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스승의 날’...교권이 바로 설 때 ‘공교육의 순기능’ 살아난다
우울한 ‘스승의 날’...교권이 바로 설 때 ‘공교육의 순기능’ 살아난다
  • 조석남
  • 승인 2024.05.15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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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석남의 에듀컬처]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우러러볼수록 높아만 지네/참되거라 바르거라 가르쳐 주신/스승은 마음의 어버이시다’

‘스승의 은혜’라는 노래의 한 구절이다. ‘스승의 날’을 맞아 스승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어린 시절 스승의 날이 되면 선생님께 카네이션을 달아드리고,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다”고 노래하곤 했다. 스승은 지식을 가르쳐주는 것을 넘어서 삶의 모범이 되고 학생들을 자식처럼 교육했다.

사람마다 학창시절의 기억은 다르게 남아있겠지만, ‘자상한 분’ 이상으로 ‘사랑의 매’를 날린 선생님들이 더 각인돼 다가오기도 한다. 한국이 인재 강국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게 된 것도 교단의 힘이 컸다. 때론 훈육 차원을 넘는 억울한 체벌도 있었지만, 학교 일은 학교에서 끝났다. 요즘 같으면 학생 인권 침해로 큰 소동이 날 일이겠지만….

지난해 7월 18일 서울 서이초등학교 한 교사가 교내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있었다. 학생들 간 다툼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1학년 담임이었던 교사가 학부모 민원 등으로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전국 교사들은 추모를 위해 매주 거리로 뛰쳐나왔다.

경찰은 지난해 11월 서이초 사건과 관련해 “지금까지 확보한 자료와 조사 등에서 범죄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수사를 종결했다. 하지만 변화를 요구하는 물결은 거셌다. 지난해 9월 교사의 정당한 교육 활동을 보호하기 위한 이른바 ‘교권 회복 4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은 수면 아래에 잠재돼 있던 교권 침해 문제가 새롭게 조명받는 계기가 됐다.

5월 15일은 서이초 사건 이후 맞는 첫 번째 맞는 ‘스승의 날’이었다. 하지만 이런 뜻깊은 날에도 교사들은 웃지 못한다. 학교 현장에서는 무너진 교권과 개선 없는 교육 행정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선생님들의 마음의 상처는 여전한 듯하다. “달라진 게 없다”는 탄식도 들린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의 설문조사에서 전국 교원 1만1,320명 중 19.7%만이 ‘다시 태어나도 교직을 선택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2016년 52.6%와 비교하면 반토막도 더 났고, 역대 첫 10%대의 최저치다.

‘스승의 날’을 맞아 부산교사노조에서 진행한 ‘2024 부산 교원 인식’ 설문조사에서도 학교 현장의 교권은 여전히 바닥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역 교사 중 63.8%가 ‘최근 1년간 이직 또는 사직을 고민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현재의 교직 생활에 만족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21.6%에 불과했다.

‘스승이 사라진 시대’가 됐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걸핏하면 선생님을 고발하고 조롱하며 폭력을 휘두르기까지 한다. 교사들은 학생 인권 보호 때문에 엄하게 학생들을 교육하기보다는 이를 회피한다. 교장은 학교나 자신의 안위 때문에 문제가 생기면 교사의 입장을 대변하기보다는 이를 묵과하고 조용히 넘어가기를 원한다. 서이초등학교 사태를 통해 교사들이 얼마나 교육현장에서 정신적으로 고통을 당하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다.

교사는 ‘지식 전수자’로 전락하고 말았다. 하지만 지식 전수의 효율성에서는 사교육 현장의 강사들이 더 뛰어나다. 대학입시만 생각하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사교육 시장을 더 신뢰하기에 일타 강사들이 수백억원의 수입을 올리고 선망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이는 교육이 아니라 ‘지식 전수의 효율적 제조업’과 같은 것이다.

슬기로운 지혜, 어진 인성, 건강한 몸을 키우는 지덕체(智德體)의 전인교육은 사라지고 대학입시를 위한 기능적 지식 전수의 효율성만 남았다. 그래서 공교육 현장에서 사라진 엄격한 훈육을 학부모들이 사교육 학원에 요구하는 어처구니 없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기쁘고 자긍심을 가져도 될 날에 교사들의 마음은 우울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교실에 변화를 이끌기 위해서는 학교의 자율성에만 기대서는 안 된다고 충고한다. 무엇보다 교육 당국은 정당한 교육 활동에 시비를 거는 학부모의 무고에 강력히 대처할 필요가 있다.

‘교권 회복 4법’이 통과됐지만 수업 방해 학생과의 분리 지도 등 교실에서 일어나는 문제는 아직도 교사의 재량에만 맡겨져 있는 것도 문제다. 수업 방해 학생과의 분리, 민원 응대 등이 구체적인 매뉴얼을 갖춘 내용으로 법제화돼야 교사가 체감할 수 있는 교실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교권이 바로 설 때 학생들의 인권과 학습권이 보장되고, 공교육의 순기능도 살아날 수 있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 소개>

조석남 (mansc@naver.com)

- 한국골프대 부총장

- 전 한국폴리텍대학 익산캠퍼스 학장

- 전 서울미디어그룹 상무이사·편집국장

- 전 스포츠조선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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