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홈페이지 방 개설·시민위 활용…"공론장서 다양한 형태·규모 검토"
[서울이코노미뉴스 이보라 기자] 서울시가 광화문광장에 100m 높이의 태극기 게양대를 설치하려던 계획을 철회했다.
국가상징공간 조성을 위해 폭넓은 의견을 수렴키로 했다. 연간 2000만명의 내외국인이 찾는 랜드마크이자 도심의 역사·문화적 공간인 광화문광장을 명실상부한 국가상징공간으로 조성하기 위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논의해 간다는 방침이다.
오세훈 시장은 11일 시청에서 광화문광장 국가상징공간 조성사업 기자설명회를 열고 "국가상징공간은 국민 자긍심을 높이는 게 핵심"이라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다양한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국민의 바람과 뜻이 담긴 의미 있는 장소로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광화문광장에 100m 높이의 태극기 게양대와 '꺼지지 않는 불꽃' 상징물을 세운다는 기존계획은 철회했다.
원점에서 재검토하되, 이곳에 국가상징공간을 조성하는 사업자체는 계속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오 시장은 지난 6월25일 제74주년 6·25를 맞아 광화문광장에 국가상징공간을 조성하고 100m 높이의 태극기 게양대와 불꽃 상징물을 세우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정치권과 시민사회계를 중심으로 지나친 애국주의적 발상이고 디자인 면에서도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오 시장은 이날 설명회에서 "광화문광장은 서울 도심의 심장부이자 역사와 문화, 시민정신이 공존하는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의 국가상징공간"이라며 "우리 민족의 고유한 정체성을 상징하는 이순신 장군, 세종대왕 동상과 함께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장소가 필요하다는 의지에서 시작한 사업"이라고 추진배경을 설명했다.
오 시장은 "서울의 랜드마크인 광화문광장에 대한민국 자유와 번영의 밑거름이 된 6·25전쟁 외에도 3·1독립운동, 4·19혁명 등 대한민국 발판을 만든 다양한 역사적 사건과 인물을 기념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존 계획처럼 태극기 게양대 형태는 아니더라도 대한민국의 발전을 이끈 역사적인 순간들을 포괄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상징물을 시민, 전문가 의견을 모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시는 조형물의 예시로 50m·70m·100m 높이의 태극기 게양대, 미디어 화면(파사드)으로 태극기를 보여주는 장치, 높이를 10∼70m까지 조정할 수 있는 가변형 게양대를 제시했다.
태극기 외에도 무궁화를 주제로 한 조형물과 조경도 제시됐다.
또 6·25 참전 22개국의 국기와 희생된 용사들의 이름을 전시하는 미디어월 혹은 미디어폴이 게양대를 둘러싸고, 외곽에는 전국 팔도에서 올라온 소나무들이 서 있는 모습을 예로 들었다. 광화문광장은 외국인 관광객의 '필수코스'인 만큼, 이들이 사진을 찍고 기억할 만한 공간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시는 또 태극기를 둘러싼 이견이 크다면 무궁화 조형물을 쓰고, '꺼지지 않는 불꽃' 상징물도 실제 불꽃이 아니라 LED 등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핵심은 다양한 형태와 규모로, 다양한 디자인과 높이의 조형물을 구축한다는 것이다. 정부의전편람에서 행정안전부가 지정한 5가지 국가상징은 태극기, 애국가, 무궁화, 나라문장(국장), 국새(나라도장)이다. 이들을 포함해 모든 것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오 시장은 "마음과 귀를 열어놓고 의견을 수렴하겠다. 다 함께 공론의 장에 참여해 달라"며 시민 의견을 적극 청취해 설계공모를 진행하고 최종 결정하겠다고 강조했다.
실시간 온라인 소통, 위원회와 자문기구 운영, 유관기관 협력채널을 통해 이뤄진다. 우선 이달 중 홈페이지에 의견수렴 창구를 만들어 조형물의 형태·높이·기념할 역사적 사건과 인물을 비롯해 모든 부문에서 시민 의견을 모을 예정이다.
또 시민단체와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자문기구를 활용해 국가상징공간 조형물의 규모와 디자인을 논의한다.
국가건축정책위원회, 국가보훈부, 국토부 등 유관기관과 협력도 강화한다.
이후 열린광장운영 시민위원회 논의를 거쳐 8월 중 설계용역을 공모하고 11월까지 기본·실시 설계를 마치고 내년 5월 착공, 12월까지 공사를 마칠 계획이다.
위치는 세종대왕상과 이순신 장군 동상이 있는 광장 중앙이 아닌 세종로공원 앞이다.
시민사회단체와 학계에선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다. 이주희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조급함을 없애고 충분히 시민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재상 문화연대 사무처장은 "상징물 하나로 애국심이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구시대적 사고"라고 지적했다.
오 시장은 찬성, 비판 어떤 의견도 모두 듣겠다면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호국보훈을 핵심가치로 하는 공간이라면 어떤 형태로든 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