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8.3조↑·3년4개월내 최대폭…신용대출도 석달만에 반등
집거래 급증에 가계대출 단기진정 어려워…주담·전세대 죄기 이어질듯
[서울이코노미뉴스 한지훈 기자] 금융당국이 은행들을 옥죄어도 주택담보대출 중심의 역대급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서울 등 수도권의 주택거래가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여서, 두세 달 안에 가계대출 수요가 눈에 띄게 줄기 어렵다는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은행권이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 문턱을 한층 높이고 나섰다.
◇주담대 증가폭 두달째 7조원 넘어…3년전 '영끌' 광풍 웃돌아
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8월29일 기준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 포함) 잔액은 567조735억원으로, 7월 말(559조7501억원)보다 7조3234억원 불었다.
역대 월간 최대 증가폭이었던 7월(+7조5975억원)보다는 2741억원 적다.
하지만, 지난달 중순이후 주요 은행들이 조건부 전세자금대출 중단, 주택담보대출 한도·만기축소 등의 대출억제 조치를 취한 사실을 고려하면 두달째 유례가 없는 급증세이다.
더구나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실행(9월1일)을 앞두고 30∼31일 이른바 '막차' 수요가 몰렸다면, 8월 전체 5대 은행 주택담보대출 증가 은 8조원 안팎으로 7월 기록을 경신했을 가능성이 높다.
신용대출도 29일 만에 8202억원(102조6068억원→103조4270억원) 늘었다. 주택담보대출 문턱이 높아지자 신용대출까지 최대한 끌어쓰면서 3개월 만에 반등했다.
8월 전체 가계대출 증가폭은 8조3234억원(715조7383억원→724조617억원)으로, 2021년 4월(+9조2266억원) 이후 3년4개월 만에 최대 기록을 세웠다.
가계대출도 남은 영업일 이틀(30∼31일) 취급액까지 더해지면 9조원대에 이를 수도 있다.
2021년은 코로나19 사태로 시작된 0%대 기준금리(2020년 5월∼2021년 11월 0.5∼0.75%)를 바탕으로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하단이 2%대에 불과해 레버리지(차입) 투자가 한창이던 시기다.
결국 3년 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빚투(빚으로 투자) '광풍' 당시와 비교해 현재 가계대출·주택담보대출 증가속도가 비슷하거나 더 빠르다는 뜻이다.
◇7월 서울 주택매매 1만건 넘어…2∼3개월 뒤 가계대출 증가로 나타나
은행권은 이런 가계대출 급증세가 당장 수개월 안에 급격히 꺾이기는 어려운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주택담보대출은 주택 거래시점으로부터 약 두세달의 시차를 두고 실제 집행되는데, 최근까지 주택 매매증가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7월 서울지역 주택 매매(신고일 기준)는 1만2783건으로 6월보다 41%나 늘어 2년11개월 만에 1만건을 넘어섰다.
한국은행 관계자도 지난달 '2분기 가계신용' 발표당시 "주택 매매가 이뤄지면 2∼3개월 시차를 두고 가계대출에 영향을 미친다"며 "따라서 3분기 들어 7월에도 가계부채가 2분기 수준으로 늘고있어 관련기관과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었다.
◇은행권,앞다퉈 주담대·전세대출 취급제한…가계대출 억제총력
따라서 당분간 은행권은 '가계대출 조이기' 조치를 이어갈 전망이다. 주요 시중은행은 가계대출 금리인상에서 더 나아가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취급자체를 앞다퉈 제한하고 있다.
특히, 우리은행은 실수요자 중심의 가계부채 효율화를 명분으로 주택 소유자에게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등을 중단하는 내용의 '초강수' 대책을 이날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오는 9일부터 주택을 한채라도 보유한 경우, 서울 등 수도권에 주택을 추가로 구입하기 위한 목적의 대출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아울러 서울 등 수도권내 전세자금대출도 전 세대원 모두 주택을 보유하지 않은 무주택자에게만 지원하기로 했다. 갭투자(전세 낀 주택매입) 등 투기수요를 원천 차단하기 위한 조치이다.
전세 연장 또는 8일 이전 전세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을 지급한 경우는 예외로 할 방침이다.
아파트 입주자금대출의 경우 우리은행이 이주비나 중도금을 취급했던 사업지 위주로 운용하고, 그밖의 사업지에는 제한적으로 참여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또 주택담보대출 만기를 최장 40년에서 30년으로 단축한다. 이렇게 하면 DSR 상승으로 연소득 5000만원인 차주가 연 4.5%의 금리로 대출받는 경우, 대출한도가 3억7000만원에서 3억2500만원으로 약 12% 줄어든다는 게 우리은행측 설명이다.
KB국민은행은 3일부터 전세자금대출을 임차보증금 증액범위 안에서만 취급하기로 했다. 투기성 자금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는 임대인 소유권 이전 등의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은 아예 중단한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29일부터 현재 최장 50년(만 34세 이하)인 주택담보대출 대출기간을 수도권 소재 주택에 한해 30년으로 일괄축소하고, 생활안정자금 대출의 한도를 물건별 1억원으로 줄였다.
신한은행도 3일부터 주택담보대출 최장기간을 기존 50년에서 30년으로 줄이기로 했다.
아울러 생활안정자금 목적의 주택담보대출 한도도 1억원으로 제한한다. 다만, 실수요자를 위한 전세 반환자금 용도의 주택담보대출은 예외로 할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26일부터 갭투자를 막는 취지에서 임대인(매수자) 소유권 이전, 선순위채권 말소 또는 감액, 주택 처분 등의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을 내주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