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김보름 기자] 고려아연 주가가 유상증자 소식에 연 이틀 폭락하면서 황제주(주당 100만원이 넘는 주식)에서 내려왔다.
고려아연은 3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전 거래일보다 7.68%(8만3000원) 하락한 99만8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 때 23.22% 내린 83만원까지 내려서기도 했다. 전날에는 하한가(108만1000원)를 기록했다.
고려아연은 전날 이사회를 열고 발행주식 20%에 육박하는 보통주 373만2650주를 주당 67만원에 일반 공모 형태로 신규 발행하겠다고 전격 공시했다.
경영권 다툼을 하고 있는 MBK파트너스와 영풍이 공개매수를 통해 최대주주로 올라서자 최윤범 회장이 역전을 노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고려아연은 “소액주주와 기관투자자, 일반 국민 등 다양한 투자자가 주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여 소유 분산을 통한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유상증자는 주식회사가 신주를 발행해 자금을 새로 공급하고 자본금을 늘리는 방법이다. 회사는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 물량을 늘리고 대신 자금을 조달할 수 있지만, 기존 주주는 지분율은 떨어지고 주식가치가 희석돼 낮아진다.
현재 약 38%인 MBK·영풍 연합, 우호 지분 포함 약 35%인 최 회장 측의 지분율도 크게 낮아진다.
고려아연은 이번 일반공모에 모집된 주식(최대 약 373만주)의 80%에 대해 일반공모를 실시하고, 나머지 20%는 관련법에 따라 우리사주조합에 배정한다고 밝혔다. 여기서 20%는 전체 지분의 약 4%로, 최윤범 회장의 ‘백기사’가 될 수 있는 우리사주에 넘기겠다는 것이다. 최 회장의 경영권 방어가 훨씬 수월해질 수밖에 없다.
협력사 등이 ‘백기사’로 일반공모에 참여해 우호 지분이 늘어날 가능성도 크다. MBK측도 일반공모에 참여할 수 있지만, 고려아연은 청약자(특별관계자 포함)가 최대 3%만 배정받을 수 있도록 상한을 정했다. MBK가 확보할 수 있는 지분에 미리 선을 그어둔 것이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의 움직임이 변수다. 고려아연의 전격적인 유상증자 발표를 주주들이 예상하지 못한 결정인 만큼 불공정행위가 있었는지 등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유상증자에 제동을 걸 수도 있다는 뜻이다.
금융감독원이 이날 고려아연의 공개매수 및 유상증자의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에 대한 현장조사에 착수했다.
기습을 당한 영풍·MBK 연합은 법률 자문을 토대로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고려아연의 유상증자는 MBK도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업계에서는 MBK가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소송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현대엘리베이터·KCC 사건에서 법원이 인용 결정한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MBK 전날 입장문을 통해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결정은 기존 주주들과 시장 질서를 유린하는 행위라고 밖에는 생각할 수가 없다”면서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결정을 저지하기 위해 모든 법적 수단을 강구할 것이며, 최윤범 회장 및 이사진들에게 끝까지 그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