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이 될 수도”…채무상환 목적 주주배정 유상증자 잇따라
“독이 될 수도”…채무상환 목적 주주배정 유상증자 잇따라
  • 김보름 기자
  • 승인 2024.04.09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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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정보‧삼보산업·캐스텍코리아‧SG 등 결의 마쳐…
“해당 기업 주가 급락…투자자 면밀한 검토 필요”
연합뉴스

[서울이코노미뉴스 김보름 기자] 채무상환을 목적으로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기업들이 잇따르고 있다. 

돈줄이 마른 기업들로서는 불가피한 생존 전략이지만, 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삼보산업, 캐스텍코리아, 인성정보, SG 등 4개 기업이 채무상환을 목적으로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정보기술(IT) 서비스 전문기업 인성정보(대표 원종윤·조정재)는 지난 5일 공시를 통해 300억 규모 유상증자 실시를 발표했다.

자본조달 주 목적인 운영자금은 스마트 헬스케어와 IT 매니지드 서비스 신사업 확대 투자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인성정보는 유상증자 목표액 300억원 중 160억원을 채무상환에 쓸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지속된 공급난 여파로 야기된 일시적인 유동성 경색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해 차입한 고금리의 자산유동화증권(P-CBO)을 조기에 상환하는 등 이자 비용을 줄여 손익을 개선하겠다”이라는 설명이다,

삼보산업은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위한 납입일을 오는 6월20일을 정하고 150억원을 조달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66억원은 채무상환에 쓸 방침이다.

캐스텍코리아의 납입일은 오는 6월26일로 조달 목표 115억원 중 55억원이 채무상환용이다.

SG는 419억원 중 190억원을 채무상환자금 목적으로 기재했다.

주주배정 유상증자는 기업이 자금조달을 추진하는 가장 손쉬운 선택지 중 하나다. 재무적 투자자를 특정 하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나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일반 공모 유상증자와 달리 기존 주주들을 대상으로 추가 투자를 유치하는 방법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그러나 채무상환 목적의 주주배정 유상증자가 지분가치 희석에 따라 주가에 악재로 여겨진다는 점에서 해당 기업 입장으로서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실제로 인성정보 주가는 전날 유상증자 실시를 발표한 이후 전 거래일 대비 590원(16.57%) 하락한 2970원에 마감했다.

아스콘 전문업체 SG도 이날 코스닥시장에서 전장 대비 26.11% 내린 1585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처럼 자금 조달 목적에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를 내세우더라도 채무상환 의도가 개입돼 있으면 상당 부분 부정적으로 작용할 소지가 크다.

그런데도 이를 선택한 것은 전환사채(CB)나 회사채 등을 발행하자니 추가적인 이자 비용이 발생하고,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추진하자니 마땅한 재무적 투자자를 유치하지 못하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시중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기업들이 레버리지를 통한 자금 조달보다는 유상증자를 통해 재원을 확보하는 경향이 확산되고 있다"면서 "다만 주주배정 유상증자의 경우 기존 주주들은 지분가치 희석에 따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주주배정 유상증자가 악재가 아닌 호재로 해석되는 사례도 있다.

HLB생명과학이 대표적이다. HLB생명과학은 지난달 21일 채무상환자금 조달 목적으로 15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진행하겠다고 공시했다.

공시 다음날 HLB생명과학의 주가는 6% 가량 하락했지만, 이튿날 22% 넘게 급등했다. HLB 그룹이 간암신약 '리보세라닙'의 신약 허가를 앞두고 있다는 점 등이 기대 요인으로 작용하며 매수세가 몰린 것이다. 

결과적으로 기존 주주들에게 할인 가격으로 주식을 추가 매수하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유상증자는 자금 사용 목적이 어떤 분야인지, 해당 기업이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에 따라 때로는 호재로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서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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