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김준희 기자] 정부는 4일 연금개혁 추진 계획을 발표하면서 규모가 큰 사업장부터 퇴직연금 도입 의무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퇴직금 체불 방지와 근로자 간 노후소득 격차 완화를 위해 모든 사업장이 퇴직연금을 도입하도록 의무화하되, 기업의 부담 등을 고려해 대기업부터 단계적으로 실시하겠다는 설명이다.
의무화 전까진 최대한 자율적인 가입을 유도할 계획이다.
특히 중소기업 퇴직연금기금 가입을 촉진하기 위한 정부의 재정 지원(최저임금 130% 미만 근로자를 대상으로 부담금의 20% 지원) 기간을 연장하는 등 인센티브도 제공하기로 했다.
2005년 도입된 퇴직연금은 사내에 적립하는 '퇴직금'과 달리 사용자가 퇴직급여 재원을 금융기관에 적립·운영해 근로자 퇴직 후 지급한다.
현행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은 사용자가 퇴직 근로자에게 급여를 지급하기 위해 퇴직금과 퇴직연금 중 하나 이상의 제도를 설정하도록 하고 있다.
대기업의 경우 노사 합의 등에 따라 대부분 퇴직연금을 도입했으나, 중소 사업장들은 아직 도입률이 낮다.
2022년 말 기준 퇴직연금 도입률은 26.8%로, 300인 이상 사업장은 도입률이 91.9%이지만, 30인 미만 사업장은 23.7%에 불과하다.
정부는 영세 중소기업을 위해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인 '중소기업 퇴직연금기금'을 운영 중인데, 가입 사업장이 꾸준히 늘고는 있지만 그 비중은 크지 않다.
정부는 특히 퇴직연금의 중도 인출은 더 까다롭게 하고, 연 2% 수준의 수익률은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대다수가 퇴직연금을 연금으로 지급받지 않고 일시금으로 찾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퇴직연금 수령이 시작된 계좌 약 53만 개 가운데 연금 방식으로 수령한 계좌는 10.4%에 불과했다.
연금 수령 비율은 2021년 4.3%, 2022년 7.1%에서 꾸준히 늘고 있지만, 여전히 10명 중 9명은 일시금으로 수령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퇴직연금이 노후생활에 활용될 수 있도록 연금화 유인을 강화해 2035년에는 연금 수령 비중을 50%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중도 인출 요건도 강화한다. 현재 주택 구입이나 전세 임차, 6개월 이상 요양, 파산 등 사유가 있는 경우 등에 한해 중도 인출이 가능한데, 이를 더 까다롭게 해 불필요한 중도 인출을 막을 방침이다.
중도 인출 대신 퇴직연금 담보 대출을 활성화시키겠다는 구상이다.
퇴직연금이 제 기능을 하도록 수익률도 높이기로 했다.
퇴직연금의 지난 10년간 연 수익률은 2.07%로, 예금 금리 수준이다.
정부는 수익률 개선 등을 위해 근로자의 별도 운용 지시가 없는 경우 사전에 정해둔 방법으로 적립금이 자동 운용되도록 하는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를 지난해 도입했으나, 아직 수익률 개선 효과는 미미하다.
2분기 말 현재 디폴트옵션 전체 적립금 중 89%가 '초저위험' 등급의 원리금보장상품에 들어가 있는 탓이다.
고위험 등급 상품의 1년 수익률은 16.55%인데 반해 초저위험 상품은 3.47%에 그쳤다.
'로보어드바이저(RA) 투자 일임' 시범사업도 실시한다. 로보어드바이저는 로봇과 어드바이저의 합성어로, 인공지능(AI)이 알고리즘, 빅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개인의 투자성향을 반영한 포트폴리오를 구성·운용하는 자산 관리 서비스다.
아울러 금융사 간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근로자가 기존 퇴직연금 계좌로 투자한 금융상품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다른 금융사 계좌로 갈아탈 수 있도록 현물 이전 시스템도 구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