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벌 교육의 '순기능(?)'...바이러스 공격 최소화 '신공(神工)'
체벌 교육의 '순기능(?)'...바이러스 공격 최소화 '신공(神工)'
  • 이영미
  • 승인 2023.06.03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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힉생 때 '폭풍 매질'을 피하는 쪽으로 발달한 내 순발력, 이번 대상포진 '폭풍'도 간발의 차로 피해 최소화

[이영미 칼럼] 헬스 운동을 한 지 22년이 됐다.거울 앞에 서면 그래도 "음, 그래, 됐어" 이 정도는 했었는데 어느 순간 거울 속에 콜라 든 흰 곰이 서 있는 것 같아 운동량을 늘였다. 내가 운동 신경이 남달리 좋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특별한 순발력이 발달했다고 자부할 수가 있다.

그건 바로 학생을 매로 다스리던 학창시절에 터득한 것이다. 단체 기합 또는 단체 체벌이 있는 날이면 선생님이 으레 몽둥이를 위에서 아래, 또는 밖에서 안쪽으로 매를 들곤 했다.

그 때 나는, 다른 애들이 먼저 맞는 모습에서 강도와 각도, 운동성의 방향을 자세히 관찰한 뒤 손바닥이나 엉덩이에 매가 내리 꽂히는 바로 그 순간 같은 방향으로 살짝 이동을 해서 매의 강도를 약화시키는 그런 능력을 터득했던 것이다.

그 속도가 아주 약간만 빠르면 선생님이 눈치 채고 꾀부리지 말라며 더 때리고, 너무 늦으면 그 힘의 방향에 힘의 크기가 더해져 훨씬 강력한 아픔을 고스란히 느끼게 된다.

어른이 되고 나서 맞을 일은 없지만, 그래도 그 순발력이 발휘되기도

여기서 중요한 건 힘 조절과 타이밍이다. 거의 100분의 1초 단위로 기막히게 조절하여 살짝 손바닥을 내리거나 엉덩이를 앞쪽으로 움직이면 아픔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바로 다음 순간 "아악" 하는 소리를 내며 그 자리에 쓰러지면 때린 선생님조차 안쓰럽고 후회스러운 복잡한 표정으로 나를 보곤 했었다. 고개를 바닥에 숙이고 엎드려 몸을 떨면 아픔과 창피함에 우는 줄 알지만 사실 그 때 나는 내 작전 성공의 통쾌함에 웃고 있었다.

어른이 되고 나서 맞을 일은 없지만, 그래도 그 순발력이 발휘되는 순간이 있었다. 실수로 그릇을 떨어뜨렸을 때, 바닥에 닿기 직전에 잽싸게 피해 발등을 다치는 걸 피한다든가 고스톱 칠 때 패를 떨어뜨렸다. 그 낙장이 상대들의 눈에 보이기 일보 직전에 재빨리 손바닥으로 가리는 신공을 보였을 때였다.

살면서 그런 신공을 갖춘것도 나름대로 사는 데 유리하다고 생각되는 즈음, 그 능력이 꼭 필요한 순간을 만났다. 운동량을 늘린 것이 화근인지, 어느 날 갑자기 안쪽 허벅지 라인 시작 쪽에서 넓은 띠를 두르듯 한 부위가 손 끝만 스쳐도 찌릿하고 쓰라려서, 마치 피부를 사포로 마구 문질러 벗겨진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듯 한 고통이 엄습해 왔다.

열도 없고, 몸살 기운도 없는데 나에게 다가온 '수포 없는' 대상포진

밥상을 놓고 앉았다 일어섰는데 누군가 허벅지에 보이지 않는 칼을 꽂는 것 같아 순간 전투 자세를 취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허리 통증 탓인가 했다. 허벅지를 지나는 근육이 늘어나면 그렇게 된다 해서 다리 스트레칭을 해 보고 체조인지 요가인지 춤인지 모를 동작을 따라해 봤으나, 나아지지 않았다. 통증의학과에 가 보니 70%이상 확률로 대상포진이라고 했다.

열도 없고, 몸살 기운도 없는데다 수포도 나지 않았는데도 그럴 수 있을까 했더니 수포 없는 대상포진도 분명히 있다고, 며칠 뒤에 일어날 수도 있다고 했다. 정도가 심하지 않으니 빨리 치료하면 나을 거라고 했다. 며칠 치료 만으로 차도가 있어 다행히 상처에 뿌리는 소금의 양은 확연히 줄어든 느낌이었다.

갑자기 몸에 찾아온 대상포진이 당황스럽기는 했으나, 이만한 것도 다행이다 싶어 병원 지침에 따르고 있다. 폭풍 매질을 피하는 쪽으로 발달한 내 순발력이 이번 대상포진 폭풍도 간발의 차로 피해 최소화 한 것으로 그렇게 이해하게 됐다.

모든 좋은 일 앞에는 액땜이 있게 마련이라는데, 내게 어떤 좋은 일이 생기려고 이런 병이 생기는 거라고 이해하기로 했다. 사실 병명이 분명하고 치료약이 있다는 것, 정도가 심하지 않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하고 감사한 일인가.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 소개

이영미<klavenda@naver.com>

동화작가/문화예술사

세종대학교 대학원 미디어컨텐츠 박사

경희대학교 대학원 신문만화

전 명지전문대 글쓰기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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