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막고 수수료 상승 초래하는 핵심 원인”
[서울이코노미뉴스 김보름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배달업계 1위 업체인 배달의민족의 ‘최혜대우’ 강요 여부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에 들어갔다.
‘최혜대우’는 입점업체의 음식 가격과 할인 혜택 등을 다른 배달 애플리케이션과 낮거나 동일한 수준으로 맞추는 것을 일컫는다.
지난달 배민의 시장 점유율은 58.7%였고, 그 다음은 쿠팡이츠 22.7%, 요기요15.1% 순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이들 배달 플랫폼 3사의 중개 수수료 갑질 의혹을 조사해 오는 과정에서 배민의 ‘최혜대우’ 강요 여부에 대한 집중 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는 최혜대우가 배달 앱 간 경쟁을 막고 수수료 상승을 초래하는 핵심 원인으로 보고 있다.
최혜대우 조항이 없는 상황에서 특정 플랫폼이 수수료를 올린다면, 입점업체는 그에 맞춰 해당 플랫폼에 공급하는 가격을 올리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
예컨대 모든 배달 앱 수수료가 1000원인 상황에서 배민이 수수료를 3000원으로 올린다면, 입점업체는 배민에 판매하는 상품 가격을 1만원에서 1만2000원으로 올리고, 나머지 앱에서는 기존과 같이 1만원에 팔면 된다.
그렇게 되면 소비자는 같은 제품을 더 싸게 구매할 수 있는 다른 앱을 이용하게 되고, 배민의 이용자 수는 감소할 수밖에 없다. 최혜대우 조항이 없다면 배민이 이용자 수를 유지하거나 늘리려면 결국 수수료를 낮춰야 하는 구조다.
지난 27일 배민을 공정위에 신고한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관계자는 “시장 점유율 60%에 달하는 배민을 안 쓰기 힘들고, 배민의 최혜 대우 요구를 고려하면 수수료율 인상분을 음식 값에 반영하는 식으로 대응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배민은 주문액의 6.8%였던 수수료율을 지난 8월 9.8%로 올렸다. 1·2위 업체의 수수료율이 같아지자 3위 요기요도 12.5%였던 수수료율을 9.7%로 낮췄다.
공정위는 그동안 배달 3사의 자사 우대와 끼워 팔기, 멀티호밍(경쟁 플랫폼 이용) 제한, 최혜 대우 요구 등 4대 불공정 행위 의혹을 조사해 왔다.
음식점 사장들에게 주문 1건당 1000원의 중개 수수료를 받던 배민·쿠팡이츠 등은 2022년 초 주문액의 9.8%(쿠팡이츠)나 6.8%(배민)의 정률 방식으로 수수료 체계를 바꿨다.
이후 고금리·고물가 여파로 경영난을 겪는 음식점들과 관련 프랜차이즈 업계가 배달 플랫폼의 과도한 수수료를 문제 삼자 공정위는 지난 7월 배민과 쿠팡이츠, 요기요에 조사관을 보내 관련 자료를 확보하기도 했다.
한편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이날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업주에 대한 최혜대우 요구는 지난해 8월쯤 경쟁사가 먼저 시작했다”고 주장하며 공정위 조사에 대해 반박했다.
그러면서 우아한형제들은 “경쟁 상황에서 한편의 최혜대우 요구가 용인되면 다른 한편이 이에 대응하지 않는 경우 경쟁에서 불리해진다”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