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김준희 기자]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총수 일가의 증여세 회피를 위해 주식을 저가에 양도한 혐의에 대한 항소심 재판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1부(한창훈 김우진 마용주 부장판사)는 6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기소된 허 회장에게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기속된 조상호 전 SPC그룹 총괄사장, 황재복 SPC 대표이사도 모두 무죄를 선고 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업무상 배임죄가 성립하려면 고의로, 위법한 방법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돼야 한다”면서 “밀가루 생산 계열사인 밀다원 주식 양도 가격이 취득 가격보다 낮고 당시 회사 시설 증설 공사 등으로 인한 장래의 수익가치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검찰의 주장만으로는 해당 행위가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2013년 1월부터 시행된 '일감몰아주기' 증여세를 회피하기 위해 이 같은 거래를 했다는 공소 사실에 대해 "주식가액 평가 방법이 위법하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이상 이를 배임 행위라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는 구조에 따라 부과되는 것이고, 구조에 따라 얻게 될 이익을 증여로 의제한다는 것”이라며 “그 지배구조를 해소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라 주식 양도에서 양도가액이 어떻게 정해지는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 이어 "피고인들이 공모한 후 고의로 부당하게 지시해 개입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면서 "피고인들이 배임 행위에 고의적으로 가담했다고 볼 수도 없다"고 밝혔다.
허 회장 등은 2012년 12월 SPC그룹의 파리크라상과 샤니가 보유한 밀다원 주식을 취득가(2008년 3038원)나 직전 연도 평가액(1180원)보다 크게 낮은 255원에 SPC삼립에 팔도록 지시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이 판단한 적정 가액은 1595원이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허 회장이 '일감몰아주기' 증여세를 회피하기 위해 제도 시행 직전 주식을 저가에 팔았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를 통해 샤니는 58억1000만원, 파리크라상은 121억6000만원의 손해를 입은 반면 삼립은 179억7000만원의 이익을 봤다고 봤다.
허 회장의 변호인은 선고 직후 입장을 내고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신 재판부께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한편 허 회장은 이 사건과 별개로 파리바게뜨 제빵 기사들에게 민주노총 탈퇴를 종용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