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강기용 기자] 이른바 '대장동 50억 클럽' 당사자로 지목된 권순일 전 대법관이 7일 변호사로 등록하지 않은 채 대장동 개발업체 화천대유자산관리 고문으로 활동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대장동 일당에게서 법조인·정치인·언론인 등이 로비 명목으로 거액을 받거나 받기로 했다는 50억 클럽 의혹이 제기된 지 3년 만이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는 이날 권 전 대법관을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권 전 대법관은 퇴직 후인 2021년 1∼8월 대한변호사협회에 변호사로 등록하지 않은 채 대장동 개발업자 김만배 씨가 대주주인 화천대유자산관리 고문으로 재직하며 관련 민사소송 상고심, 행정소송 1심의 재판상황 분석, 법률문서 작성, 대응법리 제공 등 변호사 활동을 한 혐의를 받는다.

권 전 대법관은 화천대유 재직 기간 1억5000만원의 고문료를 받았다.

대한변협이 권 전 대법관의 변호사 등록을 승인한 것은 2022년 12월이다.

변호사법은 변호사로 등록하지 않고 변호사 직무를 수행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검찰은 50억 클럽과 관련한 권 전 대법관의 재판거래 의혹에 대해선 계속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권 전 대법관은 재임하던 2020년 7월 대법원이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 할 때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만배 씨가 대법원 선고를 전후해 여러 차례 권 전 대법관의 대법원 집무실을 방문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혹은 짙어졌다.

이 무죄 판결로 이 전 대표는 경기지사직을 유지했고, 지난 대선에도 출마했다.

검찰은 이와 함께 '50억 클럽' 명단에 포함된 머니투데이 홍선근 회장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김씨의 언론사 선배인 홍 회장은 2020년 1월 김씨에게 배우자와 아들 명의로 50억원을 빌렸다가 원금만 갚은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홍 회장이 면제받은 약정 이자 1454만원을 김씨로부터 수수한 금품으로 판단했다.

50억 클럽 의혹은 2021년 9월 처음 제기됐다.

명단에 포함된 6인 중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먼저 재판에 넘겨졌다. 권 전 대법관과 홍 회장도 2021년 비공개 소환조사를 받았지만, 이후 수사는 별다른 진척이 없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는 이날 김만배 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전직 언론인 2명을 배임수재·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

한겨레 간부를 지낸 A씨는 2019년 5월∼2020년 8월 김 씨에게서 대장동 사업과 관련한 비판 기사를 막고 유리한 기사가 보도되게 해달라는 부정한 청탁과 함께 아파트 분양대금 8억9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중앙일보 간부를 지낸 B씨는 2019년 4월∼2021년 8월 김씨의 청탁을 받고 2억4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11일 이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증거 인멸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이유 등으로 모두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