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도 우군으로”…고려아연, 국가핵심기술 지정 전격 신청
“정부도 우군으로”…고려아연, 국가핵심기술 지정 전격 신청
  • 김보름 기자
  • 승인 2024.09.25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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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차전지 핵심원료 가공기술 대상…MBK의 매각 구상 원천봉쇄 의도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고려아연 제공

[서울이코노미뉴스 김보름 기자] 고려아연이 산업통상자원부에 자사가 보유한 이차전지 핵심 원료인 전구체 제조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해달라고 신청했다. 

영풍과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의 자사 경영권 인수 시도에 맞서 정부도 우군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국가핵심기술 보유 기업은 경제안보상 이유 때문에 정부 승인을 받아야 외국 기업에 인수될 수 있다.

고려아연은 25일 산업통상자원부에 자사가 보유한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해달라는 신청서를 전날 제출했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대상 기술은 이차전지소재 전구체 관련 기술로 하이니켈 전구체 가공 특허 기술"이라면서 "국가핵심기술 판정과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는 전문위원회 개최를 비롯해 표준 절차를 진행하는 등 내부 검토를 완료한 뒤 판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그동안 고려아연과 영풍·MBK 간 경영권 분쟁을 시장 상황이라는 점을 들어 관망하는 자세를 보였다.

고려아연 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되면 정부가 외국 기업에 의한 인수합병을 승인할 권한을 갖게 돼 경영권 분쟁의 판도가 바뀔 수 있다.

고려아연의 이 같은 움직임은 중국 등 외국에 자사가 매각되기 어렵게 만들어 궁극적으로 재매각을 통한 이익 실현을 추구하는 사모펀드 MBK의 사업 구상에 타격을 가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되고 있다.

고려아연이 반도체와 이차전지 등 첨단 산업을 뒷받침하는 핵심 국가기간 기업이라는 명분을 축적해두려는 뜻도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MBK파트너스는 자사를 '한국 토종 사모펀드'라고 강조하며 일각에서 자신들을 '중국계 자본'으로 흑색선전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MBK가 고려아연 공개 매수에 활용되는 바이아웃6호 펀드에서 중국계 자본 비중은 5% 안팎이다.

MBK는 중국 매각 계획은 없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세계 1위 비철금속 제련 기업인 고려아연은 전자, 반도체, 자동차, 이차전지 등 국내 첨단 산업에 다양한 기초 소재를 공급하는 공급망 핵심 역할을 담당하는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고려아연은 자사가 다양한 첨단 산업과 연관되는 비철금속 제련 기술력이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자평한다.

고려아연 이제중 부회장(최고기술책임자·CTO)은 전날 본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투자 회사들이 돈만 생각하면 고려아연에서 팔아먹을 기술이 엄청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정마다 수백개 이상이 있다고 생각하면 되고, 어떤 것은 몇천억원짜리도 있다고 보면 된다. 남들이 따라올 수 없는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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