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하게 엄격" 지적에 한발 물러나…당국 "원칙은 그대로"
[서울이코노미뉴스 이보라 기자] 금융감독원이 금융권에 내려보낸 부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을 6개월내 정리하라는 지침을 완화했다.
업계에서 '처리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지적에 따라, 완화된 기준이 담긴 '지침 해설서'를 새로 배포했다.
금융당국이 정리시한을 엄격하게 설정할 경우 제값을 못받을 우려 등으로 정리속도가 더 늦춰질 수 있을 뿐아니라, 시장 충격도 나타날 수 있다는 업계의 우려를 일부 수용한 것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날 오전 전 금융권에 지난달 배포했던 'PF 재구조화·정리 지침'에 유연성 및 탄력성을 부여하는 해설서를 재배포했다.
해설서에 따르면, 앞서 배포한 지침핵심인 '재구조화·정리 이행완료 예정일은 계획제출일로부터 6개월 이내로 설정하라'는 원칙과 관련해 "탄력적 설정을 허용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소송 등 법적 절차가 진행중이거나 컨소시엄 대출로서 타 업권의 반대 또는 의사결정 지연 등으로 경·공매 절차지연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6개월이내 완료' 원칙을 탄력적으로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공매가격 설정과 관련해 엄격하게 내렸던 지침에도 유연성을 부여하기로 했다. 정리지침에 따르면 공매가격은 재입찰시 직전 유찰가격으로 제시할 수 없다.
금감원은 최초 1회의 최종공매가(최저입찰가)는 충당금을 차감한 장부가액으로 설정하되, 유찰후 재공매 때는 직전 회 최종공매가보다 10% 낮게 설정해야 한다고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해설서에는 "최초 1회의 최종공매가는 실질 담보가치를 감안해 합리적으로 설정할 수 있다"는 설명을 달았다.
장부가액이라는 명확한 가격지침 대신 업계에 상당한 자율성을 부여하는 내용이다.
'재공매시 10%씩 가격을 떨어뜨려야 한다'는 지침과 관련해서도 "최종공매가는 직전 유찰가보다 낮게 설정하되, 매각 가능성 및 직전 공매회차의 최종공매가 등을 고려해 가격하향률을 합리적으로 설정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일률적인 하향률을 제시하지 않겠다는 취지다.
이는 PF 정리가 '속도전'으로 이뤄질 경우, 구조조정이 오히려 효율적으로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업계와 전문가들 의견을 일부 받아들인 것으로 해석된다.
저축은행 업계는 PF 처리방안과 관련해 자율성을 더 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금융당국에 제출하기도 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앞선 정리지침에 따르면) 6개월 동안 공매가격이 10%씩 계속 떨어질 게 확실한 데 누가 매입을 하려 하겠느냐"며 "매각자측 가격전략을 다 노출하는 조치일 뿐 아니라, 경·공매 절차까지 지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 내부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번 지침이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의견이 제시되면서 금감원도 유연성을 부여하는 쪽으로 입장을 조정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금감원은 PF 정리와 관련한 의지는 확고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관계자는 "모호했던 부분에 대해서 명확한 해석을 준 것"이라며 "기존 지침의 원칙이 바뀐 것은 없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와 관련, 공매가격 설정근거를 계획서에 구체적으로 기재하도록 금융권에 지시했다.
금감원은 가격설정의 합리성 여부를 면밀히 점검할 계획이다. 전 금융권은 이번 해석본 내용을 감안해 이날까지 부실 PF 사업에 대한 재구조화·정리계획을 제출하게 된다.
금감원은 정리계획을 받은 뒤 미비점이 발견될 경우, 다음 달 19일부터 현장점검과 경영진 면담에 나선다.
이후 9월부터는 본격적으로 경·공매 물량이 나올 것으로 금융당국은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