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단체 "보관기간 짧아" vs 의료계 "인격권 침해" 헌법소원
[서울이코노미뉴스 김보름 기자] 내주부터 마취 등으로 의식이 없는 환자를 수술하는 의료기관에서는 수술실 내부에 폐쇄회로(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수술받는 환자나 보호자가 요청할 경우엔 수술장면을 촬영하고, 촬영한 영상은 최소 30일간 보관해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수술실 CCTV 설치와 운영을 의무화한 개정의료법이 25일부터 시행된다고 22일 밝혔다.
개정의료법에 따르면 전신마취나 수면마취 등으로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의사표현을 할 수 없는 환자를 수술하는 의료기관의 개설자는 수술실에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CCTV 설치 및 촬영 의무를 위반하면 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위반 의료기관은 복지부 장관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이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다.
의료기관은 고화질(HD) 이상의 성능을 보유한 CCTV를 환자와 수술에 참여한 사람 모두가 화면에 나오도록 설치해야 한다.
수술장면 촬영이 가능하다는 것을 환자에게 미리 알려야 하며, 환자나 보호자가 촬영을 요청할 수 있도록 요청서를 제공해야 한다.
다만 ▲응급수술 ▲환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적극적 조치가 필요한 위험도 높은 수술 ▲전공의 수련목적 저해 우려 ▲수술 직전에 촬영을 요구한 경우 등의 사유가 있으면 촬영을 거부할 수 있다.
거부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엔 미리 환자나 보호자에게 사유를 설명하고, 거부사유를 기록해 3년간 보관해야 한다.
영상 열람과 제공은 수사나 재판업무를 위해 관계기관이 요청하는 경우나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업무를 위해 요청할 때, 환자와 수술에 참여한 의료인 전원이 동의하는 경우에만 가능하다.
영상을 열람하고자 할 때는 의료기관에 요청서를 제출해야 하며, 의료기관은 10일이내에 열람방법을 통지·실시해야 한다. 열람비용은 요청한 쪽에 청구할 수 있다.
의료기관은 촬영한 영상을 30일 이상 보관해야 한다. 열람·제공 요청을 받은 경우엔 30일이 지나더라도 결정이 이뤄질 때까지 보관해야 한다.
당장 영상 열람이나 제공을 요청하지 않더라도, 요청 예정을 목적으로 30일 이내로 보관기간 연장을 요청할 수 있다.
의료기관은 영상 안전성 확보를 위한 의무를 다해야 한다. 영상을 임의로 제공하거나 누출·변조·훼손하면 5년 이하의 징역,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임의로 촬영하다 적발된 경우엔 3년 이하 징역,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이해당사자인 환자단체와 의료계는 개정의료법이 자신들의 권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며 서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는 지난 5일 개정의료법이 의료인의 직업수행 자유와 인격권 등 기본권을 침해할 것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지난 7일 성명을 내고 "촬영을 거부할 수 있는 예외사유를 폭넓게 허용해 입법취지를 반감시켰고, 영상 보관기간을 촬영일로부터 30일 이상으로 짧게 정해 환자에게 지나치게 불리하다"고 지적했다.
이형훈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의료현장에 처음 도입되는 제도로서 시행초기 환자와 의료진이 제도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정부는 시행과정에서 현장소통을 강화해 환자와 의료진간 신뢰를 형성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