ScSp에서 올 1분기 중에 모두 442억2800만원에 상당하는 손상차손을 인식했다.

KB증권 분기보고서는 “VREF Shaftesbury ScSp가 보유한 투자부동산에 대한 임차인 퇴거요청 등의 손상징후가 발생, 추정 회수가능금액이 장부금액보다 낮아 442억원을 손상차손으로 인식했다”면서 “추정 회수가능금액은 당분기말 현재 입수가능한 자료를 활용해 산정했으며 이후 지속적으로 변동사항을 반영해 재추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AI주식투자플랫폼 '핀트'로 유명한, NC 김택진 대표 개인기업 디셈버에서도 올1분기 191억 손상차손 인식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이 없어 구체적인 해당 부동산 소재 등을 알수 없지만 투자한 부동산에 세들어 있던 세입자들이 임차료 등을 제대로 내지않아 퇴거요청 중이고, 그래서 대규모 투자손실이 발생하고 있다는 설명으로 추정된다.

실제 이 종속 손자회사는 지난 3월말 기준 자산 3731억원, 부채 2620억원에, 올 1분기 매출은 38억원에 불과한데 비해 3개월 순손실은 무려 421억원에 달했다. 22년 1분기에는 매출 51억원에 순손실 12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올들어 매출은 더 줄고 손실은 더 확대됐다.

이 때문에 바로 위 모기업인 Lumen International Developments의 올 1분기 매출은 0, 순익은 28억원 적자를 보였고, 그 위 모기업인 베스타스38호도 올 1분기에 11억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한 금융계 관계자는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국내 대형 증권사들은 미국 등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 부실화 때문에 몇 년전부터 이미 곤욕을 치른 바 있는데, KB증권도 세계적인 고금리와 경기불황 등의 영향으로, 룩셈부르크 등 유럽 부동산투자에서 이제 부실사태를 맞고있는 것이라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로보어드바이저(로봇자산괸리서비스) 업체 디셈버의 경우 KB증권이 올 1분기중에 모두 191억원(연결기준 122억원)의 손상차손을 인식했다. 작년에도 81억원을 손상차손으로 인식했다. 이 때문에 초기 300억원이던 KB증권의 디셈버 투자지분평가액은 지난 3월말 26억원으로 급감했다. 투자액을 거의 대부분 날린 셈이다.

박정림 KB증권 사장 <사진=KB증권 제공>

디셈버는 지난 3월말 기준 자산 288억원, 부채 128억원에 1분기 영업수익(매출)은 3.4억원에 불과하고 분기순손실은 91억원에 달했다. 2022년과 21년의 순손실도 각각 320억원 및 207억원이었다. 해가 갈수록 매출은 더 줄어들고 적자폭은 계속 확대되는 회사다.

디셈버는 2013년 8월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와 엔씨소프트 투자경영실장 출신인 정인영 디셈버 대표가 함께 설립했다고 한다. 22년 3월말 기준 주주 구성을 보면 김택진 39.1%, 윤송이 27.7%, 엔씨소프트 18.2%, KB증권 9.8%(무의결권전환우선주 7.8% 별도), 비씨카드 5.2% 등이다.

배후에 엔씨소프트가 있고, 또 최대주주가 김택진 부부인데다 유망해 보이는 AI 등 요란한 기술력 과시에 KB증권과 비씨카드도 흔쾌히 대규모 투자에 동참했던 것으로 보인다.

디셈버는 2019년 4월 자체 개발한 금융투자 플랫폼 프레퍼스(PREFACE)와 AI 투자 엔진 아이작(ISSAC)을 기반으로, 국내 최초 모바일 기반 비대면 투자일임 서비스 핀트를 출시했다. 22년 4월 기준 누적 투자 일임 계좌 수 20만개를 돌파했으며 누적 회원 수 4만명, 투자일임금액(AMU) 1100억원을 넘어섰다고 한때 대대적으로 홍보하기도 했다.

매출 계속 줄고 적자폭은 확대 때문....이 2건 814억원 손실로 KB증권 올1분기 당기순익 장사 크게 망쳐

하지만 이런 겉 치장과 달리 매출은 계속 줄고 적자는 더 늘어나기만 했다. 결국 올들어 KB증권까지 초기 투자금을 대부분 까먹을 정도의 대규모 손상차손을 인식, 일찌감치 손을 들어 버렸다. 초기부터 디셈버 대표를 맡아오던 정인영씨는 최근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 회사 지분은 김택진 부부와 엔씨소프트 쪽이 85%로, 훨씬 커지만 출범 당시 엔씨소프트와 KB증권은 똑같이 300억원씩 출자했다고 한다. KB증권은 보통주 9.8%와 무의결권전환우선주 7.8%만 받고 300억원을 내놓았다. 그만큼 회사의 성장가능성을 높게 봤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KB증권은 출자 3년만에 투자금 300억원을 거의 대부분 까먹은 꼴이 되어 버렸다. 물론 디셈버가 다시 살아나 흑자전환에 성공한다면 지분평가액은 다시 늘어나겠지만 현재로선 그렇다는 얘기다.

손상차손은 기업 회계장부에서 영업외비용으로 처리된다. 영업외비용이 많을수록 영업이익이 크더라도 당기순이익은 그만큼 줄게 된다. KB증권의 올1분기 보고서상의 영업외비용 항목중 관계기업및종속기업 투자관련손실은 모두 814억원(별도기준)에 달했다. 전년동기의 이 금액은 불과 1.8억원이었다. 무려 800배 가량 손실이 늘어난 것이다.

KB증권의 올 1분기 별도기준 영업외비용 합계는 966억원으로, 전년동기 8억원의 120배에 달했다. 이 때문에 KB증권의 올 1분기 및 22년 1분기 별도기준 영업이익은 각각 2505억원 및 1572억원으로, 올 1분기가 전년동기보다 영업을 더 잘했는데도 당기순이익은 각각 1256억원 및 1304억원으로, 작년 1분기가 더 많아져 버렸다. 이 손실규모는 당기순익의 3분의2에 달하는 것으로, 손실이 없었다면 올1분기 별도 당기순익은 2천억원이 넘었을 것이다. 

이 두 건의 대규모 손상차손이 KB증권의 올 1분기 장사를 크게 망쳐버렸다고나 할까. 그나마 국내외 연결 종속 자회사들이 장사를 잘 해줘 KB증권의 1분기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1419억원으로, 전년동기 1159억원보다 겨우 플러스가 되었다.

코로나19 사태가 거의 극복된 작년 이후 국내 대형 증권사들 중 이같은 대규모 손상차손을 입은 증권사들은 거의 없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증권업계 랭킹 1위인 미래에셋증권 정도가 오래전부터의 과도한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 후유증으로, 올 1분기 857억원(별도기준 전년동기 517억원)의 종속기업투자자산 손상차손을 인식했을 뿐"이라며 "하지만 미래에셋증권은 회사 볼륨 자체가 KB증권보다 훨씬 큰데다 다른 부문의 영업실적이 워낙 좋아 이 손상차손은 그리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채권돌려막기에 위장거래' 악재 직면한 박정림 KB증권 사장...'악재' 돌출에 KB금융 회장 '대권 가도'에 '암초'

한편 여성 CEO로서 탄탄대로를 달려오던 박정림 KB증권 대표이사 사장이 대형 '악재'에 직면했다. 금융감독원이 증권가에 만연한 '채권 돌려막기' 관행 척결 의지를 표명한 가운데 KB증권이 법인 고객에게 단기 투자 상품을 팔며 장기 채권에 투자하는 ‘만기 불일치 자산 운용’을 하다 적발된 탓이다.

이 과정에서 900억원에 이르는 평가손실을 냈으나 이를 감추기 위해 ‘자전거래’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정림 사장은 양종희·허인·이동철 KB금융 부회장 등과 함께 오는 11월 임기가 만료되는 윤종규 회장 자리를 넘겨받을 차기 회장 후보군에 이름이 거론돼 왔다. 

그가 은행권 최초로 여성이 회장에 오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지만, 이번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 사장은 앞서 지난 2020년 금감원으로부터 문책경고 처분을 받은 바 있어 자칫 KB금융그룹 대권 도전에 발목을 잡힐 수 있는 상황에 직면한 셈이다.

박 사장은 1963년생으로 서울대학교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1986년 체이슨맨해튼 서울지점에 입사, 금융권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였다. 

박 사장은 자산관리(WM) 부문에서 굵직한 경력을 쌓아왔다. 삼성화재 자산리스크관리부 부장, KB국민은행 시장운영리스크 부장과 WM 본부장을 거쳐 KB증권 WM부문 부사장과 KB금융지주 WM총괄 부사장, KB국민은행 WM그룹 총괄부행장까지 역임했다. 금융지주 내 WM 부문은 두루 섭렵한 셈이다.

이러한 자산관리 비즈니스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018년 말 김성현 사장과 함께 KB증권 공동 대표로 내정된다. 당시 WM 부문 뿐만 아니라 세일즈앤트레이딩(S&T) 부문 업무와 리스크·여신 관리 등에도 뛰어난 능력을 갖췄다는 평을 받았다. 

박 사장은 증권가 최초의 여성 CEO다. 그는 뛰어난 업무 능력과 함께 친화력·끈기 면에서 강점을 갖췄다. 서울대 경영학과 동기로서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 김용범 메리츠금융 부회장 등 인맥 네트워크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9억1600만원의 연봉을 수령했다. 올해 말로 임기가 끝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주)서울이코미디어
  • 등록번호 : 서울 아 03055
  • 등록일자 : 2014-03-21
  • 제호 : 서울이코노미뉴스
  • 부회장 : 김명서
  • 대표·편집국장 : 박선화
  • 발행인·편집인 : 박미연
  • 주소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58, 1107호(여의도동, 삼도빌딩)
  • 발행일자 : 2014-04-16
  • 대표전화 : 02-3775-4176
  • 팩스 : 02-3775-41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미연
  • 서울이코노미뉴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서울이코노미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seouleconews@naver.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