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소수 엘리트 혜택 주는 착취제도…韓,포용적 제도로 기회·동기부여"
[연합뉴스] 국가간 경제발전에 차이를 가져온 요인을 연구한 공로로 올해 노벨경제학상 공동 수상한 제임스 로빈슨(64) 미국 시카고대 교수는 14일(현지시간) "한국은 세계 역사상 가장 놀라운 경제적 성공담을 이룬 나라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한국은 대기업 위주의 경제구조를 갖고 있지만 수출지향적 경제가 경쟁과 효율화를 압박해왔다며, 지난 50년간 성공적이었던 경제성장 모델이 앞으로도 지속 가능하지 않을 이유는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로빈슨 교수는 이날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발표후 연합뉴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경제 측면에서 한국과 북한이 보여준 격차는 저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 다루는 주요사례 중 하나"라며 이처럼 말했다.
그는 "북한은 소수 엘리트층에만 혜택이 돌아가는 착취적 제도에 장악된 반면에 한국은 포용적 제도를 구축해 폭넓은 기회와 동기부여를 제공하고 극적인 사회이동과 혁신을 창출했다"라고 진단했다.
로빈슨 교수는 "우리는 삼성, 현대와 같은 산업 측면뿐만 아니라 문화와 예술, K팝, 영화 측면에서도 이같은 모든 혁신을 본다"며 "이는 한국의 포용적 제도가 허용한 인간의 창의성과 혁신들"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의 대기업 위주 경제구조가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해선 "미국도 대기업에 지배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라며 "이는 자본주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반적인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로빈슨 교수는 대기업의 연구개발에 많은 투자를 하고 기술발전을 가져올 수 있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 반면 대중의 후생을 희생해 독점력을 행사할 수 있는 부정적인 측면도 공존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요한 점은 경쟁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해야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 정부가 규제를 행사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로빈슨 교수는 "한국은 수출지향적 경제의 전형적인 사례로, 이는 경쟁과 효율성을 압박하는 동력이 됐다"며 "한국은 이런 방식으로 지난 50년간 오랜 길을 걸어왔다. 이같은 모델이 지속 가능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반면, 중국에 대해선 정치 체제로 인해 과거와 같은 성장세가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중국은 현대적인 포용경제와는 맞지 않는 정치체제를 갖고 있다"며 "포용적 제도를 창출할 수는 있지만 그것을 유지할 수는 없다"라고 단언했다.
북한 역시 전체주의적 독재 정치체제 탓에 자발적인 변화를 기대하기가 매우 어려워 보인다고 평가했다.
한국의 저출산 문제 해법에 대해선 "단순해법이 없다"면서 "우리 모두가 적응해야 할 문제"라고 진단했다.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이날 제도가 국가별 경제번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 공로로 로빈슨 교수와 다론 아제모을루·사이먼 존슨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 등 3인을 노벨 경제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아제모글루·존슨 "韓경제발전, 바른제도에 기반한 성공사례"
노벨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한 아제모글루와 ·존슨도 한국의 경제발전을 바람직한 제도에 기반해 이뤄낸 대표적인 성공사례라고 한 목소리로 평가했다.
다만, 이들은 현재 한국 경제는 고령화, 대기업 집중 등 어려운 당면과제에 직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다론 아제모을루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14일(현지시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뒤 대학측이 주최한 온라인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국경제의 지속가능한 발전방향에 대한 연합뉴스 질의에 "남북한은 제도의 역할을 훌륭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아제모을루 교수는 "남북한은 분단되기 이전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서로 다른 제도속에 시간이 지나면서 경제격차가 열배 이상으로 벌어진 사례"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같은 한국의 발전이 쉽게 이뤄진 것은 아니었다면서 "한국의 민주화 과정은 매우 어려웠지만, 한국은 민주화 이후 성장속도를 더 높였고 성장방식도 더 건강하게 이뤄졌다"라고 평가했다.
노벨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한 사이먼 존슨 MIT 교수는 아제모을루 교수와 함께 한 공동회견에서 자신의 배우자가 한국계라고 소개한 뒤 "쉬운 여정이 아니었고 오늘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 경제는 훨씬 나은 상태이며 다른 나라들이 이룬 것에 비해 놀라운 성취를 이뤘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는 우리가 연구를 통해 사람들이 지향하게 만들어야 할 방향이라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반면, 한국 경제가 극복해야 할 당면 과제가 있다고도 지적했다.
아제모을루 교수는 "한국은 여전히 대기업에 의해 지배되고 있으며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고령화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급속한 고령화를 겪는 국가들은 많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할 것이며 새로운 생각 및 기술에 대한 개방성이 중요해지고 있다"면서 "특히 한국의 경우 경쟁 압력을 통해 도전에 대처하는 게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제언했다.
북한에 대해선 변화를 기대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아제모을루 교수는 "북한에 대해선 큰 희망을 갖고 있지 않다. 북한 시스템은 현시점에서 여전히 굳어진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존슨 교수는 북한의 핵무기·장거리 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해 "극도로 위험한 상황"이라며 "좋은 제도가 포용적인 성장을 가져오고 더 많은 사람을 빈곤에서 벗어나게 해준다고 해서 지배층이 그런 제도를 허용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