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개정안, 유권자의 30% ‘주주’ 중심 거버넌스를
상법 개정안, 유권자의 30% ‘주주’ 중심 거버넌스를
  • 정기석
  • 승인 2024.08.06 09:33
  • 댓글 1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두산그룹의 사업구조 개편안은 기업 지배구조의 문제가 여실히 드러난 대표적 사례

[정기석 칼럼] 상법 제382조 제3항은 기업의 이사가 ‘회사’를 위해 직무를 충실히 수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회사’를 위해 직무를 충실히 수행하지 않는 사례도 적지 않다. 증시 밸류업(value-up)에 역행하는 기업들의 헐값 M&A, 상장 폐지 등이 속출하고 있다.

이로 인해, ‘회사’에 ‘주주’를 추가해 일반 주주 권익을 함께 보호하자는 상법 개정안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반 주주에게 불리한 ‘회사’의 결정을 견제하자는 것이다.

이와 관련한 정부와 여당, 야당의 주장은 분명하다. 다만, 각자 방법은 서로 엇갈린다. 정부와 여당은 주주환원 확대를 위해 상속세 완화 등 지배주주 감세에 초점을 맞췄다.

반면 야당인 민주당은 기업의 지배구조(거버넌스)를 고쳐 일반 주주의 권리를 보장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최근 두산그룹의 사업구조 개편안은 기업 지배구조의 문제가 여실히 드러난 대표적 사례로 지적된다. 두산그룹은 ‘알짜’ 계열사 두산밥캣을 작은 적자 회사 두산로보틱스에 편입시켰다.

경제개혁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두산그룹 계열사들이 일반 주주보다 총수일가가 지배하는 그룹의 이익을 우선으로 두었다고 비판한다. 해외에서도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알리는 사례로 알려지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두산밥캣 매각 필요성보다 두산로보틱스의 두산밥캣 인수 필요성이 더 큰 상황에서, 두산밥캣 지분을 직접 매각하는 방식이 가장 유리하다. 그런데 두 회사의 이사회는 그리 하지 않았다.

일반 주주 보다 총수와 그룹이 먼저

심지어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는 “구조 개편으로 두산그룹이 재무적 어려움을 겪으면 밥캣에 대한 부정적인 경영 개입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며 두산밥캣을 ‘부정적 관찰 대상’으로 지정했다.

무엇보다 사외이사들은 독립이사로서 회사와 주주에게 무엇이 최선인지 고민하기보다는 그룹에서 하달한 방식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했다.

SK의 지배구조 개편도 유사한 논란거리다. SK그룹은 SK온의 유동성 지원을 위해 상장사인 SK이노베이션과 비상장사인 SK E&S의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자본시장법상 상장사가 비상장사와 합병할 경우 최근 주가 또는 장부상의 순자산가치 중 하나를 기준으로 주당 가치(합병가액)를 정하는데, SK는 이중 금액이 낮은 최근 주가를 기준으로 삼았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 비율은 1 대 1.19로 결정, SK이노베이션 주주들은 합병 비율이 불리하게 정해졌다며 반발하고 있다.

역시 경제개혁연대는 합병으로 최대 주주 SK와 SK의 최대 주주인 최태원 회장 일가에게는 이익이 되지만, SK이노 일반 주주들의 지분가치가 희석되는 손해를 입게 된다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한화그룹도 한화 주가순자산비율(PBR) 0.23배에 불과한 한화에너지의 공개매수 제시가가 올해 들어 진행된 국내 공개매수 거래 중 가장 낮은 수준이라 주주들이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한화그룹이 회장의 아들들이 지분 100%를 보유한 한화에너지를 통해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포석으로 간주하고 있는 것이다.

중견기업 신성통상도 주주환원 요구에 자발적 상장폐지로 대응하고 있다. 회사가 배당을 외면하는 수법으로 주가를 낮게 유지해 증여세를 줄인 뒤 자발적 상장 폐지로 가족 경영권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의심받고 있다.

유권자의 30%, 주주의 ‘권한 부여(empowerment)’가 핵심

이같은 사례에 대해, 경제개혁연대는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 중인 자본시장 선진화 방안의 경우 지배주주의 행위를 근본적으로 바꿀만한 내용이 보이지 않는다며, 22대 국회에서 소수주주의 과반결의제 도입 등의 주주 중심 거버넌스 전환을 위한 입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재벌・경영자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현재의 기업 거버넌스를 주주 중심의 거버넌스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일반주주의 견제 권한 강화, 일반주주에 의한 견제 활동 촉진, 일반주주에 의한 책임추궁을 활성화할 수 있는 주주에 대한 ‘권한 부여(empowerment)’가 가장 핵심적인 개혁정책이라는 것이다.

민주당은 지난 7월 30일 주식시장에서 기업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코리아 부스트업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프로젝트의 주요 과제로 이사회 충실 의무 대상을 전체 주주로 확대, 독립이사 선임 의무화, 감사·이사 분리 선출 단계적 확대, 대기업 집중투표제 확대, 소액주주 의결권 행사 확대 등을 제시했다.

주주들보다 재벌 회장과 그 일가의 이득을 우선시하는 경영 행태를 개혁하지 않으면 밸류업은 커녕 코리아 디스카운트조차 해소할 수 없다면서, 시장의 저평가 현상을 해결하려면 후진적인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의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법 개정 움직임은 기울어진 운동장의 균형을 바로잡는 역할이라며, 지배주주(경영진)와 일반 주주 간 소통할 수 있는 대등한 권한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제 주식투자자는 유권자의 30%에 달한다. 주주의 권리를 무시해서는 안 되는 시대가 왔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정기석(tourmali@hanmail.net)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 연구위원

경상국립대 창업대학원 6차산업학과 비전임교원

前 국회정책연구위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Ayden 2024-08-06 12:10:20
두산일가는 대다수 주주가치를 갈취하는 꼼수 분할합병을 취소하라
국민연금은 대다수 국민의 재산을 지키기 위한 분할합병을 반대하라
정부는 밸류업 정책에 반하는 두산의 꼼수 분할합병을 조사하라

  • (주)서울이코미디어
  • 등록번호 : 서울 아 03055
  • 등록일자 : 2014-03-21
  • 제호 : 서울이코노미뉴스
  • 부회장 : 김명서
  • 대표·편집국장 : 박선화
  • 발행인·편집인 : 박미연
  • 주소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58, 1107호(여의도동, 삼도빌딩)
  • 발행일자 : 2014-04-16
  • 대표전화 : 02-3775-4176
  • 팩스 : 02-3775-41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미연
  • 서울이코노미뉴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서울이코노미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seouleconews@naver.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