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씨 일가. 국내외 네트워트 총동원…
MBK, "대항 공개매수 나서도 엑시트 불가“
[서울이코노미뉴스 김보름 기자] 영풍과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를 위한 공개매수를 진행 중인 가운데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등 최씨 일가는 국내외에서 ‘우군 확보’를 위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고려아연이 대항 공개 매수에 나서며 역공을 펼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추석 연휴 기간이던 지난 16∼18일 일본, 홍콩, 싱가포르 등에 출장을가 현지 협력사 등 글로벌 기업들과 접촉하며 영풍·MBK 측에 맞설 우군으로 만들기 위해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 회장은 일본 도쿄에서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글로벌 투자회사 일본 소프트뱅크 측과 회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려아연은 2022년 소프트뱅크가 스위스의 에너지저장시스템(ESS) 개발 업체인 에너지볼트에 투자할 당시 5000만 달러를 투자하면서 인연을 맺은 바 있다.
재계에서는 막대한 자본력을 갖춘 소프트뱅크가 고려아연의 '백기사'로 등판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최 회장은 일본의 대형 종합상사 스미토모 등과도 만나 협력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이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들과 접촉해 이번 사태를 타개할 방안을 모색했다거나 주식 담보 대출을 검토하는 등 해법을 찾고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최 회장의 해외 일정을 정확히 확인해줄 수 없지만, 일본, 싱가포르, 홍콩은 유럽과 미국 등 글로벌 기업의 아시아 거점"이라고 전하고 "최 회장뿐 아니라 여러 임직원들이 회사를 위해 뛰고 있다"고 말했다.
고려아연 계열사인 켐코의 최내현 회장과 고려아연 호주 계열사인 아크에너지 최주원 대표 등이 글로벌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우호 세력 확보에 총력을 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윤범 회장은 추석 연휴 직후 한화그룹 김동관 부회장과 회동했다.
이에 수소·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고려아연과 긴밀한 협력 체계를 구축한 한화그룹이 이번 경영권 분쟁에서 고려아연 편에 서겠다는 방침을 굳힌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현재 한화그룹은 고려아연 지분 7.76%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한화를 비롯해 현대차, LG화학 등 대기업 지분(18.4%)을 최씨 일가의 우호 지분으로 분류하고 있다.
고려아연 사업장이 있는 울산 지역 정치권이 고려아연 지지를 공식화한 것도 고려아연 측에는 호재다.
고려아연과 영풍·MBK 간의 지분 싸움은 오는 24일이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영풍과 MBK는 고려아연의 주식 약 7∼14.6%를 주당 66만원에 공개 매수하기로 했는데, 이날 오후 2시 현재 고려아연의 주가는 공개 매수가를 6.1% 웃도는 70만원까지 치솟아 MBK 측에 부담인 상황이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MBK는 공개 매수 종료일인 다음달 4일의 열흘 전인 오는 24일까지 공개 매수가를 올릴 수 있으며, 이후 가격을 조정하면 공개 매수 기간을 열흘 연장해야 한다.
공개 매수가가 시세보다 낮으면 실패 가능성이 크다. 24일 이후 가격을 조정하면 최 회장 측에 대응할 시간을 만들어주는 것이어서 이 역시 쉽지 않은 결정이다. 24일 전에 공개 매수가를 올리는 것 역시 인수 비용 증가로 부담이 커지기는 마찬가지다.
최 회장 측이 그동안 확보한 자금을 바탕으로 1조원 안팎을 투입해 MBK 측보다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대항 공개 매수에 나서는 등 역공을 준비하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그러나 MBK파트너스는 최윤범 회장이 대항 공개매수를 하려고 해도 재무적 투자자(FI)나 전략적 투자자(SI)들의 엑시트(투자금 회수) 방안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을 들어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MBK파트너스는 자본시장 전문가들을 인용해 "일본 소프트뱅크나 미국계 프라이빗에쿼티(PE) 베인캐피털이 공개매수로 높아진 가격에 지분을 인수하는 경우, 주가가 회귀함에 따라 주식시장에서 매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여기에다 최 회장은 경영권을 계속 유지해야 하는 입장에 있기 때문에 투자회수 방안이 없다는 설명이다.
이미 고려아연 지분을 소유한 트라피규라, 글렌코어, 일본 스미모토 등 고려아연 납품·협력업체들이 높은 가격으로 지분을 매수해 주는 것은 가능하지만 이들은 반대급부로 고려아연에서 혜택을 받으려고 할 것이기 때문에 최 회장에게는 배임적 성격의 거래가 된다고 주장했다.
MBK파트너스는 한국투자증권과 외국계 사모대출펀드에서 단기자금을 빌릴 가능성에 대해서도 "최종적으로 투자할 투자자가 정해지지 않은 가운데 언제 돌려받을지 모르는 상태에서 리스크를 떠안고 단기 금융을 제공하는 것이어서 증권사나 외국계 사모대출펀드 모두에게 무리한 투자"라고 주장했다.
MBK파트너스는 시장에 떠도는 최 회장의 대항공개매수설을 '루머'로 일축하며 "루머를 유포하는 행위들은 자본시장법 178조 또는 178조의 2에서 금지하는 시장질서 교란행위로 처벌받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