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위기’...지속 가능한 도서관 정책 수립이 절실하다
‘독서의 위기’...지속 가능한 도서관 정책 수립이 절실하다
  • 조석남
  • 승인 2024.04.20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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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석남의 에듀컬처] 지난 4월 12일은 ‘도서관의 날’이었다. 2024년 도서관의 날과 도서관 주간을 기념하고 도서관 이용 활성화를 위해 4월 11일과 12일 국립중앙도서관에서 국제회의, 기념식, 해커톤 대회, 공연 등이 진행됐다. 이어 도서관 주간인 4월 12일부터 18일까지는 전국 도서관에서 작가 강연, 토론 등 지역 도서관 프로그램이 펼쳐쳤다.

“만약 천국이 있다면 도서관처럼 생겼을 것이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세계적인 대문호이자 50대 중반부터 18년간 아르헨티나 국립도서관 관장을 지낸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가 남긴 말이다. 보르헤스의 이 말은 도서관의 위상을 나타내는 수많은 표현 중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수사다.

우리나라에도 보르헤스의 표현처럼 ‘천국 같은 도서관’을 만들기 위한 제안이 나왔다. 한국도서관협회가 최근 발표한 ‘모두가 행복한 도서관을 위한 정책 제안서’가 그것이다.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국민독서실태조사 결과 우리나라 국민의 독서율은 매우 낮은 수준이고, 국민 1인당 도서 대출권수도 G7 평균보다 낮다. 도서관을 지식문화 선진국으로 가기 위한 핵심 문화기반시설로 규정하고, 다양한 정책 추진과 과감한 예산 투자를 통해 지속 가능한 도서관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둘째, 초고령사회 진입에 따라 세계 각국은 폭력, 마약, 흡연이나 비만보다 더 큰 사회적 위협을 주는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에 주목한다. 스코틀랜드 등은 외로움을 방지하는 국가 정책을 수립하면서 도서관의 사회적 가치를 강조하고 있다. 이에 고령자 친화 도서관 정책을 통해 고령자의 빈곤과 디지털 문해력 등을 해결해야 한다.

셋째,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AI) 시대에 우리의 미래인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학교도서관 기반 구축이 매우 중요하다. 1만2,000여개 학교 중 사서교사 배치율은 13%에 불과하다. 문해력, 상상력, 창의력과 디지털 문해력 향상을 위해 학교도서관을 위한 자원 투입이 확대돼야 한다.

넷째, 대학도서관은 우리나라 연구와 교육 역량의 결정체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지원체계 확립이 필요하다. 또한 모두가 행복한 도서관을 위해 실효성 있는 도서관법 개정과 국가 R&D 발전을 위한 전문도서관법 제정도 요구된다.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책을 사기보다 도서관에서 빌려 보는 사람이 많아진다. 그러나 우리나라 도서관은 아직도 빈약한 형편이다. 가뜩이나 책을 사지 않는데 도서관마저 드무니 큰일이다.

'그 나라의 민주주의 수준을 보려면 공공도서관에 가보라'는 말이 있다. 공공도서관은 지식을 얻는 '정보의 곳간'이자 미래를 준비하는 '콘텐츠의 보고'이기 때문이다. 빌 게이츠도 "나를 키운 건 도서관"이라고 했다. 도서관을 확충하면 정부가 그렇게 강조하는 일자리도 늘어난다. 중형 도서관 하나에 40여명이 필요하니 1,000개만 늘려도 4만명이 일자리를 얻게 된다.

도서관과 책, 그리고 독서는 불가분의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우리가 꿈꾸는 '책의 세계'는 어떤 곳일까. 작은 소망들이 모여 아름다운 현실을 만들어 가는 곳이고, 누구도 차별 없는 지식을 얻으면서 상상의 날개를 맘껏 펼칠 수 있는 곳이다.

그런가 하면 맑은 영혼을 가진 우리 모두가 미래를 그리는 공간이기도 하다. 조그마한 노력으로 큰 깨달음을 얻을 수 있으니 생각해보면 이만큼 효율성 있는 투자가 어디 있겠는가.

도서관문화, 독서문화는 정부 기관과 학교, 서점, 출판사, 독자가 함께 만들어나가야 하는 복합적인 작업이다. '독서하는 국민'은 아름답다. 함석헌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그들이 '생각하는 백성'이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도서관과 서점에서, 그리고 전국 방방곡곡에서 '책을 읽는 낭랑한 소리, 아름다운 소리'가 들려오는 그날까지 우리 모두의 노력은 계속돼야 할 것이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 소개>

조석남 (mansc@naver.com)

- 한국골프대 부총장

- 전 한국폴리텍대학 익산캠퍼스 학장

- 전 서울미디어그룹 상무이사·편집국장

- 전 스포츠조선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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