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닮은꼴 대법원 판결…“손해배상 책임 개별적 따져야”
‘노란봉투법’ 닮은꼴 대법원 판결…“손해배상 책임 개별적 따져야”
  • 김준희 기자
  • 승인 2023.06.15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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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파업 소송 파기환송…“일률 적용은 근로자 단결권 약화시킬 우려”
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

[서울이코노미뉴스 김준희 기자] 불법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의 손해배상 책임은 불법 행위 정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따져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내려졌다.

야당이 추진하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의 입법 취지와도 맞물린 판결이라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15일 현대자동차가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소속 조합원 4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노동조합의 의사결정이나 실행행위에 관여한 정도는 조합원에 따라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면서 "개별 조합원에 대한 책임 제한의 정도는 노동조합에서의 지위와 역할, 쟁의행위 참여 경위 및 정도, 손해 발생에 대한 기여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불법 쟁의행위에 조합원의 당시 사정을 참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연합뉴스

대법원은 "쟁의행위가 다수결에 의해 결정된 이상 쟁의행위의 정당성에 의심이 간다고 해도 노동조합의 지시에 불응하기를 기대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면서 "급박한 상황에서 조합원에게 쟁의행위의 정당성 여부를 일일이 판단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근로자의 단결권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라고 판단했다.

이어 "이런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노동조합과 개별 조합원의 손해배상책임의 범위를 동일하게 보는 것은 헌법상 근로자에게 보장된 단결권과 단체행동권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의 이 같은 판단은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권이 추진 중인 노란봉투법 쟁점 조항의 입법 목적과 어느 정도 부합한다.

노란봉투법은 '법원은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경우 귀책 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노란봉투법의 입법과 다름없는 효력을 갖춘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 사건의 피고 조합원들은 2010년 11월∼12월 현대차 비정규직 파업에 참여해 울산공장 일부 라인을 점거했다.

현대차는 이로 인해 공정이 278시간 중단돼 손해를 입었다며 파업 참여자 29명을 상대로 20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조합원에 대해서는 회사가 소송을 취하하면서 피고는 4명으로 줄었다.

1·2심은 조합원들이 노동조합의 불법 쟁의행위에 참여한 만큼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조합원들의 책임을 50%로 보고 전체 배상금을 135억7000만원으로 산정했다. 하지만 법원 판결 배상금이 원고인 현대차의 청구액을 넘을 수 없다는 이유로 20억원의 배상금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현대차는 "대법원 판결에 대해 아쉽게 생각한다. 산업계에 미칠 파장도 우려된다"면서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해 파기 환송심에서 잘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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