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김보름 기자] 금융감독원이 글로벌 투자은행(IB) 9개사가 국내에서 2112억원 규모의 불법 공매도를 저지른 사실을 확인했다.
9개사 가운데 BNP파리바와 HSBC는 556억원 규모의 불법 공매도 혐의로 지난 해 12월 26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이들 외에 7개사가 저지른 1556억원 규모의 불법 공매도 사실을 추가로 확인한 것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10월 BNP파리바와 HSBC의 대규모 불법 공매도를 적발한 직후 공매도특별조사단을 출범시켜 국내 공매도 거래 상위 글로벌 IB 14개사를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해 왔다.
나머지 5개사에 대한 조사도 진행 중이며 조사가 마무리 되는대로 본격 제재 절차에 착수할 방침이다.
금감원 함용일 부원장은 6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글로벌 IB 불법 공매도 중간조사 결과 및 향후 계획’을 발표했다.
함 부원장은 “글로벌 IB 14개사의 공매도 거래량이 외국인 전체 거래량의 약 90% 이상을 차지하는 등 국내 외국인 공매도 거래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면서 “이 가운데 BNP파리바와 HSBC 2곳은 조치가 완료됐고, 나머지 7곳에 대해서도 1556억원 규모의 불법 공매도 혐의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이날 발표에서 추가로 확인된 7개사의 구체적인 명칭은 공개하지 않은 채 A·B사가 24개 종목에 대해 1168억원 규모로, C·D·E·F·G사는 20개 종목에 대해 388억원 규모로 무차입 공매도를 했다고만 밝혔다.
이들 가운데 A사는 금감원이 얼마 전 불법 공매도 혐의로 500억원대 과징금을 부과하겠다고 사전 통지한 크레디트스위스(CS)인 것으로 전해졌다. B사는 노무라 증권으로 수십억원 규모의 과징금 부과를 통보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의 불법공매도 규모는 처음 적발 당시에는 540억원이었지만 조사가 진행되면서 1168억원 규모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금감원이 글로벌 IB 14곳 모두에 대한 조사가 끝나면 1000억원을 웃도는 과징금 처분이 내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금감원 조사에서 드러난 이들 글로벌 IB의 불법 공매도 행태는 크게 4가지로 분류되고 있다.
첫 번째는 빌려준 주식의 반환 절차 미흡에 따른 결격이다. 외부에 대여하거나 담보로 제공된 주식은 처분이 제한돼 반환이 확정된 후에 매도 주문을 내야 하는데 일부 IB는 반환이 확정되기도 전에 매도 주문을 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요청 수량보다 더 적은 주식을 빌리거나, 빌려오지 않은 주식에 대해 충분한 수량이 차입됐다고 보고 매도 주문을 낸 사례다.
세 번째는 내부 부서 간 주식을 빌려주고 빌리는 과정에서 소유 주식이 중복 계산되면서 이미 빌려준 주식을 타 부서에서 매도하며 불법을 저질렀다.
네 번째는 차입한 수량을 잘못 입력하거나 보유 잔고를 확인하지 않고 주문을 제출한 경우다.
종합하면 국내 공매도 법규에 대한 이해 부족, 내부통제 시스템 미비, 운영자 과실 등 고의보다는 과실에 가깝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금감원은 그러나 같은 행위를 반복적으로 되풀이한 점 등을 고려하면 단순 과실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불법 공매도 과징금은 고의성을 비롯해 위반금액 규모, 위반을 통한 이득 규모, 주문 체결율 등에 따라 규모가 달라진다"면서 "위반금액의 최대 100%까지도 과징금을 물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해외 소재 글로벌 IB에 대한 신속한 조사를 위해 홍콩 등 해외 금융당국과 국제 공조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이달 중 홍콩 주요 글로벌 IB와의 현지 간담회를 통해 한국의 공매도 제도와 전산시스템 개선 추진 사항을 설명할 것”이라면서 “위반이 확인된 글로벌 IB에 대해 신속하게 제재 절차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