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형, 체포 후 암호화폐 380억원어치 빼돌린 정황"
[서울이코노미뉴스 김한빛 시민기자]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인물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32)가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된 상태에서 거액을 빼돌린 정황이 포착됐다고 단성한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장(49)이 8일 밝혔다.
테라·루나 사태 수사를 이끄는 단 부장은 이날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권 대표가 지난 3월 붙잡힌 이후 루나파운데이션가드(LFG) 소유 가상화폐 지갑에서 2900만달러(약 378억3000만원) 상당을 인출한 것을 파악,추적중이라고 말했다.
LFG는 테라USD(UST) 코인의 가치를 달러화에 고정하는 '페그'를 유지하기 위해 권 대표가 설립한 조직이다. UST를 떠받치는 안전장치로 비트코인 등 다른 가상화폐를 계속 사들이는 방식으로 운영돼왔다.
단 부장은 LFG에서 사라진 가상화폐와 관련해 "권도형이나 그의 지시를 받은 누군가가 이를 꺼내 시그넘(Sygnum) 은행이 아닌 다른 곳으로 보내 현금화한 것으로 추정한다"며 "자금이 어디로 흘러갔는지를 추적중"이라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 2월 권 대표를 사기혐의로 고발하면서, 그가 비트코인 1만개(시세 약 3497억원)를 빼돌려 현금화한 뒤 이를 스위스 은행에 예치했다고 적시한 바 있다.
해당은행이 바로 시그넘 은행이다. 이 시그넘 은행의 권 대표 자금중 1억달러(약 1300억원) 이상이 도피기간인 2022년 6월∼올 2월 인출됐다.
이 돈의 대부분은 로펌 계좌로 송금되거나 테라폼랩스 임금·청구서 지급에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단 부장은 현재 시그넘 은행에 남아있는 약 1300만달러(약 169억원) 역시 LFG의 지갑에서부터 옮겨진 것으로 파악됐다며, 해당자금의 동결을 추진중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한국 검찰이 이미 시그넘 은행에 접촉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한편, 한국과 미국의 권 대표 신병 확보전과 관련해 단 부장은 "한국에서 형이 집행된 뒤 미국에서 수형생활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내에서 금융사기로 징역 40년 이상을 선고받을 수 있다"고 언급, 권 대표에게 한국 금융범죄 역사상 최장기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단 부장의 언급은 타국의 형사절차 진행을 위해 한국에서의 형집행 절차를 중단하고 범죄인의 신병을 잠시 넘겨주는 '임시인도' 제도에 근거한 것이다.
한국이 먼저 몬테네그로에서 권 대표를 인도받아 재판과 유죄 확정까지 마무리 지으면, 형 집행전에 권 대표를 미국으로 임시인도해 한국에서 처벌받지 않은 내용으로 수사와 재판을 마치게 한 뒤 다시 한국과 미국에서 차례로 복역하게 한다는 구상이다.
블룸버그는 "권도형이 먼저 모국인 한국에서, 그리고 난 뒤 미국에서 여생의 대부분을 감옥생활로 보내게 될 것이라는 시나리오"라고 부연했다. 각각 다른 혐의에 대해서는 한국과 미국 양쪽 관할권에서 재판과 복역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테라·루나 사태가 본격화하기 전인 지난해 4월 한국을 떠난 권 대표는 도피행각 11개월째인 올해 3월 몬테네그로에서 출국하려다 위조여권 사용혐의로 체포돼 현지에 구금중이다.
현지 법원이 그의 보석을 허가했다가 검찰이 불복하는 일이 반복되며 아직 석방은 이뤄지지 않았다.
자본시장법 위반혐의로 테라·루나 사태 관계자들을 수사해온 남부지검은 당시 법무부를 통해 몬테네그로에 범죄인 인도를 청구했다. 하지만, 미국도 동시에 신병인계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권 대표의 신병확보를 놓고 양국당국이 경쟁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지난 2월 미국 뉴욕 검찰은 한발 앞서 권 대표를 증권사기 등 8개 혐의로 기소한 바 있다. 단 부장은 "피의자가 구금된 기간 등에 따라 범죄인 인도절차가 최대 9개월까지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테라·루나 사태에 대해 "이는 한국에서 벌어진 가장 최대 금융사기 사건, 혹은 증권사기 사건"이라고 표현하며, 권 대표가 한국으로 먼저 송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블룸버그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