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정진교 기자] 은행권이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배상 절차를 진행 중인 가운데 5대 금융지주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이 1년 전보다 16.7% 감소했다.
고금리 지속으로 영업이익이 늘었지만,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에 대한 자율배상을 진행하면서 일회성 비용이 증가한 탓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4조8천803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5조8천597억원)와 비교해 16.7% 줄었다.
올해 1분기 리딩지주는 1조3천215억원의 순이익을 낸 신한금융이 차지했다. 뒤이어 KB금융(1조491억원), 하나금융(1조340억원), 우리금융(8천245억원), NH농협금융(6천512억원) 순이었다.
올해 1분기 금융지주 실적을 가른 요인은 H지수 ELS 손실 자율배상이다. 금융지주 핵심 계열사인 은행들이 H지수 ELS 손실 배상 비용을 1분기 충당부채에 반영하면서, 대규모 일회성 비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KB·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금융지주는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홍콩H지수 ELS 관련 고객 보상비용으로 1조6650억원의 손실을 인식했다고 밝혔다.
금융지주별 홍콩 ELS 손실 관련 충당부채 규모는 KB금융 8620억원, 농협금융 3416억원, 신한금융 2740억원, 하나금융 1799억원, 우리금융 75억원 순이다.
KB금융의 경우 KB국민은행이 다른 은행에 비해 큰 규모로 홍콩 ELS를 판매해 투자자 손실에 따른 보상 규모도 가장 컸다. 상대적으로 판매액이 적은 우리금융의 경우 관련 충당금도 적은 수준에 그쳤다.
금융지주들은 홍콩H지수 연계 ELS 관련 고객 보상비용을 충당부채로 인식해 1분기 영업외손실이 큰 폭으로 확대됐다. 이에 5대 금융그룹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4조880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6%(9740억원) 감소했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손실 보상은 일회성비용으로 추가 손실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H지수 ELS 비용 탓에 5대 금융지주의 올해 1분기 영업외손실은 1조6천962억원에 이른다. 5대 금융지주 모두 전년 대비 순이익이 감소했지만, 고금리가 지속되는 가운데 대출 자산이 늘면서 전체 영업이익은 늘었다.
5대 금융지주의 1분기 영업이익은 8조6천163억원으로 전년 동기(8조1천645억원) 대비 5.5% 증가했다. 금융지주별로 보면, KB금융의 1분기 영업이익은 2조3천554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1천400억원) 대비 10.1% 증가했다. 신한금융 역시 전년 동기대비 17.8% 증가한 2조682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하나금융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2.9% 증가한 1조5천631억원을 기록했다.
우리금융과 NH농협금융은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우리금융의 1분기 영업이익은 1조1천492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2천520억원) 대비 8.2% 감소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고금리 기조 매크로 불확실성에 대비해 충당금 전입액을 늘린 영향"이라고 설명했다.NH농협금융 역시 전년 동기 대비 1.1% 줄어든 1조4천804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홍콩H지수가 상승하고 있는 데다 배상률도 금융감독원이 제시한 분쟁조정기준안에 따라 정하게 되면 추가로 충당부채를 인식할만한 변수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은행권이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자율배상을 진행하고 있음에도 은행과 고객들 간 입장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올라온 '홍콩 ELS 사태에 대한 피해 차등배상안 철회 요청'은 동의 수 2만명을 넘어섰다. 전날 오후 6시 기준 2만3700여명의 동의 수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