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기업’ 양산하는 기술특례상장
‘좀비기업’ 양산하는 기술특례상장
  • 정기석
  • 승인 2024.05.20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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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석 칼럼] 지난 10일 서울중앙지법에서는 반도체설계 스타트업 파두의 첫 재판이 열렸다. '증권관련 집단소송법'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소송이었다. 이른바 '뻥튀기 기업공개(IPO)'로 주가가 급락, 손실을 본 주주들이 파두와 상장주관사인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지난 2월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주사전자현미경(SEM) 제조 기업 코셈은 올해 1분기 적자를 냈다. 상장하면서 올해 당기순이익을 26억300만원으로 제시했으나 당기순손실 1억4700만원을 기록했다. 상장 대표 주관사 키움증권은 최근 3개년간 영업이익 및 당기순이익 흑자를 시현하고 2016년 이후 지속적으로 매출이 성장했다며 이 회사의 가치를 높이 평가한 바 있다.

최근 반도체 설계자산(IP) 기업 퀄리타스반도체는 595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0월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불과 상장 반 년 만에 공모자금(300억원)의 2배 규모로 또 유증을 한 것이다. 회사는 연구개발 인력 확보를 위해 투자하는 운영자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주주들은 주주를 기만하고 주식 훼손했다는 크게 반발했다. 주가도 급락했다.

지난 4월에는 보안업체 시큐레터가 코스닥 상장 7개월만에 주식매매거래가 정지됐다. 2023년 재무제표에 대한 외부감사에서 상장폐지 사유 중 하나인 감사의견 거절을 받았기 때문이다. 감사인 태성회계법인은 기초 회계의 불안정성 때문에 감사범위가 제한된다는 이유를 근거로 들었다. 그런데 상장 과정에서는, 금감원이 지정해준 회계법인이 오류가 포함된 재무제표에 대해 ‘적정’하다는 감사의견을 냈었다.

유전체분석 바이오기업 이원다이애그노믹스(EDGC)는 최근 결국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했다.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개시’, ‘회사재산 보전처분, ’포괄적 금지명령, 신청서를 접수했다. 이 회사는 2023년 ‘의견거절’ 감사판정을 받음에 따라 지난달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 거래정지 상태에 들어갔다.

‘문턱만 자꾸 낮춘’ 기술특례상장

파두, 코셈, 퀄리타스반도체, 시큐레터, EDGC. 이들 기업은 공통점이 있다. 모두 기술특례상장제도를 통해 코스닥시장에 입성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기술특례로 상장된 32개 기업에서 매출추정치를 달성한 기업은 단 1곳이다. 12곳이나 추정 매출의 절반도 안 되고 80% 가량은 적자를 면치 못했다. 매출, 손실 등에서 관리종목 지정 유예 특혜를 받아, 죽어도 죽지않는 ‘좀비기업’을 양산한다는 비판과 자조의 목소리가 들릴만하다.

기술특례 상장 제도는 2005년 도입됐다. 기술력은 우수하나 재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혁신기업이 자금을 유치해 성장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이다. 한국거래소가 지정한 전문평가기관 중 2개 기관으로부터 기술평가를 받아 통과하면 된다. 심지어 적자기업이라도 기술특례 상장이 가능하다. 상장 이후에도 상장 유지를 위한 재무적 요건을 장기간 적용받지 않는 특혜도

덤이다.

처음에는 바이오기업만 대상이었다. 2014년부터 바이오에서 전 업종으로 상장 요건이 완화, 대상이 확장됐다. 2017년부터는 기술평가 외에 성장성 평가를 통과하면 상장할 수 있도록 제도가 더욱 완화됐다. 2021년부터는 유니콘 특례제도가 도입, 시가총액 1조원 이상 기업은 기술평가를 면제받았다. 시가총액 5000억원 이상은 1개 전문평가기관으로부터 A등급 이상을 받으면 상장할 수 있다.

올해 1월부터는 기술력 있는 기업은 '혁신기술 트랙'을, 사업모델이 차별적인 기업은 '사업모델 트랙'을 활용하도록 유형도 단순화했다. '초격차 기술특례'도 도입, 국가적으로 육성이 필요한 첨단전략 분야 기업 중 성장 잠재력을 검증받은 기업은 1곳의 전문평가기관에서 A등급 이상 받으면 상장된다. 최대 출자자가 중견기업이면 상장이 허용되도록 출자자 요건도 완화됐다.

이로써 기술특례 상장의 혜택을 본 사례는 지속적으로 증가, 2017년 7건, 2018년 21건, 2019년 22건, 2020년 25건, 2021년 31건, 2022년 28건, 2023년 35건에 달했다.

‘부실기업 뻥튀기’의 유혹, 기술특례상장

적자기업인 기술특례 상장기업은 미래 실적을 추정해 기업 가치를 평가한다. 기업의 가치를 계량화하기 위해, 기술적으로 미래의 추정 수익을 기준으로 불확실성 및 리스크를 반영해 할인하는 DCF(현금흐름할인법) 등을 적용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이 제도의 한계와 문제가 드러난다. 당장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 분명히 잡히지 않는, 미래의 추정 수익과 불확실성 및 리스크를 계산하는 게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무엇보다 할인율은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모두 달라 표준화, 객관화가 어렵다. 기업들과 상장 주관사는 기업 가치와 공모금액을 최대한 부풀릴수록, 또는 뻥튀기할수록 이익이 늘어나는 구조악의 유혹에 빠질 위험이 없지 않다.

금융위원회 등은 지난해 7월 '기술특례상장 제도 개선 방안'을 확정했다. 자본시장 투자자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옥석'을 가려낼 수 있는 선별 기능을 강화하면서 상장 주관사의 책임성을 높이려는 목적이다. 개선방안에는 '상장 신청-심사-사후관리'에 이르는 전 단계에서 제도와 집행 관행을 개선하는 14개 세부과제가 포함됐다.

특히, 기술특례상장기업이 상장 후 2년 이내에 부실화될 경우, 해당 기업 상장을 주관한 증권사가 이후 기술특례상장을 주선할 때는 6개월간 주관사가 주식을 되사는 풋백옵션을 부과하고 인수 주식 보호예수기간은 3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하는 내용이 눈에 띈다.

업계는 사업성에 우선을 둔 사업모델 트랙 대신 혁신기술 트랙을 밟아 상장에 도전하는 사례가 늘 것으로 전망하는 등 대체로 이번 제도 개선 방안을 환영하고 있다. 반면 벤처캐피탈업계는 제약바이오 기업 대상 질적심사 기준에서 '매출처와의 거래 지속 가능성 또는 신규 매출처 확보 가능성'이 삭제된 점은 우려하고 있다.

기술특례상장 기업은 코스닥 규정상 관리종목 지정을 매출 기준 5년, 손실요건 3년 등을 유예받는다. 어쨌든, 5년 안에는 매출 30억 원 이상을 기록해야 상장이 유지된다. 기술특례라는 특혜를 받아도, 돈을 벌어야, 수지를 맞출 수 있어야, 기업이라 할 수 있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정기석(tourmali@hanmail.net)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 연구위원

경상국립대 창업대학원 6차산업학과 비전임교원

前 국회정책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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