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수요증가·파운드리 가동률 개선기대…2분기 실적개선세 지속 전망
[서울이코노미뉴스 윤석현 기자]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기록했다.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의 업황회복과 갤럭시 S24 판매호조 등에 힘입은 덕분이다.
삼성전자는 연결기준 1분기 영업이익이 6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931.25%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5일 공시했다.
이는 삼성전자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6조5700억원보다도 많다.
매출은 71조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1.37% 증가했다. 삼성전자의 분기 매출이 70조원대를 회복한 것은 2022년 4분기 70조4646억원 이래 5분기 만이다.
이번 실적은 증권가 전망치를 20% 이상 웃도는 수준이다. 연합인포맥스가 최근 1개월내 보고서를 낸 증권사 18곳의 컨센서스(실적 전망치)를 집계한 결과를 보자.
이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12.88% 증가한 71조9541억원, 영업이익은 755.3% 급증한 5조4756억원으로 예측됐다.
시장에서는 올해 초만 해도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4조원대 중후반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메모리 감산효과에 따른 가격상승 등의 흐름이 이어지자 최근 실적 눈높이를 일제히 상향 조정했다.
이날 부문별 실적이 공개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증권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이 7000억∼1조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2022년 4분기(2700억원) 이후 5분기 만에 흑자 전환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SK증권은 DS부문 영업이익을 1조원으로, 모바일경험(MX)·네트워크와 디스플레이(SDC)는 각각 3조7000억원, 3000억원으로 추정했다.
유진투자증권은 DS 9000억원, SDC 3000억원, MX·네트워크 3조8000억원, 영상디스플레이(VD)·소비자가전(CE) 3000억원, 하만 1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예상했다.
현대차증권은 DS 7000억원, SDC 3500억원, MX·네트워크 3조9000억원, VD·가전 3800억원을 내다봤다.
이를 종합하면 삼성측은 반도체 감산으로 D램과 낸드의 가격이 상승하는 가운데 고부가가치 제품중심 판매에 주력한 결과, 메모리 사업이 조 단위의 영업이익을 내며 DS 부문의 흑자전환을 이끈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부사장)은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생성형 인공지능(AI) 관련 고대역폭 메모리(HBM) 서버와 SSD 수요에 적극대응하면서 수익성 개선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수익성 중심의 메모리 전략유지와 지난해 4분기 전략적 출하에 따른 낸드의 낮은 가격 기저로 인한 1분기 가격반등 폭이 예상을 상회하며 재고평가손실 충당금의 환입효과가 두드러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1분기 D램과 낸드 비트그로스(bit growth·비트 단위로 환산한 생산량 증가율)는 각각 -14.8%, -3.0%로 계절적 비수기 영향을 받겠지만, 산업 수급개선에 힘입어 D램과 낸드 평균판매단가(ASP)가 전 분기 대비 16.3%, 21.0% 상승하면서 수익성은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모바일 사업도 AI가 탑재된 갤럭시 S24 판매호조 등 스마트폰 출하가 늘며 수익성이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 500억원을 냈던 영상디스플레이(VD)와 생활가전(DA)사업부는 프리미엄 TV와 고부가 가전 판매증가 등으로 수익성이 소폭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2분기 실적개선 뚜렷...매출 72조,영업이익 7조 웃돌듯
이런 가운데 메모리 가격상승 추세가 이어지며 삼성전자의 실적 개선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1분기 D램 ASP는 전 분기 대비 최대 20% 상승한 데 이어 2분기에는 3∼8% 오를 전망이다.
낸드도 1분기 23∼28% 오른 데 이어 2분기에는 13∼18%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연합인포맥스 집계결과,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전년 동기(6685억원)보다 10배가량 늘어난 7조3634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2분기 매출 전망치는 전년 동기 대비 20.73% 증가한 72조4469억원으로 집계됐다.
HBM 수요증가도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생성형 AI 서비스 확대에 힘입어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신경망처리장치(NPU) 출하량이 급증하면서 HBM 시장은 2026년까지 고속성장이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업계 최초로 D램 칩을 12단까지 쌓은 5세대 HBM인 HBM3E를 올해 상반기에 양산하고, 올해 HBM 출하량도 지난해 대비 최대 2.9배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쟁사와의 HBM 로드맵 격차축소가 관건"이라며 "여전히 후발주자의 위치지만, 과거 대비 경쟁사와의 기술격차가 축소된 점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파운드리도 수주증가와 수율개선으로 4분기에는 흑자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신석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파운드리 사업은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으나, 올해는 최대 수주달성과 하반기 흑자전환이 예상된다"며 "하반기 HBM 공급과 레거시(범용) 제품의 수요증가에 따라 실적 성장속도는 예상보다 가파르게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