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연구회, “자동조정장치 선택 아닌 필수…의무가입연령 올려야”
[서울이코노미뉴스 윤석현 기자] 정부가 국민연금에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더라도 0.31%의 국민연금 급여액 인상률 하한선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지급한 보험료보다는 많이 수령할 수 있도록 연금 수령액을 매년 최소 0.31%는 인상하겠다는 것이다.
연금행동 등 시민단체가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면 연금 수령액이 20% 삭감될 것”이라고 주장하자, 인상률 하한선을 설정하면 수령액이 줄어들지 않는다고 반박한 것이다.
자동조정장치는 인구 구조나 경제 상황에 따라 ‘내는 돈’인 보험료율과 ‘받는 돈’인 연금액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장치다.
정부는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매년 연금 수령액을 인상하는데,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면 기대 여명이 늘어나고 경제성장률이 낮아질수록 연금 인상분이 줄어든다.
이기일 복지부 1차관은 이와 관련, 지난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인상률의 하한선을 0.31%로 설정하겠다”고 밝혔다. 0.31%는 국민연금을 가장 많이 내는 소득 최고위 계층이 최소 낸 돈만큼은 돌려받을 수 있도록 한 인상률 수치다.
이 차관은 중장년층의 부담·반발과 세대 간 갈등을 유발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던 ‘세대별 보험료 차등화’ 안에 대해서는 “이미 세대 간 기여와 혜택이 다르다”면서 “세대별 보험료 부담과 급여 혜택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여러 차례 연금개혁이 시행되며 보험료율은 점차 증가했고 소득대체율은 낮아지는 과정에서 윗세대일수록 ‘덜 내고 더 받는’ 혜택을 이미 누렸다는 것이다.
예컨대 50세는 보험료율(현행 9%)이 6%, 소득대체율이 70%(현행 42%)인 시대를 거쳤기 때문에 차등화를 적용하더라도 생애 전체로 따지면 평균 보험료율은 9.6%, 소득대체율은 50.6%가 된다. 그러나 가입 출발 지점이 다른 20세라면 생애 평균 보험료율은 12.3%, 소득대체율은 42.0%가 된다는 설명이다.
이 차관은 “자동조정장치와 보험료 차등화는 재정 안정을 꾀하고 청년 신뢰를 회복할 ‘고육지책’이다. 도입되지 못한다면 그만큼 청년들에게 부담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연금 전문가들이 주축이 돼 구성된 연금연구회는 정부가 제안한 연금 자동조정장치 도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의무가입연령 상향 개혁이 동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구회는 지난 24일 서울 동국대학교에서 가진 세미나에서 “자동조정장치 도입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연구회는 노인빈곤률이 높은 한국에서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면 연금액이 크게 줄어들 것이란 일각의 우려와 관련, “현재 59세인 의무가입연령을 64세로 연장하면 소득대체율이 13%늘어날 수 있다”면서 “이렇게 운영하면 자동조정장치는 ‘자동삭감장치’가 아닌 ‘자동유지장치’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의무가입연령을 높이면 보험료를 내는 기간이 길어져 수급액이 늘어나고 이에 따라 연금액 삭감을 막을 수 있다는 뜻이다.
연구회에 따르면 의무가입연령이 5년 길어지면 40%인 소득대체율은 45.2%까지 오른다.
연구회는 의무가입연령을 높이기 위해서는 노동 개혁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연구회는 “연금문제는 이중적이고 경직적인 노동시장에 상당 부분 기인하고 있다”면서 “연금개혁과 노동시장의 동시 개혁을 통해 의무가입연령 5년 연장을 하루 빨리 실행에 옮겨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