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출산에 생산성 제자리…한국경제 2040년대 역성장”
“초저출산에 생산성 제자리…한국경제 2040년대 역성장”
  • 김보름 기자
  • 승인 2024.06.10 11:52
  • 댓글 0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은 보고서, “성장잠재력 만회할 경제 전반의 혁신 부족”…
“기초연구, 조달 자금 부족…똑똑한 이단아는 창업보다 취업”
서울 명동거리./연합뉴스

[서울이코노미뉴스 김보름 기자] 한국 경제가 초저출산·고령화 현상에 더해 생산성 증가율까지 0%대로 추락하면서 10여년 후에는 한국 경제가 성장은커녕 뒷걸음치기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은 10일 공식 블로그에 공개한 '연구·개발(R&D) 세계 2위 우리나라, 생산성은 제자리' 보고서를 통해 "출산율의 극적 반등, 생산성의 큰 폭 개선 등 획기적 변화가 없을 경우 우리 경제는 2040년대 마이너스 성장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총인구(통계청 장래인구추계 기준)가 2020년 5184만 명을 정점으로 2040년 5006만명, 2070년 3718만 명까지 줄어드는 것이 가장 주요한 요인이지만, 초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성장잠재력 훼손을 만회할만한 경제 전반의 혁신마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기업의 R&D 지출 규모(2022년 기준 GDP의 4.1%)와 미국 내 특허출원 건수(2020년 기준 국가별 비중 7.6%)의 세계 순위는 각 2위, 4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기업의 생산성 증가율은 2001∼2010년 연평균 6.1%에서 2011∼2020년에는 0.5%로 크게 낮아졌다. 

특히 미국에 특허를 출원할 정도로 혁신 실적이 우수한 '혁신기업'의 생산성 증가율은 같은 기간 연평균 8.2%에서 1.3%로 추락했다.

혁신기업 규모별 R&D 지출, 5년내 특허 피인용 건수.

한국 기업 혁신의 질이 떨어진 것은 근본적으로 기초연구 지출 비중 축소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한은의 진단이다. 기초연구는 선도적 기술개발의 기반인 혁신의 질과 직결되지만 우리 기업의 기초연구 지출 비중은 2010년 14%에서 2021년 11%로 줄었다는 것이다. 

한은은 이에 대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 기업은 글로벌 기술 경쟁 격화, 대외여건 악화에 따른 단기 성과 추구 성향, 혁신 비용 증가 등으로 제품 상용화를 위한 응용연구에 집중하고 기초연구 비중은 줄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대기업(종업원 수 상위 5% 기업)을 중심으로 혁신 실적의 '양'은 늘었으나 '질'이 떨어진 것도 성장세가 약해진 요인으로 지목됐다. 대기업은 전체 R&D 지출 증가를 주도하고 특허출원 건수도 크게 늘렸지만, 생산성과 직결된 특허 피인용 건수 등은 2000년대 중반 이후 눈에 띄게 감소했고 이전 추세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의 경우 혁신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데다 신생기업의 진입까지 줄었다. 

한국기업혁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제조업의 업력 하위 20% 중소기업 중 외부자금, 내부자금 부족을 혁신 저해 요인으로 지목한 업체의 비중이 2007년 각 9.9%, 12.8%에서 2021년 45.4%, 77.6%로 급등했다. 

서비스업 저업력 중소기업에서도 이 비중은 2011년 각 9.8%, 19.7%에서 2020년 44.9%, 66.8%로 크게 높아졌다. 

저업력 중소기업 중 설립 후 8년 안에 미국 특허를 출원한 신생기업의 비중도 2010년대 들어 감소세를 보이면서 10%를 밑돌고 있다.

중소기업의 혁신자금 조달난은 2010년대 들어 벤처캐피탈에 대한 기업의 접근성 악화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벤처캐피탈의 접근성이 좋을수록 M&A나 기업공개(IPO) 등의 투자회수 시장이 발달해 혁신 실적이 좋아지는데, 한국에서는 두 가지 요소가 모두 저조한 상태였다는 설명이다.

신생기업 진입 감소의 원인으로는 혁신 창업가의 부족 현상을 꼽았다. 미국의 경우 대규모 사업체를 운영하는 창업가는 주로 학창 시절 인지능력이 우수한 동시에 틀에 얽매이기 싫어하는 똑똑한 이단아인 반면 한국에서 '똑똑한 이단아'는 창업보다 취업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시가총액 상위 대부분을 1990년대 이전 설립된 제조업 대기업이 차지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한은은 한국 기업의 혁신과 생산성 개선의 해법으로 △기초연구 강화 △벤처캐피탈 혁신자금 공급 기능 개선 △혁신 창업가 육성을 위한 사회 여건 조성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연구비 지원과 산학협력 확대 등으로 기초 연구가 강화되면 경제성장률은 0.18%포인트(p) 높아질 수 있다"면서 "자금공급 여건 개선과 신생기업 진입 확대로 혁신기업 육성이 진전될 경우 성장률이 0.07%p 오르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이어 "실패에 따른 위험을 줄여주고 고수익·위험 혁신 활동을 장려하는 방향으로 똑똑한 이단아의 창업 도전을 격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주)서울이코미디어
  • 등록번호 : 서울 아 03055
  • 등록일자 : 2014-03-21
  • 제호 : 서울이코노미뉴스
  • 부회장 : 김명서
  • 대표·편집국장 : 박선화
  • 발행인·편집인 : 박미연
  • 주소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58, 1107호(여의도동, 삼도빌딩)
  • 발행일자 : 2014-04-16
  • 대표전화 : 02-3775-4176
  • 팩스 : 02-3775-41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미연
  • 서울이코노미뉴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서울이코노미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seouleconews@naver.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