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사이언스 "실제 주인 신 회장으로 바뀌는 것…일방통행"
임종윤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 위계업무방해 혐의로 고소"
[서울이코노미뉴스 한지훈 기자] 한미약품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의 경영체제 재편을 추진하는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 임주현 부회장 등 '3자 연합'이 4일 법원에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주총회 소집허가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3자 연합은 현재 10명으로 규정된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정원을 11명으로 확대하고 ▲신 회장을 기타 비상무이사, 임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각각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주총에 상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앞서 7월29일 한미사이언스 전문경영인 체제구축을 주장하며, 이사회 정원확대와 신규이사 선임을 의안으로 하는 임시주총 소집을 청구한 바 있다.
당시엔 이사회 정원을 12명으로 확대하고 신규이사 3명을 선임하겠다고 했지만, 법원 허가신청 과정에서 인원이 줄어든 셈이다.
3자 연합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세종은 "상법에 따라 정당하게 요구한 임시주주총회 소집에 대해 한미사이언스가 현재까지 소집절차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며 "더 이상의 기다림은 무의미하다고 판단했으며, 이에 따라 법원에 임시주총 소집허가를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법원이 허가해도 주주에 대한 소집 통지기간 등을 고려하면 주총은 빨라도 10월 이후에 개최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법원 허가신청은 지난 7월 신 회장이 송 회장과 장녀 임 부회장으로부터 한미사이언스 지분 6.5%를 매수하기로 한 거래가 3일 완료돼 14.97% 지분을 갖춘 1대 주주로 올라선지 하루 만에 이뤄졌다.
신 회장 개인 지분은 3자 연합의 다른 일원인 송 회장(5.70%)과 임 부회장(8.11%)의 지분을 합친 13.81%보다 많다. 신 회장은 또 그가 100% 지분을 가진 한양정밀을 통해서도 한미사이언스 지분 3.95%를 갖고 있다.
신 회장은 앞서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핵심 사업회사인) 한미약품은 지금처럼 박재현 대표로 가고, 한미사이언스는 임종훈 대표가 물러나고 전문경영인 체제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한미그룹 회장직을 맡을지 묻는 말에는 "고 임성기 회장이 일궈놓은 한미그룹의 회장 자리에 앉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지만,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 이사로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건설기계와 자동차 부품을 제조하는 한양정밀의 창업과 경영이 한미약품그룹 경영과는 다르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제조업을 하면서 숱한 위기를 견뎌왔고, 제조업 경영의 노하우를 제약 바이오 R&D(연구개발)와 접목해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자신한다"고 말했다.
이에 송 회장의 차남 임종훈 대표가 이끄는 한미사이언스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3자 연합이 추진하는 전문경영인 체제라는 것이 결국 회사의 실제주인이 신동국 회장으로 바뀌는 것"이라며 "허수아비 전문경영인이 이들의 지시를 수행하는 파행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신 회장 본인이 언론보도를 통해 한미약품그룹 회장이 부담스럽다고 밝힌 것으로 미뤄 임 부회장을 지주사 대표로 앉히려는 수순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3자 연합의 이같은 행보는 과거에는 OCI그룹을 통한 경영권 장악, 이번에는 신 회장을 등에 업은 경영권 장악 등 '기 승 전 경영권획득' 패턴으로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미사이언스는 주총 소집절차가 진행되지 않았다는 3자 연합측 주장과 관련해서는 애초 주총 소집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받은 이후 이사 선임 후보자 등 안건을 분명히 해달라고 회신했고, 한달여간 답이 없다가 3자 연합이 지난 2일 신 회장 등 이사 후보자를 제시하며 소집을 재청구해 주총 일정조율에 착수한 상태였다며 회사가 소집을 지체했다는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사는 현재 회사 상황이 정관변경 및 이사회 재구성을 고려할 만큼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3자 연합은) 정관까지 작위적으로 손보겠다며 불과 한달여 만에 이사회 정원을 2인 증원에서 1인 증원으로 말을 바꾸는 등 본인들의 목적 달성을 위해 안하무인격 일방통행을 일삼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한미약품 이사회에서 대표이사 선임안건이 부결된 장남 임종윤 사내이사는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이사가 당시 이사회에서 자신을 북경한미약품 동사장(이사회 의장)이라고 말한 것은 허위보고라고 주장하며
박 대표를 이날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송파경찰서에 고소했다고 임 이사측 관계자는 전했다.
이에 한미약품은 "적법한 절차에 의해 박 대표를 북경한미약품 동사장으로 선임했으며, 이 과정을 설명한 회사 공식메일을 임 이사도 수신해 (내용을) 모두 알고 계실 것"이라며 "한미약품은 흔들림 없이 전문경영인 체제하에서 정도경영을 이어 나가겠다"고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