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가계대출 불안"...기준금리 '역대 최장' 1년반째 3.5% 유지
"환율·가계대출 불안"...기준금리 '역대 최장' 1년반째 3.5% 유지
  • 한지훈 기자
  • 승인 2024.07.11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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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연준 인하신중론도 영향…전문가 "美보다 먼저 금리 낮추면 환율 뛸수도"
물가는 인하논의 전제조건 '2.3∼2.4%' 근접…10월 또는 11월 인하 가능성
이창용 한은 총재가 11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서울이코노미뉴스 한지훈 기자] 한국은행이 11일 또다시 기준금리를 3.50%로 묶고, 통화긴축 기조를 그대로 유지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목표수준(2%)에 가까워졌지만, 최근 원달러 환율상승과 가계대출 증가 등 국내 금융시장이 불안한 상황이다.

여기에 미국도 아직 정책금리를 내리지 않은 만큼, 물가·금융·성장·해외상황을 좀 더 봐가며 피벗(통화정책 전환) 시점을 신중하게 결정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이날 오전 9시부터 열린 올해 하반기 첫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현재 기준금리 연 3.50%를 동결했다.

한은은 앞서 2020년 3월16일 금통위는 코로나19 충격으로 경기침체가 예상되자 기준금리를 한번에 0.50%p 낮추는 '빅컷'(1.25→0.75%)에 나섰고, 같은 해 5월28일 추가인하(0.75→0.50%)를 통해 2개월 만에 0.75%p나 금리를 빠르게 내렸다.

이후 아홉 번의 동결을 거쳐 2021년 8월26일 마침내 15개월 만에 0.25%p 올리면서 통화정책의 키를 긴축쪽으로 틀었다.

그 뒤로 기준금리는 같은 해 11월, 2022년 1·4·5·7·8·10·11월과 2023년 1월까지 0.25%p씩 여덟 차례, 0.50%p 두 차례 등 모두 3.00%p 높아졌다.

하지만 금리인상 기조는 지난해 2월 동결로 깨졌다. 3.50% 기준금리가 지난해 1월13일부터 이날까지 1년5개월28일 동안 이어지고 있다. 

더구나 다음 금통위가 열리는 8월22일까지 고려하면 3.50%는 1년7개월 이상 유지될 예정이다.

지금까지 가장 길었던 동결기간 1년5개월21일(연 1.25%·2016년 6월9일∼2017년 11월30일)을 넘어선 역대 최장 기록이다.

금통위가 이날 시장의 커진 금리인하 기대에도 불구하고 12연속 동결을 결정한 데는 최근 환율과 가계대출, 부동산 불안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환율 급등

원·달러 환율은 앞서 5월 중순 미국의 조기 금리인하 기대가 약해지고, 이란·이스라엘 무력충돌까지 발생하자 약 17개월 만에 1,400원대까지 뛴 이후 최근 1,380원대 안팎에서 크게 떨어지지 않고 있다.

금통위에 앞서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보다도 환율시장 상황이 더 나쁘다. 올해 반도체 중심의 수출회복세가 예상외로 강하고, 5월 경상수지 흑자가 2년8개월 만에 최대 규모인데도 원·달러 환율이 여전히 1,400원 근처에서 더 낮아지지 않기 때문"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기준금리까지 내려 한·미 금리차가 2.0%포인트(p)에서 더 커지고 환율이 더 오르면 한은은 적지 않은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근 주택 거래가 늘고 가격이 오르면서 다시 빠르게 불어나는 가계대출도 한은이 인하를 머뭇거리는 다른 이유이다. 

여기에 기준금리까지 더 낮춰주면, 약 3년 전의 집값 폭등과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빚투(대출로 투자)'와 같은 가계대출 광풍이 재연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한은 통계에 따르면 은행권 6월 주택담보대출 증가폭(+6조3000억원)은 지난해 8월(+7조원)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컸다. 

더구나 올해 상반기 주택담보대출 누적증가 규모(+26조5000억원)는 2021년 상반기(+30조4000억원) 이후 3년내 최대 기록이다.

이창용 총재도 지난 9일 국회에 출석해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가격이 상승하고 가계부채 증가세도 연초보다 확대됐다"며 경계했다.

파월 의장

금리인하에 여전히 신중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태도도 금통위의 동결 결정에 힘을 실어 주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9일(현지시각) 의회에 제출한 통화정책 보고서에서 "물가 하락세가 지속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가 더 나와야 금리인하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통화정책의 제1 목표인 국내 물가지표는 최근 나쁘지 않았다.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동월대비 2.4%)은 1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의 근원물가(식료품·에너지 제외) 상승률도 2.2%까지 떨어졌다.

아직 한은의 목표(2%)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앞서 이 총재가 금리인하 고려의 전제조건으로 언급한 '하반기 2.3∼2.4% 흐름'에 근접한 수준이다.

앞서 5월23일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 직후 이 총재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3∼2.4%로 내려가는 트렌드가 확인되면 금리인하를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시장과 전문가들은 이날 금통위가 동결을 결정했더라도, 의결문이나 이 총재의 기자간담회 질의·답변 과정에서 물가둔화 흐름에 대한 긍정적 평가, 금리인하 검토 등과 관련한 메시지를 내놓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회의부터 소수의견으로서 일부 금통위원의 금리인하 주장이 제기됐을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간담회에서도 인하시점에 대한 질문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국 연준이 일러야 9월이후 한두차례, 한은은 10월이나 11월 한차례 정도 금리를 낮추는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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