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윤석현 기자] 저축은행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채권 정리과정에서 PF 정상화펀드를 이용해 '꼼수 매각'을 하고, 이를 통해 건전성을 제고한 듯한 착시효과를 일으킨 사실이 금융감독원 검사결과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자산운용사가 저축은행의 확인을 받아 이른바 'OEM 펀드'를 운용한 사례도 확인됐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부실 PF 대출채권 매각이 많았던 A저축은행과 관련펀드 운용사인 B자산운용사에 대해 수시검사를 실시한 결과 이처럼 나타났다고 9일 밝혔다.
금감원은 최근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개선안 이후 저축은행이 부실 PF 대출채권을 정리하면서 사모펀드 조성을 통해 부실을 이연할 가능성이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됨에 따라 이들에 대한 수시검사에 착수했다.
A저축은행은 올해 6월, 8월 두차례에 걸친 B자산운용의 '저축은행 PF 정상화펀드'에 각각 908억원(외부투자 제외시 펀드 총설정액의 46.7%), 585억원(33.3%)을 투자했다.
계열사를 포함하면 1차 펀드에는 1945억원(총설정액의 90.9%), 2차 펀드에는 1017억원(49.5%)을 투자했다.
A저축은행은 이후 해당펀드에 각각 955억원, 646억원의 부실채권을 매각해 투자비율(1차 46.7%·2차 33.3%)과 정확히 일치하는 비율로 자신의 PF 대출채권을 매각했다.
이에 따라 PF대출채권이 펀드수익증권으로 대체돼 매각시점에서는 사실상 PF 대출채권을 보유한 것과 동일한 효과가 났다.
A저축은행은 이 과정에서 PF대출채권을 장부가액(대출원금-충당금)보다 높은 금액에 매각해 충당금 총 129억원을 환입함으로써 당기순이익을 과다 인식했다. 게다가 부실 PF대출채권을 매각하면서 6월 말 연체율이 2.6%p 하락해 건전성이 양호해지는 효과까지 봤다.
해당펀드를 운용한 B운용사는 저축은행의 개별확인을 받아 투자대상 PF 대출채권을 최종적으로 확정하는 등 일명 'OEM펀드'를 운용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투자자와의 이면계약에 따라 투자자로부터 일상적으로 명령·지시·요청 등을 받아 집합투자재산을 운용하는 'OEM 펀드'는 자본시장법상 금지돼 있다.
B운용사는 별도 실사절차 없이 대출취급 시점(최대 4년 전)의 감정평가금액을 사용해 산정한 외부평가 결과를 그대로 적용해, 해당펀드가 PF 대출채권을 고가에 매입하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금감원은 이번 검사에서 나타난 저축은행 업권의 편법적인 건전성 제고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금감원은 A저축은행의 매각이익 인식분에 대해서는 유가증권 손상차손을 인식하도록 지도하고, 매각자산을 저축은행 장부에 재계상하는 방식 등을 통해 편법매각으로 인한 연체율·고정이하여신비율 착시효과도 제거할 예정이다.
또 B운용사의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관련법규 및 절차에 따라 향후 제재를 통해 엄정히 조치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금융회사가 OEM 펀드 등을 활용해 부실채권 정리를 이연하지 않도록 시장감시를 지속하고, 필요시 추가검사를 실시하는 등 PF 정상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