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한지훈 기자] 세계은행(WB)이 고소득 국가로 도약하지 못하고 성장이 정체되는 '중진국 함정'을 극복하기 위한 전략을 제시하면서,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한국을 롤모델로 삼았다.
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세계은행은 이런 내용의 '2024년 세계개발보고서'를 발표했다.
세계은행은 1978년부터 특정주제를 선정하고, 이에 대한 정책적 함의를 담은 연례보고서를 발표해왔다.
올해 주제는 '중진국 함정'이다. 중진국 함정은 개발도상국이 중진국으로 진입한 뒤 고소득 국가로 올라서지 못하는 현상을 말한다.
세계은행은 2022년 1인당 국민총소득(GNI)을 기준으로 △하위 중소득국(1136∼4465달러)과 △상위 중소득국(4466∼1만3845달러)을 중진국으로 분류했다.
그 이상(1만3846달러)은 고소득국이다.
세계은행은 중진국 함정을 극복하기 위해 ▲투자(investment) ▲기술 도입(infusion) ▲혁신(innovation)의 '3i' 전략을 제시했다.
저소득국 단계에서 투자촉진을 통해 성장을 시작하고, 중진국 단계 이후에는 해외기술을 도입해 생산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생산성 제고를 위해서는 낡은 제도와 관습을 창조적으로 파괴하는 혁신이 필요하다는 게 세계은행의 제언이다.
그러면서 '3i'의 대표적인 사례로 우리나라를 소개했다.
금융시장을 개방하고 외국자본을 유치해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고, 연구개발(R&D)과 교육에 대한 투자를 통해 생산성을 높인 것이 한국의 성공배경이라고 짚었다.
아울러 1997년 외환위기 등을 계기로 금융·재벌에 대한 포괄적인 개혁에 나섰고, 시장 담합과 지배력 집중을 완화해 국내 벤처기업을 육성하는 등 위기를 기회로 전환했다고 평가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한국이 고소득국으로 진입한 시점은 1990년대 중반이다.
세계은행은 "한국의 경제사는 높은 소득수준을 달성하고자 하는 모든 중소득국가의 정책 입안자들이 반드시 숙지해야 할 '필독서'"라며 한국을 "성장의 슈퍼스타"라고 언급했다.
최근 경제상황에 대해서는 지정학적 긴장으로 무역과 투자가 위축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포퓰리즘과 공공부채의 증가, 기후변화 등도 중진국 성장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으로 거론했다.
그러면서 중진국 정부가 기존의 지배적인 기업과 사회 엘리트들이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방해하지 않도록 규율하고 제도를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장 개방을 통한 자본유입, 고등기술 개발역량 강화,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제고, 저탄소 시장창출 등도 제언했다.
중소기업 과보호나 대기업을 옥죄는 것(vilifying)에서 벗어나 생산성이 높은 기업을 육성하고, 인적 투자를 강화해 경제·사회적 이동성을 높여야 한다고도 했다.
기재부는 "권위 있는 국제기구가 한국의 성장역사를 극찬하고, 이를 바탕으로 개도국에 성장전략으로 제시한 점은 매우 고무적"이라며 "(보고서 내용이) 역동경제 로드맵과도 일맥상통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