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로 '23명 사망' 아리셀 “총체적 부실”…대표 등 4명 구속 영장
화재로 '23명 사망' 아리셀 “총체적 부실”…대표 등 4명 구속 영장
  • 김보름 기자
  • 승인 2024.08.23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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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자들 안전지침 몰라 ‘골든타임’ 37초 놓쳐 참변…
전지 첫 군납 때부터 품질검사 관련 자료 조작…
"생산량 늘리려 비숙련공 투입해 무리한 작업"
지난 6월 24일 화재로 23명이 숨진 아리셀 공장에서 합동감식이 진행되고 있다./연합뉴스

[서울이코노미뉴스 김보름 기자] 지난 6월 24일 공장 화재로 작업자 23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한 경기도 화성시 일차전지 업체 아리셀은 안전교육 미 실시에다 납품관련 자료 조작 등 총제적 부실과 비리가 있었던 것으로 경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화재 당시 희생자들은 배터리 폭발 시 즉시 대피해야 한다는 안전지침을 숙지하지 못한 탓에 최초 폭발이 발생한 오전 10시 30분 3초부터 출입문을 통해 근로자가 마지막으로 대피한 30분 40초까지의 골든타임 '37초'를 놓쳤다.

결국 23명이 출입문을 불과 20여m를 남겨둔 지점에서 목숨을 잃고 말았다.

경기남부경찰청 아리셀 화재 사고 수사본부와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은 23일 오전 수사 결과 합동 브리핑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경찰은 이날 아리셸의 박순관 대표, 아들인 박중언 총괄본부장, 안전보건관리 담당자, 인력 공급업체인 한신다이아 경영자 등 4명에 대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박 대표에게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도 적용됐다.

경찰 관계자는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 비숙련공을 대거 투입하고, 이상 제품을 발견하고도 검수 없이 정상 제품 취급하는 등 공정상 부실이 다수 발견됐다"면서 "이를 통해 분리막 손상 또는 전지 내·외부 단락이 발생해 폭발 및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종민 경기남부경찰청 아리셀 화재 사고 수사본부장이 23일 화성서부경찰서에서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경찰 조사결과 아리셀은 2021년 일차전지 군납을 시작할 당시부터 품질검사용 전지를 별도로 제작한 뒤 시료와 바꿔치기하는 수법 등으로 데이터를 조작해 국방기술품질원을 속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방법으로 아리셀은 2021년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47억원 상당의 전지를 군에 납품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아리셀은 지난 4월분 납품을 위한 품질검사에서 처음으로 국방규격 미달 판정을 받았다.

국방기술품질원이 무작위로 선정한 시료를 바꿔치기하는 과정에서, 선정된 시료에 적힌 서명을 위조한 사실이 탄로 난 것이다.

아리셀은 올해도 방위사업청과 34억원 상당의 리튬전지 납품계약을 맺고 지난 2월 말 8만3000여개를 납품한 데 이어 4월 말에도 8만3000여개의 전지를 납품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규격 미달 판정으로 4월 납품분을 재생산해야 하는데다 6월분(6만9000여개) 납기일도 다가오자 아리셀은 지난 5월 10일쯤 ‘하루 5000개 생산’이란 목표 하에 공장을 무리하게 가동하기 시작했다. 하루 5000개는 아리셀 공장의 일평균 생산량의 2배 수준이다.

아리셀은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한신다이아(메이셀의 전신)로부터 근로자 53명을 신규 공급받았다. 이어 숙련되지 않은 이들을 충분한 교육도 없이 주요 제조공정에 투입했다.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 업무는 파견법에 규정된 32개 파견근로 허용 업종에 포함되지 않아 불법에 해당한다.

이 과정에서 3∼4월 2.2%였던 평균 불량률은 5월 3.3%, 6월 6.5%로 치솟았고 케이스 찌그러짐이나 전지 내 구멍 등 기존에 없던 유형의 불량도 추가 발생했다.

그런데도 아리셀은 문제 해결 없이 케이스를 망치로 쳐 억지로 결합하거나 구멍 난 케이스를 재용접하는 등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생산을 이어간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5월 16일에는 미세 단락으로 인해 전지에 발열이 생기는 것을 처음 알고 정상 전지와 분리하는 작업을 거쳤지만, 6월 8일 이후에는 발열전지 선별 작업조차 중단하고 분리 보관하던 발열전지도 납품 대상에 다시 포함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화재가 발생한 공장 3동 2층에서는 3개의 출입문을 통과해야 비상구에 도착할 수 있는데, 그 가운데 일부는 피난 방향과 반대로 열리도록 설치되고, 항상 열릴 수 있어야 하는 문에 보안장치가 설치되는 등 대피경로 확보에도 총체적 부실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함께 근로자의 채용과 작업 내용 변경 때마다 진행돼야 할 사고 대처요령에 관한 교육도 제대로 하지 않아 피해가 커진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화재 직후 수사본부를 편성, 아리셀 등 3개 업체 관련 13곳에 대한 압수수색과 함께 4차례에 걸쳐 화재 현장에 대한 합동감식을 실시했다.

또 피의자 및 참고인 103명을 131회에 걸쳐 조사해 이 중 18명을 입건했다.

한편 지난 6월 24일 오전 10시 30분쯤 아리셀 공장 3동 2층에서 불이 나 2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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