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태지역 최대 민간 에너지 회사 위치 굳혀”…
국민연금 등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여부 주목
[서울이코노미뉴스 김보름 기자]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안이 압도적인 찬성으로 주주총회를 통과했다.
SK이노베이션은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SK E&S와의 합병 계약 체결 승인 안건이 참석 주주 85.76%의 찬성률로 통과됐다고 밝혔다.
SK E&S도 이날 주주총회를 열고 양사 합병안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오는 11월 매출 88조원, 자산 100조원 규모의 초대형 에너지 기업이 탄생하게 된다.
상각전 영업이익(EBITDA)은 합병 전보다 1조9000억원 늘어난 5조8000억원 수준으로 커져 재무·손익 구조도 강화된다.
그 동안 SK그룹은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와 에너지·화학 사업의 불확실성, 전기차 시장의 일시적 수요 둔화 등 외부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에너지 사업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목표 아래 양사 합병을 추진해왔다.
SK이노베이션은 1962년 국내 최초 정유회사로 출발해 석유화학·윤활유·석유개발사업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해왔다.
SK E&S는 1999년 SK이노베이션에서 분할돼 도시가스 지주회사로 출범한 이후 국내 1위 민간 LNG 사업자로 자리매김했다.
SK그룹은 "양사는 각자의 사업 영역에서 국내 1위 사업자로 성장한 뒤 다시 결합해 아태지역 최대 민간 에너지 회사로 위치를 굳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양사의 합병이 외형적 성장 외에 포트폴리오 경쟁력 강화, 재무·손익구조 강화, 성장 모멘텀 확보 등 3가지 측면에서 시너지를 내게 된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주총 전부터 합병 안건의 통과가 유력하다고 전망했었다.
SK이노베이션은 최대주주인 SK㈜의 지분율이 36.22%으로 압도적인데다 글로벌 양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글래스루이스도 찬성을 권고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의 권고 내용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SK이노베이션의 외국인 투자자 지분율은 20.9%에 달한다.
그럼에도 SK이노베이션 지분 6.28%를 보유한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은 지난 22일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 열고 SK이노베이션 합병 안건에 반대 의견을 내기로 결정했다. "주주가치 훼손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1대 1.1917417로 설정된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 비율이 SK이노베이션 일반 주주들에게 불리하다고 본 것이다.
합병이 주총을 통과함에 따라 국민연금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지 여부도 주목의 대상이다. 주식매수청구권은 주주 이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안건이 주총에서 결의된 경우 이에 반대하는 주주가 소유주식을 공정한 가격에 매수하라고 회사에 청구할 수 있는 권리다.
SK이노베이션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은 임시 주총일인 이날부터 다음달 19일까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행사 금액은 주당 11만1943원으로, SK이노베이션은 8000억원 규모의 한도를 설정했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지분은 6000억원이 넘는다. 국민연금과 소액주주가 동시에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해 SK이노베이션이 설정한 매수금액 한도인 8000억원을 넘어서면, 합병 자체가 원점에서 재검토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앞서 SK이노베이션은 주식매수청구 규모가 8000억원을 초과하면 합병 계약을 해제하거나 조건을 변경할 수 있다고 공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