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김보름 기자] 한국은행은 19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해 중반(6~7월)까지 뚜렷하게 둔화 흐름을 보여 2%대로 낮아졌다가 다시 올라가 연말에는 3% 내외 수준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근원물가 상승률(식품·에너지 제외)은 중반까지 소비자물가에 비해 더딘 둔화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은 이날 발표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에서 이 같이 밝혔다.
한은에 따르면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7월(6.3% 상승) 정점을 찍은 뒤 점차 내려오고 있다.
특히 지난해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하면서, 석유류를 중심으로 뚜렷한 둔화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석유류 가격 기여도는 0.72%포인트(p)였는데, 올해 상반기는 -0.5%p였다. 덕분에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3%까지 내려왔다.
석유류 가격을 제외한 품목별 변동 요인을 살펴보면, 공업제품은 최근 섬유 제품 가격 상승률이 크게 확대됐고, 가공식품 가격 상승률이 높은 수준에서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 전기·가스 요금이 인상되면서, 전기·가스·수도 요금은 큰 폭 상승했다.
서비스의 경우 공공서비스 물가는 1% 내외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한편, 집세는 완만하게 둔화하고 개인서비스 물가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식품·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도 지난해 말 이후 둔화 흐름을 이어가고는 있다. 하지만 속도는 매우 더디다.
근원물가는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 중요하게 살피는 요소다. 지난해 하반기 4.1%였던 근원물가 상승률은 올해 상반기 평균 4.0%로 내려오는 데 그쳤고, 5월엔 3.9%를 기록했다.
근원물가 내 품목별로 살펴보면 우선 집세는 물가를 떨어뜨리는 쪽으로 작용하고 있다. 월세가 0%대 낮은 상승세를 지속하고, 대출금리 상승과 매매 거래 위축으로 전세 오름세도 0%대로 낮아졌다.
상품은 지난 4월까지 원자재 가격 안정에 따른 수입 물가 하락, 주춤한 재화 소비로 상승 모멘텀이 하락했다. 그러다 5월 섬유제품 가격 상승으로 상승 모멘텀이 소폭 확대됐다.
하지만 양호한 서비스 수요와 고용 흐름 그리고 누적된 비용 인상 압력의 영향이 지속되면서 근원물가의 ‘경직성’은 지속되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한은은 올해 중반 이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다시 높아져 연말 쯤에는 3% 내외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은 국제유가와 관련 “하반기 이후 중국 경제 회복 등 완만한 상방 압력을 받겠지만 주요국 경기 부진 지속 등에 하방 리스크도 잠재해 있어 불확실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국제 식량 가격은 작년 2분기 고점 이후 크게 낮아졌으나 설탕 및 육류 가격 불안정, 엘니뇨 등 이상 기후, 러시아·우크라이나 곡물 수출협정 중단 등으로 상승 리스크가 큰 편이다.
한은은 정부 정책도 물가 상승 압력을 자극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은은 “하반기 대중교통 요금 인상,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 종료 등이 물가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라면서 “유류세 인하 폭이 축소되거나 전기·가스요금이 추가 인상될 경우에도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요 측면과 관련해서는 “서비스 소비가 하반기에도 완만한 회복세를 이어가고 임금 오름세는 점차 둔화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여행객 증가 등으로 대면 서비스가 예상보다 크게 개선되고 비용 인상 압력의 근원물가 전가가 지속될 경우 근원물가의 상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근원물가의 경직성이 생각보다 오래 이어질 수 있다고도 전망했다.누적된 비용 상승 압력, 근원인플레이션 자체의 높은 지속성을 이유로 꼽았다.
한은 관계자는 “소비자물가 및 근원물가 오름세가 상당기간 목표 수준(2%)을 웃돌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상방리스크에 유의하면서 물가 여건 변화 및 이에 따른 향후 물가 영향을 주의 깊게 점검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