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 규제 적용받으면 정부지원 확대…사업모델 3가지로 분류
[서울이코노미뉴스 윤석현 기자] 정부가 임대료 규제를 모두 푼 '20년 장기임대주택' 도입방안을 내놓았다. 기업이 주택 임대시장에 적극 참여하도록 하는 유인책이다.
기존 10년짜리 장기임대주택과 달리 세입자가 바뀌면 시세대로 임대료를 올릴 수 있도록 하고, '주거비 물가상승률'보다 더 높은 임대료인상률도 허용한다.
영세한 개인 위주인데다 전세사기까지 문제가 된 민간임대시장에 기업을 끌어들여 장기간 거주할 수 있는 양질의 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민간임대주택법 개정안이 국회를 먼저 통과해야 하는 전제가 있다.
국토교통부는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서민·중산층과 미래세대의 주거안정을 위한 새로운 임대주택 공급방안'을 발표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기업형 장기임대주택은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등 법인이 한 단지에 100가구 이상인 대규모 임대주택을 20년 이상 의무적으로 임대하는 형태다.
정부는 내년부터 연간 1만가구씩 2035년까지 10만가구의 20년 장기임대주택을 공급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임대 가능한 주택형태에는 제한이 없다. 핵심은 임대료 규제완화와 세제혜택이다.
이는 기업이 의무임대기간이 끝난 뒤 집을 팔아 수익을 내는 게 아니라, 임대수익만으로도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인센티브다.
현재 100가구 이상을 보유한 10년 장기임대주택 사업자는 임대료 상승률을 5% 이내로 제한하는 전월세 상한규제와 함께 상승률이 해당지역의 주거비 물가지수상승률을 넘어선 안된다는 규제를 받고 있다.
서울의 주거비 물가지수상승률이 3%라면 서울에서 주택 임대사업을 하는 기업은 5%가 아닌 3% 내에서 임대료를 올릴 수 있다는 뜻이다.
임대료를 올릴 때는 임차인대표회의와 협의해야 하며, 임차인이 바뀌어도 의무임대기간에는 임대료 상승률을 제한받는다.
정부는 20년 장기임대주택에서 이런 규제를 모두 없애기로 했다.
다른 임대료 규제는 사업모델을 ▲자율형 ▲준자율형 ▲지원형으로 나눠 차등 적용한다.
규제를 많이 받을수록 정부 지원도 늘어나는 구조다. '자율형'은 임대료 규제에서 자유롭다. 임대보증 가입과 임대차계약 신고의무만 지키면 된다. 대신 별다른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한다.
'준자율형'은 임대기간 중 세입자가 계속해서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할 수 있고, 임대료인상률은 5% 이내로 제한된다. 대신 주택 건설자금 조달을 위한 저리기금 융자와 지방세 감면혜택을 준다.
'지원형'은 초기임대료가 시세의 95%로 제한되며, 무주택자 우선공급의무도 부여된다. 규제를 많이 받지만, 기금 출자·융자, 공공택지 할인 등 지원도 크다.
유형별 임대료 증액기준을 지키는 사업자에게는 법인중과세 배제혜택을 준다. 취득세 중과(12%), 종합부동산세 합산, 법인세 추가과세(20%)에서 배제한다.
기업형 장기임대 사업자가 도심 민간부지를 원활하게 확보할 수 있도록 개인토지주가 부지를 매각하면 양도세를 감면(10%)해주고, 법인 소유토지 매각때는 법인세 10%포인트 추가과세에서 배제한다.
20년 장기사업인 만큼 장기투자에 적합한 보험사의 진입장벽도 없애주기로 했다. 보험사의 임대주택 투자를 허용하고, 장기임대주택 보유때는 재무건전성 평가지표인 '지급여력비율'을 20%에서 25%로 완화해 적용한다.
법인 임대사업자간 임대주택 거래규제도 푼다. 적절한 시기에 사업자를 변경해 수익을 실현할 수 있도록 5년이상 임대 운영후 임대주택 전체를 포괄적으로 넘기면, 넘겨받은 사업자가 기존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는 '포괄양수도'를 허용한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20년 장기임대주택 도입으로) 이사 걱정, 전세사기 걱정없이 원하는 기간만큼 안심하고 거주할 수 있는 양질의 임대주택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국회,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의해 법 개정, 사업지 발굴 등 후속조치를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고령층 특화시설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장기임대주택인 '실버스테이'는 시행령 개정만으로도 가능해 올해 시범사업에 나서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