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경계 금융당국 압박 영향”…“영끌족 부실 가능성 우려 커져”
[서울이코노미뉴스 김준희 기자]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 증가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자 주요 시중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계속 높이고 있다. 일부 시중은행들은 한 달 사이에 4~5차례나 금리를 올린 데 이어 또다시 인상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가계대출 증가세를 관리하려는 금융당국의 압박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내부 회의를 거쳐 오는 20일부터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 포함) 금리를 최대 0.3%포인트(p)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주택담보대출(KB스타 아파트담보대출·KB일반부동산담보대출) 금리는 0.30%p 오르고, 전세자금대출(KB주택전세자금대출·KB전세금안심대출·KB플러스전세자금대출)도 보증기관에 관계없이 일괄적으로 0.20%p 상향 조정된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금리 인상 배경에 대해 "가계대출의 적정 포트폴리오를 유지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KB국민은행은 지난달 3일과 18일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각 0.13%p, 0.2%p 인상했다.
이어 지난 2일에는 전세자금 대출 금리를 일괄적으로 0.3%p 상향 조정했고, 7일에는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0.1%p 추가 인상했다.
이번까지 포함하면 약 한 달 보름 사이 다섯 차례나 대출 금리를 올리는 것이다.
신한은행도 오는 21일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또다시 올릴 예정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가계부채 증가로 대출 안정화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라면서 "인상 폭을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신한은행도 지난달 15일, 22일 은행채 3년·5년물 기준 금리를 0.05%p씩 높였고 29일에는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최대 0.3%p 인상했었다.
이어 지난 7일과 16일에는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각 최대 0.3%p, 0.5%p 올렸다.
이번에 인상하면 한 달 1주일 남짓 사이에 금리를 여섯 번 올리른 셈이다.
하나은행은 오는 22일부터 주력 상품인 하나원큐주택담보대출의 감면 금리를 0.6%p, 하나원큐전세대출의 감면 금리를 0.2%p 각각 축소 조정하기로 했다.
대출 감면 금리를 축소하면 사실상 금리 인상 효과가 있다.
하나은행은 아울러 주택담보대출 갈아타기와 전세대출 갈아타기 전 상품의 감면 금리도 0.1%p 축소 조정할 예정이다.
하나은행은 지난 7월 1일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최대 0.2%p 인상한 이후 이번이 두 번째 금리 인상이다.
은행의 가산금리 인상이 이어지면서 한 때 2%대로 떨어졌던 5대 은행의 주담대 금리 하단은 3%대로 올라섰다. 지난 16일 기준 5대 은행의 주담대 고정(혼합·주기형)금리는 연 3.54~5.97%, 변동금리는 연 4.39~6.72%다.
은행권의 이런 대출금리 줄인상은 금융당국의 관리 압박에도 최근 은행 가계대출 급증세가 쉽게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14일 기준 719조9178억원으로, 이달 들어 채 보름도 지나지 않아 4조1795억원 증가했다.
한편 대출 수요가 증가하고 금리도 오르면서 '영끌족'의 부실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주담대 연체율은 5월 기준 0.27%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0.04%포인트 상승했다. 2년 전에 비해서는 0.16%포인트 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