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윤석현 기자] 최태원 SK 회장(63)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63)과의 이혼소송 상고심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 '300억원 비자금'의 사실여부를 다툰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 회장측은 이혼소송 상고심을 심리하는 대법원에 전날 오후 약 500쪽 분량의 상고이유서를 제출했다.
통상 상고이유서에는 소송에서 다툴 개괄적인 내용이 담긴다. 최 회장측은 상고이유서에서 주장한 내용들을 바탕으로 세부쟁점별로 노 관장측과 치열한 법리 다툼을 벌인다.
최 회장측은 상고이유서에서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관련 2심 법원의 판단을 정면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2심 법원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300억원이 최종현 전 회장 쪽으로 흘러들어가 선경(SK) 그룹의 종잣돈이 됐고, 따라서 그룹 성장에 노소영 관장이 기여했다고 판단했다. 2심 법원은 노 전 대통령의 배우자 김옥숙 여사가 보관해온 1991년 약속어음과 메모를 근거로 들었다.
최 회장측은 그에 관한 진위를 다툴 계획이다.
또한, 최 회장측은 항소심 재판부가 SK C&C의 전신인 대한텔레콤의 주식가치를 주당 100원으로 계산했다가, 주당 1000원으로 사후경정(정정)한 것도 '치명적 오류'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2심 법원이 SK 그룹이 성장하는 데 노 전 대통령이 '뒷배'가 되어줬다고 본 부분, 최 회장이 2018년 친족들에게 증여한 SK 지분까지 모두 재산분할 대상으로 본 것에 대한 최 회장측 반박도 상고이유서에 담겼다.
앞서 2심은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 분할로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따라서 천문학적인 금액이 걸린 판결의 확정여부를 둔 양측의 상고심 공방도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최 회장은 한때 유력한 대법관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던 홍승면(60·사법연수원 18기)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했다. 홍 변호사는 서울고법 부장판사로 일하다 지난 2월 퇴직했다.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을 지냈고, 법원내 판례공보 스터디 회장을 맡는 등 법리에 해박하다는 평을 받는다. 법무법인 율촌의 이재근(51·28기) 변호사 등도 대리인단에 합류했다.
노 관장은 법무법인 하정에 소속된 최재형(68·13기) 전 국민의힘 의원과 강명훈(68·13기)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했다.
최 전 의원은 법관시절 다양한 분야의 재판을 경험하며 재판업무에 정통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서울가정법원장을 지낸 이력도 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과 사법연수원 동기이기도 하다. 조 대법원장은 대법관 퇴임후 교수로 일하던 2021년, 당내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한 최 전 의원에게 100만원을 후원한 사실이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알려지기도 했다.
최 전 의원은 전날 대리인단 합류사실이 알려지자 "노소영 관장과 이야기를 나누며 노 관장이 가정을 지키려고 노력했던 사실을 잘 알 수 있었다"며 "그러한 노력이 법적으로도 정당한 평가를 받도록 돕는 것이 가정의 소중함과 혼인의 순결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함으로써 건강한 사회의 기본질서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